애플은 통상 이폰 신제품이 출시되는 4분기에 최고실적을 올린 후 조금씩 하락해 다시 4분기에 반등하는 행보를 반복해왔다. 매출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평정한 아이폰의 절대적인 위상을 잘 보여주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아이폰이 무너질 경우 애플도 무너진다'는 우려와도 일맥상통한다. 치솟는 아이폰 인기에 애플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올해 3분기는 달랐다.

▲ 출처=픽사베이

약점 극복한 애플
애플이 1일(현지시각)  2017년 회계연도 3분기 적을 발표했다. 순이익은 87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78억달러와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했고  매출은 454억1000만달러에 이르렀다. 실적발표 후 애플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5%가량 치솟아 157달러를 돌파했다.

아이폰 성적에 시선이 집중됐다. 일단 지난해 하반기에 출시된 아이폰7 효과는 올해 1분기 대부분 반영되었다는 게 중론이다.  애플은 올해 1분기 7829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하며 정점을 찍었으며 2분기에는 5076만대를 팔았다.

3분기에는 4100만대를 출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폰이 보여준 판매량 추이와 비슷했다. 다만 지난해 3분기 아이폰이 4040만대 팔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한 상승세다. 아이폰7과 같은 프리미엄 라인업이 여전한 상태에서 아이폰SE 등의 중저가 라인업이 뒤를 적절하게 받치며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뜻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는 22.1%의 점유율을 기록한 삼성전자이며, 애플은 11.4%로 여전히 2위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애플은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이 1% 늘어났음에도 점유율은 0.4% 포인트 떨어졌다.

애플은 자체 성장을 거듭했으나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경쟁자에게 다소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하량은 늘었지만 점유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몸집은 성장했으나 라이벌의 성장은 이를 상회했다는 뜻이다.

의미심장한 대목은 삼성전자다. 애플과 비슷하다.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은 2% 늘었으나 점유율은 0.6%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몸집을 불렸으나 점유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중국의 성장과 연결해서 봐야 한다. 중국의 화웨이는 2분기 점유율이 10.7%로  전년 동기 9.4%에 비해 크게 올랐고 오포는 8.2%, 샤오미도 6.4%로 치솟았다. 스마트폰 시장의 '양강구도'에 미묘한 파열음이 생기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이폰 의존도가 크게 떨어진 대목은 애프에겐 고무적이다. 지금까지 아이폰은 애플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수준이었으나 올해 3분기 55%로 크게 낮아졌다. 최근 3년으로 보면 제일 낮은 기록이다. 아이폰 판매가 비수기 치고는 선방한 가운데 순이익 87억2000만달러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상태에서 '드디어' 아이폰 매출 의존도가 의미있는 수준으로 낮아지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팀 쿡 CEO는 "아이폰은 정말 대단했다"는 말로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했다.

최고 효자제품의 매출 비중이 극적으로 낮아진 상태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비스 사업의 호조와 아이패드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올해 3분기 애플의 서비스 매출은 73억달러로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전체 매출에서 16%를 차지해 아이폰 다음으로 높았다. 앱스토어를 중심으로 iOS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며, 73억달러 매출 규모는 포춘이 선정하는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엄청난 성적이다.

신형 맥 컴퓨터가 최근 출시되기는 했으나 올해 3분기 429만대 판매에 그친 상태에서 아이패드를 1142만대 판매한 점도 고무적이다. 전체 매출 비중에서 11%를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의 패블릿 현상으로 태블릿 수요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으나 아이패드 라인업을 다변화시킨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팀 쿡 CEO는 "아이패드를 구매한 사람의 절반이 처음 태블릿을 사는 사람이었다"며 아이패드 생태계 강화를 강조했다.

애플워치 판매량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작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었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 웨어러블 시장에서 애플은 애플워치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이끌고 있다. 웨어러블 시장 자체에 대한 회의감도 만만치 않으나 시장조사업체 IDC는 지난 6월 자체 보고서를 통해 올해 웨어러블 기기 출하량은 1억2400만대에 달하며 이는 지난해 1억430만대와 비교해 20.4%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 출처=픽사베이

계속 웃을 수 있을까

애플은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자신들을 둘러싼 많은 우려를 상당부분 덜어내는데 성공했다. 아이폰 판매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선방했으며, 숙원이던 매출 다각화도 잡아내는 분위기다. 소프트웨어 생태계 전략을 바탕으로 하드웨어까지 아우르는 통합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불안요소도 있다. 먼저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애플은 중국시장에서 샤오미에 밀려 5위에 이름을 올렸다. 3분기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10%나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팀 쿡 CEO는 "환율 등 외부요인을 고려하면 준수한 성적이다"고 반박했다.

아이폰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진 대목은 고무적이지만 그 대안으로 서비스 분야와 아이패드를 마냥 내세우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서비스 분야는 안드로이드라는 거대한 오픈소스 생태계와 싸우는 과정에서 외연확장에 변수가 많고, 또 애플의 생각대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은 앱스토어 운영을 둘러싸고 종종 소프트웨어 서비스 사업자와 분쟁을 벌인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스포티파이와 인앱결제 방식을 둘러싼 신경전을 벌인 지점이 단적인 사례다. 심지어 아이폰 이용자들이 앱스토어에 대한 애플의 정책이 반독점법에 위반된다 주장했다며 집단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iOS 생태계의 미래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구글 안드로이드도 마찬가지지만 텐센트의 위챗 생태계가 중국에서 iOS 생태계를 부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통신의 네트워크 플랫폼 위에 구축된 iOS 플랫폼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상태에서 그 위에 소프트웨어로만 구축된 또 다른 생태계가 올라서는 방식이다.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병행하는 애플이지만, 이러한 현상은 초연결 시대로 흘러가는 현재의 분위기를 고려했을때 상당한 리스크로 평가받는다.

미래 먹을거리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나온다. 증강현실과 애플카 등을 위시한 다양한 미래 사업 아이템이 거론되고 있으나 애플은 상대적으로 경쟁자에 비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애플은 빅데이터 운용에 있어 강박적으로 사생활 침해 가능성과 거리를 두기 때문에 추후 인공지능 등의 발전에서 뒤쳐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마지막으로 GPU 독자개발까지 선언하는 등 하드웨어 수직계열화 정책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부품업체 관리에 헛점이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 과정에서 '단가 후려치기' 문제가 대두되며 회사 브랜드 가치가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되어 현재 업계에서는 아이폰8이 정상적으로 출시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