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잘돼야 나라경제가 잘된다`는 공감으로 진보 정부에 대한 불안한 시선이 다소나마 희석된 저녁 만찬이었다.

대통령은 기업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 걱정어린 관심을 보였고, 기업인들은 규제완화를 요청하는 등 허심탄회한 대화로 새 정부과 대기업간 경제 마인드를 체크했다. 양측 모두 만족감이 큰  `1차 회식`이었다.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들과의 간담회는 총 2시간 35분이나 이어졌다. 당초 75분 정도 예상했던 시간을 1시간이상 훌쩍 넘길 만큼 이날 자리는 화기애애했다고 전해졌다. 

기업인들과의 간담회 첫째날인 27일 기업인들 중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구본준 LG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회장 그리고 이날 `특별한 손님` 오뚜기 함영준 회장이 참석했다.

정부에선 김동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청와대에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홍장표 경제수석, 반장식 일자리 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이 기업인 손님들을 맞이했다.

대통령을 비롯해 모두 노타이 정장이나 비지니스 캐주얼로 드레스 코드를 맞췄다. 만찬에 앞서 호프미팅 시간에 소상공인 수제맥주 세븐브로이맥주 제품이, `방랑식객` 임지호 섀프의 채소, 소고기, 치즈류가 안주로 제공됐다.

문 대통령은 호프미팅의 모두발언으로 이날 행사의 분위기를 잡았다. "역대 정부에서 경제인을 초청한 자리를 보면, 한번에 많은 분들과 함께 하다보니 형식적이고 일방적인 느낌이 없지 않았다"며 "저는 경제인들께서 하고 싶은 말씀을 충분히 하실 수 있게 만남을 두번으로 나눴다:고 운을 뗐고 건배사로 손님인 기업인을 맞는 마음자세를 드러냈다. 건배사는 "기업이 잘돼야 나라 경제가 잘된다. 국민경제를 위하여, 더불어 잘 사는 경제를 위하여"라고 외치자 기업들이 "위하여"라고 화답했다.

이어 자리를 옮겨 상춘재에서 열린 공식만찬에서는 "세상 돌아가는 얘기, 기업을 해온 경험등 동네 사랑방 죄담회인가 할 정도의 분위기였다.(대화의) 내용이 무겁거나 전혀 그런게 없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역대 정부마다 이런 행사의 분위기를 전할 때 항상 등장하는 단어가 항상 `동네 사랑방`이었다.)

임 셰프가 제공한 만찬 메뉴는 `미역해물비빔밥`.  만찬하는 동안 각 기업들의 어려움과 해당 산업에 대한 규제완화, 해외진출 지원 요청,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문제해결, 최저임금 남북관계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으나 증세 얘기는 없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만찬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다시 인사말을 통해 "저는 기업인들이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하신 것에 대해 정말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경의를 표했다.  

이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골목상권과의 상생을 다짐했고, 손경식 CJ회장은 서비스산업 육성을 요청했다.

구본준 LG부회장은 중소장비업체와 해외 공동진출과 상생협력을 약속했고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일자리 창출 노력을 언급했다.

대통령으로부터 중국 사업의 우려를 듣기도 했던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협력업체 지원과 4차산업혁명과 관련한 규제완화를 요청했다. 정 부회장은 청와대 자리가 낯설었을 것이다.

탈원전 정책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두산그룹 박정원회장은 낯을 붉히지 않았지만 피해 우려를 전달하고, 해외진출을 적극 모색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금춘수 한화 부회장은 태양광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규제완화를 요청했으며, 이날 자리의 중요한 스타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중소기업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다짐했다. 앞서 호프미팅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새정부의 경제정책에 아주 잘 부합하는 그런 모델기업"이라는 찬사를 들어 함 회장은 한껏 상기됐었다.

마무리 발언은 연장자인 손경식 회장이 했다. 손 회장은 "오늘 너무 만족스럽다. 대통령 말씀을 듣고 푸근하게 느끼고 간다"고 답사를 했고,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만나겠지만. 혹시 못한 말이 있으면 추가로 지금 말해도 된다"고 참석자를 더 붙잡으려 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자"는 말에 참석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잔을 부딪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