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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여담] 팬택, 이럴 바에야 차라리 CKT가 나을뻔 했다?공중분해 초읽기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7.07.26  11:05:25

쏠리드가 팬택의 사물인터넷 사업을 매각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아직 '고민 중'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으나 매각을 두고 고심하는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25일 정준 쏠리드 대표는 직원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 공식화했으며 조만간 사물인터넷 사업부를 모 광통신 장비 업체에 넘기는 협상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IM-100을 출시하며 스마트폰 시장에 재진출했으나 이를 접더니, 이번에는 주력이라고 주장하던 사물인터넷 사업부까지 매각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팬택은 사실상 공중분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슬아슬한 행보
결론적인 말이지만, 또 기사를 통해서도 몇 차례 지적했던 부분이지만 냉정히 보면 팬택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는 '이상한 점'이 많았습니다.

흔들리던 팬택이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았던 것은 2015년 7월입니다.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은 2015년 7월17일 서울중앙지법 제3파산부 허가를 받아 팬택과 인수 및 합병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당시 컨소시엄은 향후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며 신형 스마트폰을 시장에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장기적인 로드맵은 통신장비와 사물인터넷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총체적 기술기업이에요. 강력한 기술력을 보유한 팬택의 원천기술이 네트워크 인프라를 타고 장비시장 전반을 노리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지난해 1월 정준 대표는 전임직원이 모여 ‘뉴(New) 팬택, 2016년 경영방향성 설명회’를 열어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어요.

첫 파열음은 구조조정입니다. 인수합병을 앞둔 2015년 9월 900명의 직원 중 400명을 내보냈던 상황에서 2016년 4월 남은 500명 중 절반에 가까운 숫자를 재차 내보내더니 지속적으로 사람을 잘라 냈습니다. 2017년 현재 팬택의 임직원은 약 30명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심각한 문제였느냐'는 질문의 답은 애매합니다. 어차피 다시 태어나야 할 조직이었고, 그 과정에서 쓰라린 구조조정은 필요하다는 내외부의 공감대가 분명히 있었기 때문입니다. 흔들리는 팬택을 끝까지 지키려던 임직원들에 대한 감정은 차치하고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분명 이유가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지난해 6월22일 팬택은 드디어 첫 스마트폰 IM-100을 공개했습니다. 출고가는 44만9000원. 당시 문지욱 팬택 사장은 “IM-100은 시대정신을 고민했다”며 “개인의 삶에 집중하고, 우리의 일상을 생각하는 스마트폰을 꾸준히 생각했다”며 자신감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고난도 있었어요. IM-100이 출시되기도 전, 아이리버 음원 재생기 특정 제품과 휠키를 포함한 전체적인 생김새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팬택은 '우여곡절' 끝에 기어이 제품 출시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이후로 들리는 팬택을 둘러싼 소문이 심상치 않았어요. 먼저 IM-100 출시를 준비하면서 충분한 개발자금을 준비하지 못해 내부의 불판이 팽배했던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팬택 인수에 참여했던 옵티스가 지난해 5월 갑자기 법정관리에 들어갑니다. 당초 주도적으로 팬택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막판에는 쏠리드에 주도권을 내어 준 상태었어요. 그 배경을 두고 말들이 많았는데 기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셈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법정관리의 이유가) 대외적으로 글로벌 광학디스크드라이브 수요가 감소하고 2014년 인수한 도시바삼성테크놀러지까지 흔들렸기 때문으로 알려졌지만, 이 외에도 팬택 인수를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운용하다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5월에는 이러한 불안한 소문들이 점점 현실로 굳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크게 세가지입니다. LG전자 인수론과 스마트폰 철수 선언, 특허 매각입니다.

먼저 LG전자 인수설. 난데없이 LG전자가 팬택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증권가를 통해 빠르게 번졌습니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강화를 위해 LG전자가 팬택을 품는다는 다소 구체적인 정황도 나왔어요.

LG전자는 정식으로 부정했습니다. LG전자 관계자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왜 이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고 팬택 관계자도 "나름의 로드맵에 따라 사업을 전개하는 상황에서 등장한 갑작스러운 루머"라고 일축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그 이면이에요. 팬택 지분을 100% 가진 에스엠에이솔루션홀딩스를 자회사로 둔 쏠리드의 주가가 급등했거든요. 쏠리드는 지난해 영업손실 486억원을 기록하며 휘청였고, 3월에는 매출채권 외 채권에 대한 손상차손이 자기자본의 50% 이상인 사실이 확인되어 약 일주일동안 주식거래가 중지되기는 등 위기의 연속이었습니다. 물론 단기적 관점에서 주가가 급등한 것에 불과하지만 당시 업계에 돌았던 루머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어 팬택은 스마트폰 철수를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IM-100이 예상보다 살아나지 못하던 상황에서 아예 사업을 접겠다는 뜻을 밝혔어요. 역시 다음수순은 구조조정이었습니다.

팬택의 특허매각 소식이 알려진 것도 이 즈음입니다. 지난해 10월31일 총 230건에 달하는 미국 특허를 골드피그이노베이션즈에 양도하는데 합의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팬택은 특허를 넘긴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의 일환"이라고 밝혀 업계와의 온도차이를 보여줬으나, 팬택이 오랜기간 '청산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허 일부는 애플이 가져간 것으로 알려지기도 해 업계의 우려를 사기도 했습니다. 16일(현지시간) 특허 전문기자 잭 엘리스가 자신의 개인 미디엄에 "팬택의 특허 23건 중 11건이 애플에 넘어갔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택은 '사물인터넷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 왔습니다. 하지만 25일. 결국 이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출처=뉴시스

공중분해..차라리 부동산 업체가 좋았을 것?
팬택이 흔들리던 시기, 매각 공개입찰도 모두 무위로 돌아갔던 당시 한 부동산 업체가 팬택을 품겠다고 나선적이 있습니다. 2차 매각협상에 뛰어들었던 CKT개발입니다. 이들은 2015년 5월6일 기습 기자회견을 열어 "노키아식 창업 생태계를 창출하기 위해 팬택을 활용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기자회견 현장에서 직접 들어본 CKT개발의 로드맵은 분명 모호했습니다. "팬택을 인수해 노키아식 창업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는 질문을 직접 했는데 돌아온 답은 "우리는 할 수 있다"였거든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하니 지금의 팬택보다, 차라리 CKT개발의 팬택이 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준우 당시 팬택 대표이사가 2015년 5월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기업회생절차 폐지 및 청산 요청을 하자 CKT개발 관계자가 전화 너머로 분노를 터트리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는 "기술과 자본, 마케팅 지주회사로서 우리의 송도 칭화과기원 플랫폼을 이용한 팬택 창업군단의 중국 진출을 주도할 생각이었다"며 "우리의 회생 방안은 단순한 고용 승계가 아닌 고용의 연속성 보장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나아가 "창업군단을 형성하는 노키아식 부활을 법원이 신중하게 판단하리라고 희망했는데 이러한 시도가 모두 불발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CKT개발의 방향성에는 의문이 가득합니다. 결과는 같았을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의 팬택을 보십시요. IM-100 당시 보여준 소극적인 자세와 말과 행동이 다른 묘한 스탠스, 석연치 않은 주가시장과 이어진 순차적인 공중분해 수순을. 일각에서는 쏠리드가 오래전부터 팬택의 알짜배기만 취해 공중분해 하려 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팬택이 흔들리던 시기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걱정했던 국부유출 시나리오가 그대로 재연되는 분위기가 시기만 늦어졌을 뿐, 고스란히 이뤄지는 분위기입니다.

수차례 강조했지만 쏠리드의 이러한 행보는 2009년 파산했던 캐나다의 노텔을 연상시킵니다. 당시 노텔이 무너지자 양질의 특허가 쏟아져나왔고, 이들은 특허 사냥꾼의 먹잇감이 되었습니다. 록스타비드코가 대표적이에요. 애플이 최대 주주로 있는 록스타비드코는 노텔이 파산하자 4000개 이상의 특허를 빨아들입니다. 그러고 보니 애플이 팬택의 특허를 다량 인수했던 것을 고려하면, 팬택과 노텔의 묘한 평행우주론도 연상됩니다. 맞습니다. 이는 모두 국부유출이에요.

물론 사업의 세계는 냉정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 '해도 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 사실상 공중분해 수순을 밟는 팬택의 현실을 보면 안타까움이라는 개인적인 감정을 숨길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일이었을까요. 이를 계기로 제2의 팬택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책적 방안이 생기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IT여담은 취재과정에서 알게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번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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