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석유구출기구(OPEC) 와 다른 산유국들의 24일 러시아 회동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날 회동이 하락일로인 국제 유가의 구세주가 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루 180만배럴의 감산합의를 주도하고 있는 OPEC 회원국 13개과 비오펙 산유국 11개국 장관들은 24일 러시아에서 회동한다. 이번 회동에서 감산합의 면제국으로 산유량을 늘리면서 유가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나이지리아와 리비아에 대한 산유량 제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에릭 위노그라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22일(미국 현지시각) 마켓워치에 “이번에 가장 중요한 참석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라면서 “이들 중 한 국가라도 감산합의를 망설인다는 신호를 준다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나라는 세계 산유국이다.

위노그라드는 “두 나라는 감산합의를 지속할 뜻을 나타낼 것”이라면서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면 감산합의는 파기되고 유가는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OPEC과 비 OPEC 국가들이 추가 감산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유가 정상화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부터 감산합의가 이행되고 있지만 나이지리아와 리비아의 증산에다 미국의 산유량이 급증하면서 유가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의 벤치마크 원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에 비해 배럴당 1.15달러, 2.5% 떨어진 45.77달러로 장을 마쳤고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9월 인도분도 배럴당 1.46달러, 2.5% 내린 48.06달러로 장을 마쳤다. WTI는 지난주 2.1% 하락했고 브렌트유는 1.7% 떨어졌다. 이로써 두 유종다 지난해 말 종가에 비해 각각 12% 하락했다.

3개국의 증산에도 감산합의 이행률도 떨어지면서 세계 원유시장은 원유가 문자 그대로 넘치고 있다. OPEC 산유량을 추적하는 페트로로지스틱스라는 회사는 최근 감산합의 이행률이 떨어지면서 OPEC의 7월 산유량이 6월에 비해 하루 14만5000배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페르로로지스틱스는 “OPEC 14개국 7월 산유량은 3300만배럴을 초과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예상했다. 7월 산유량은 상반기 평균보다 하루 60만배럴 증가한 것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상품 분석가인 로비 프레이저는 마켓워치에 “시장은 감산합의가 유가 재균형을 달성할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면서 “여러 소식통들은 6월 감산합의 이행률이 부진한 달임을 나타내며 7월은 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유가 정상화는 OPEC에게는 오르막길을 오르는 싸움이었다고 마켓워치는 평가한다. 애써 하루 180만배럴 산유량을 줄였는데도 리비아와 나이지리아가 증산을 하니 시장에선 아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니 힘겨운 싸움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이다.  산유량은 적지만 OPEC 회원국인 에쿠아도르가 더 이상 감산할 여력이 없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도 OPEC에겐 큰 부담이다. 에쿠아도르가 감산합의에서 탈퇴한다면 다른 나라가 뒤따를 것이고 이 경우 감산합의는 파국을 맞이하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훤하다. 유가 정상화 노력은 앞으로도  여전히 힘겨운 싸움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OPEC 이 강제할 수 있는 일은 없다.  OPEC은 감산합의에 참여하는 회원국과 비 회원국들에에게 의무준수 사항인 결정이 아닌 권고안을 낼 공산이 크다. 즉 알아서 요령껏 하라는 권고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략에너지경제연구소(Strategic Energy &Economic Research)의 마이컬 린치 대표는 마켓워치에 “월요일 회의는 주로 항로를 유지하라고 권고하는 데 집중하고 시장균형이 개선되고 있다는 논의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린치는 또 “OPEC과 비오펙은 리비아와 나이지리아에 생산을 완화할 것을 촉구하겠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할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OPEC 회동은 말은 많아도 별로 쓸 말은 없는 회의가 될 것이라는 게 마켓워치의 결론이다. 고로 유가는 하락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