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증권, 운용에 이어 보험업에서도 IT와 결합한 서비스 출시가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소위 보험업에서 말하는 인슈어테크(InsurTech)가 그것이다. 시장에선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금융업 중에서도 보험업의 질적 변화와 양적 성장이 특히 빠를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이 많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첫째, 보험업의 자체 성격인 ‘산업 간 융합’을 꼽는다. 보험업은 보험이란 금융의 성격과 보험대상으로서의 산업 성격 예컨대 생명보험, 건강보험은 의료헬스, 손해보험은 자동차, 선박 등 다양한 산업과 융합돼서 융합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둘째, 보험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존 보험은 과거 서류상의 데이터 정보에 기초해 위험을 계산, 동일한 보험요율을 적용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서 보험가입자의 실시간 데이터를 보험료 산정에 쓸 수 있다. 동일한 무사고라도 운전습관이 안전운전이면 보험료를 깎고 끼어들기, 과속이면 보험료를 올린다는 얘기다.

해외에선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ICT업계가 포문을 열었다. 글로벌 ICT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구글은 2015년 건강보험을 판매하는 오스카 헬스케어라는 업체에 3250만달러(한화 약 373억원)를 투자하고, 손목 웨어러블 기기(Misfit)를 통해 보험가입자와 보험료를 연계하고 있다.

중국 ICT업계를 대표하는 알리바바, 텐센트 등도 인슈어테크를 통해 보험시장에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특히 화제가 된 건 알리바바, 텐센트가 중국 보험 2위업체인 평안보험과 공동출자한 중안보험사(온라인보험). 2015년 당(糖)을 체크하는 건강보험상품 ‘탕샤오베이’ 등을 출시, ‘세계 핀테크 톱100’에서 1위에 올라서서 글로벌 보험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보험회사들도 인슈어테크 투자 및 제휴에 적극적이다.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인 에트나는 애플과 제휴해 애플워치와 보험료 할인을 연계하고 있고, 운전습관연계보험으로 유명한 프로그레시브는 ‘스냅샷’이란 OBD 장치로 운전자의 급정거, 주행거리, 주행시간 등을 분석해 보험료를 깎아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인슈어테크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보험요율이 자율화되면서 신상품 개발경쟁이 활발해지고, 특히 고령화에 따라 빅데이터를 활용한 헬스케어 관련 보험상품 개발도 조금씩 늘고 있긴 하다. 하지만 해외의 거센 인슈어테크 바람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이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 돌아볼 것 없이 민관이 함께 능동적으로 대처해서 국제경쟁력 확보에 매진하는 것이 최선이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는 ICT에 강점이 있다. 인슈어테크로 보험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저금리 등 구조적 애로도 돌파하자. 중국자본의 우리나라 보험진출을 우려하기보다 인슈어테크를 앞세워 우리도 발 빠르게 해외진출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