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다양성영화 마니아인 K 씨는 멀티플렉스 계열 예술영화관과 비멀티플렉스 개인 운영 예술영화관을 골고루 이용하는 편이다. 접근성 면에서는 멀티플렉스 계열 예술영화관이 좋지만, 멀티플렉스에서 느낄 수 없는 향수와 독특한 영화 편성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인가 일반 예술영화관을 자주 찾게 됐다. 하지만 아쉬울 때가 많다. 즐겨 찾던 한 예술영화관이 폐관을 했기 때문이다. K 씨는 개별 예술영화관들이 좀 더 생겨 자신의 영화 욕구를 채워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예술영화관은 말 그대로 상업영화가 아닌 독립 예술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극장이다. 대체로 소규모이지만 소수 관객을 위한 전문적인 프로그래밍을 특징으로 한다. 여러 국가에서 이미 1950년대 초반부터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초반 약 500군데의 예술 영화관이 활동했다. 하지만 이후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이는 예술영화들의 상업성이 떨어져 관객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전 세계적으로 예술영화 자체가 쇠퇴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었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듯 영화관의 다양성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로 주변을 돌아보면 예술영화만을 위한 개성 넘치는 작은 극장들이 곳곳에 있다.

2013년 서울 이수역 근처에서 개관한 ‘아트나인’은 2개의 상영관을 보유한 예술영화관이다. 야외 테라스와 레스토랑을 보유하고 미술 전시, 음악 공연, 토크 프로그램 등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색다른 문화복합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상영 시스템뿐 아니라 사운드에도 큰 공을 들였다. 어쩌면 멀티플렉스보다 더욱 알차게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광화문에 위치한 ‘씨네큐브’ 역시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는 영화관이다. 2개의 상영관을 갖추고 강북 최고의 다양성영화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전 세계 영화의 흐름을 알아볼 수 있는 화제작부터 작가 감독들의 최신작까지 다양한 예술영화를 상영한다.

그런가 하면 신촌 이화여대 안에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는 대학 안에 위치한 지리적 장점을 살려 젊은 영화 마니아들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들 모두 자신만의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잘 구축해 나가고 있는 극장들이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의 예술영화전용관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예컨대 최근 많은 영화인들에게 아프게 다가온 한 소식이 있었다. 대구 지역 한 예술영화관이 폐관과 재개관을 반복하며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경영진이 직원에게 퇴직 통보를 하고 여기에 더해 폐관까지 한다는 소식이었다. 다시 개관을 선언하긴 했지만 여전히 내부적 앙금은 남아 있는 듯하다. 이 역시 경영상의 어려움이 가중되며 생긴 사건일 것이다.

실제로 예술영화관들이 자체 운영만을 통해 경비를 충당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기본적으로 극장 운영에 인건비가 소요된다. 이를 아무리 최소화해 운영한다 해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예술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그러다 보니 턱없이 낮은 객석점유율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운영 경비조차 건지기 어려운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CGV가 운영하는 아트하우스마저 상업영화관에 비해 객석점유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상황이 이럴진대 개인 극장들이야 오죽할까? 당연히 생존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관하는 예술영화관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나름대로 개성이 강한 극장들이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예술영화관 지원 정책은 그래서 중요하다. 곳곳에 멀티플렉스가 아닌 또 다른 형태의 다양한 영화관이 생겨나고 또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영화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요소다. 일례로 최근 일부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작은 영화관 설립 운동에 대한 지원 방안 같은 형태도 좋아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영화관 설립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것은 물론, 운영상 드는 최소한의 비용을 지원해주는 등 실질적인 방법론이 필요하다.

영화 공급의 과잉이 계속되면서 이를 안아줄 극장의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이런 작은 영화관들이 많이 생겨나 멀티플렉스 계열의 예술영화관들과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영화를 품어줄 수 있는 다양한 극장이 좀 더 생겨나 일 년에도 수백 편씩 쏟아지는 다양성영화를 안아주어야 한다. 이런 작은 영화관들이 영화산업 내의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거듭나는 아름다운 반란(?)의 날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