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금융당국이 법정최고금리를 낮추겠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정책 타깃이 될 대부업계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대부업계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이 제도 강화의 후유증을 겪은 일본 사례를 소개하며, 섣부른 정책결정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다이라 마사아키 일본 자민당 의원이 강연하고 있다. 사진=한국대부금융협회

대부업체들을 회원으로 하고 있는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지난 28일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일본의 최고금리 규제 완화 동향' 세미나 행사는 이런 대부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였다.

이날 강연에 나선 다이라 마사아키 일본 자민당 의원은 “일본의 최고금리 20% 인하 정책은 서민들이 돈을 빌릴 수 없게 만든 실패한 정책”이라면서 “특히 영세 상공인들은 재고 확보를 위한 단기융자를 은행에서 빌리지 못하개 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다이라 의원은 “일본의 대표적인 연휴인 정월(正月, 보통 12월29일~1월3일)기간에 소상공인들은 각종 요리재료나 과일들을 팔기 위해 잔고를 쌓아둔다”면서 “하지만 대출 규제를 엄격하게 강화해 자금이 부족한 소상공인들이 판매용 재고를 많이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영세상공인이 단기 자금을 대부업 시장에서 충당해 왔다. 학원 같은 경우 신입생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신문에 전단을 넣거나, 조경업을 하는 사람들이 조경 공사를 하기 위해 돌이나 나무를 구매하는 등 일시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경우 대부업을 이용한 것이다.

일본 대금업자(우리나라 대부업자에 해당)가 연체율 7%에서 29.2% 금리로 단기대출을 내줬으나 최고금리를 20%로 인하하면서 이런 시장이 없어졌다는 것. 

현재 일본의 독립 대금업자는 거의 없어졌고 영세한 대부업체는 전부 폐업했다. 한때 일본 대부업계 큰손이었던 아코무 소비자금융은 도쿄 미츠비시 UFJ 파이낸셜그룹에 자회사로 편입했다. 일본 프로미스 소비자금융도 대형 손보사 미즈이스미토모 은행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특히 이날 상한금리 인하 정책이 일본 핀테크 산업 발전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이라 의원은 “일본에서 핀테크 산업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는데, 이는 연간 금리 규제라는 획일적인 방식으로 금리 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단기대출을 잘 해주지 않는 일본 은행 특성상 핀테크 산업 발전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이라 의원은 이어 “현재 일본에서는 기업 간 거래에 필요한 단기융자(트랜잭션 랜딩)에 대해서는 금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크게 형성되고 있다”면서 “현재 일본 정치권은 서민들의 자금경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상한금리 규제를 완화하는 작업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올해 4월에 경제구조개혁의 일환으로 ‘트랜잭션 랜딩’(중소사업자의 재고 확충을 위한 구매대금에 관한 신속한 융자기법) 등과 같은 핀테크 육성을 위해 각종 거래수수료를 이자에서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한금리체계 개편방안을 내놨다.

다이라 의원은 “일방적인 의견으로 상한금리를 결정한 일본의 최고금리 인하 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라면서 “일본의 선례를 볼 때 한국정부는 최고금리 규제 정책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협의해 금리 수준을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 도우모토 히로시 도쿄정보대학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한국대부금융협회

이어 강연에 나선 도우모토 히로시 도쿄정보대학 교수도 “일본이 최고금리 인하 여파로 인해 대금업 시장 규모가 71%가량 위축돼 서민 금융이 붕괴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현재 경제적 취약계층들 사이에 '돈을 못빌려 겪는 고통'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지난 2006년 3월 20조9000억엔이었던 대금업 시장규모가 2016년 3월 6조627억엔으로 10년간 71%(14조9393억엔)가량 감소하면서 서민들이 필요한 돈을 빌리지 못해 생활격차가 확대되고 자영업자들이 파산해 비정규직 노동자가 양산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도우토모 교수는 “최고금리 인하로 중소기업 직원이나 영세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고, 오히려 대기업 사원이나 공무원은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되면서 빈부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문제도 일으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