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글로벌 온디맨드 차량공유 업체 우버의 지분확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표명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사실이라면 소프트뱅크가 지금까지 추구한 반(反) 우버연대의 목표가 더욱 명확해졌음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가 우버의 지분인수를 타진했다면서  "차량공유 업계의 지배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투자금액과 지분규모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소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소프트뱅크의 이러한 행보는 단순한 지분확보의 차원을 넘어 최근까지 벌인 소프트뱅크와 우버의 대결, 경쟁적인 몸집 불리기, 플레이어의 연계방향을 비롯해 우버의 위기와 소프트뱅크가 추구하는 최종 목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평가다.

소프트뱅크의 블록화 전략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합종연횡의 달인이다. 반도체 시장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최근 삼성전자에 덜미를 잡히고 있으나 여전히 시장의 강자인 인텔을 의식해 지난해 인수한 영국의 암(ARM)을 내세워 삼성전자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모바일 AP 영역에서 긴밀하게 협조한 암과 삼성전자는 반도체 거인 인텔의 공습에 대비해 더욱 돈독한 협력을 구축하고 있다.

손 회장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습적으로 만난 배경이다. 연대의 핵심은 암이 가진 비휘발성 메모리(Non-volatile memory: NV램) 기술과 인텔의 3D 크로스포인트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협력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손 회장은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다고 삼성전자를 '영원한 친구'로 여기는 것은 아니다. '타도 삼성전자'를 외치며 일본 도시바 인수를 통해 낸드플래시 역량을 휘어 잡으려는 폭스콘과도 연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폭스콘과 암은 공동으로 중국 남부 선전에 반도체 설계 거점을 만들기로 합의하기도 했으며 폭스콘은 알리바바와 함께 소프트뱅크 계열사인 소프트뱅크로봇홀딩스(SBRH)에 145억엔(약 13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본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일종의 블록화도 추구한다. 전자상거래 투자가 대표적이다. 최근 변화가 있기는 했으나 소프트뱅크는 2014년 인도의 스냅딜에 투자를 단행한 상태에서 중국의 알리바바, 한국의 쿠팡에 연이어 거액을 배팅해 일종의 전선을 구축했으며 그 중심에서 떠오르는 시장인 인도를 겨냥해 인도 전자결제 스타트업 기업인 페이티엠(Paytm) 지분 인수도 성공했다. 전선을 만들어 상황에 맞는 선택과 집중을 유연하게 구사하는 방식이다.

온디맨드 차량공유 시장에서 소프트뱅크의 방식은 더욱 확실해진다. 현재 미국의 리프트, 중국의 디디추싱, 싱가포르의 그랩택시, 인도의 올라택시 등은 각자의 협력과 투자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심지어 2015년 리프트와 그랩택시, 올라택시는 서로의 협력을 바탕으로 시스템 통일까지 타진했으며 리프트는 디디추싱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그 중심고리에 소프트뱅크가 있다. 이들 온디맨드 차량업체 모두에 투자한 상태에서 일종의 블록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중국에서 우버차이나가 물러난 후 디디추싱에 인수되자 여기에도 손을 뻗쳤다. 지난 5월 직접 지분인수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이날 소프트뱅크와 디디추싱이 그랩택시에 20억달러(2조2200억원)를 투자한다는 블룸버그의 보도까지 나왔다.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은 온디맨드 차량공유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며 서로 투자를 단행해 조금씩 하나의 플랫폼화 되는 모양새다. 당연히 반대편에는 우버가 있다.

중국에서 우버차이나가 디디추싱의 파상공세에 밀려 점유율 10%의 선을 오가다  결국 시장철수를 선언하자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방향을 틀었고, 이를 놓칠세라 소프트뱅크가 자신의 블록들을 총 동원해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반 우버연대의 위력이다.

물론 소프트뱅크와 우버의 접점이 전혀 없는것은 아니다. 오일머니라는 교집합이 있다. 지난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가 우버 지분 5%를 확보한 상태에서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비전펀드가 출범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모티브를 딴 '데저트밸리'를 만들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을 정조준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온디맨드 차량공유 서비스에 관심을 두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러한 교집합이 양쪽의 완충지대 역할을 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중요한 것은 블록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전략이 날카로워지는 대목과, 이에 맞서는 우버의 몸집 불리기가 충돌하는 장면이다. 지난해 7월 우버가 뱅크론, 즉 레버리지론으로 11억50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며 경쟁사 고사작전에 돌입했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우버의 위기
소프트뱅크를 중심으로 반 우버연대가 탄탄하게 구축되는 상황에서 우버이츠를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빠르게 론칭하는 우버의 독자생존 전략이 미국과 아시아, 인도 전역에서 충돌한 게 최근의 일이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바로 우버의 위기다.

시작은 내부였다. 미국 현지 언론을 통해 우버 조직문화에 대한 비판이 나왔이다. 강압적인 업무환경에 성추행 폭로까지 나왔다. 여기에 트래비스 칼라닉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행정부와 실리콘밸리가 이민자 문제로 긴장감이 높아진 시기 트럼프 행정부의 자문단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이민자 규제에 반대해 택시기사들이 공항에서 파업을 선언하자 우버 택시기사들이 높은 가격으로 손님을 받아 눈총을 받기도 했다.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선 가운데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에서 근무한 엔서니 레반다우스키 전 오토 대표를 영입했으나, 그가 알파벳 재직 시절 기밀정보를 빼온 것으로 확인되어 법원에 의해 퇴사조치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유출된 파일은 9.7GB로  알파벳 웨이모의 핵심기술인 ‘라이다(LiDAR)’ 회로 기판 디자인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탓에 우버는 자사의 든든한 후원자 중 하나인 구글을 잃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애플과의 악연도 재조명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버는 애플 몰래 아이폰을 초기화하거나 우버 앱을 삭제한 이용자를 식별하는 시스템을 구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초 우버는 한 때 애플 앱 스토어에서 퇴출될 뻔 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위기를 타개하고자 우버는 지난 3월 다양성 보고서와 정확한 실적공개를 통해 조직문화 일신을 선언했다. 임직원 성별과 인종 분포를 분석한 결과 백인과 남성 비율이 압도적을 높았으며 우버는 소수 인종을 지원하기 위해 3년간 300만달러(약 33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론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했다. 결국 지난달 11일(현지시간) 트래비스 칼라닉 CEO와 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에밀 마이클 최고사업책임자(CBO)는 회사를 떠났다.

이 지점에서 소프트뱅크가 우버의 지분 확보를 나선 셈이다. 반 우버연대의 끝이 경쟁자와의 대결을 넘어 실질적인 정복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일종의 '암시'다.

소프트뱅크의 노림수, 데이터

소프트뱅크의 우버 지분인수 가능성이 어떤 결말로 귀결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다만 블록화 전략을 통해 반 우버연대를 꾸려온 소프트뱅크가 우버까지 노리고 나선 대목은 그 자체로 소프트뱅크의 목적을 말해준다.

단기로는 시장공략이다. 현재 온디맨드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그 성장세는 경제불황이 심해질수록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차피 플랫폼 사업자는 공유경제라는 가면을 쓰고 온디맨드 사업을 추구할 뿐이기 때문에 소비의 방식이 아닌 재화 창출의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수 밖에 없다.

플랫폼 사업자는 경제불황이 심해져 갈 길을 상실한 재화들을 적재적소에 연결하며 이익을 거두고, 그 중심에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특히 자동차는 포스트 아이폰의 자리에 가장 가까운 사업이다. 자율주행차와 온디맨드 차량공유를 연결하기 위해 우버와 리프트 등이 속속 완성차 업체와 협력하는 상황에서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단기적 목표는 이 시장을 잡기 위함으로 보인다.

장기로는 데이터 확보다. 자율주행차는 물론 모든 위치기반서비스는 O2O의 기본 정체성을 따를 수 밖에 없으며 이는 필연으로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이동하는 모든 것에는 데이터가 수집되고, 이는 초연결 시대의 핵심 자산이 된다. 존 리거스타인 IT 칼럼니스트는 이를 두고 "모든 온디맨드 차량공유 업체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면서  "디디추싱에 투자한 애플도 원하는 것이지만, 온디맨드 차량공유와 자율주행차 업체는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중장기적 수익으로 끌어내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열린 암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PC와 모바일의 시대는 지나갔다"면서 "앞으로 제2의 캄브리아기(紀) 폭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손에서 이뤄지는 온디맨드 차량공유 업체의 합종연횡과 우버로 향하는 시장평정 전략, 뒤를 이어 등장할 데이터 확보 전쟁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