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가젯(Gadget)에 얽힌 그렇고 그런 이야기. 일상가젯 15화.

그가 넌지시 물었다. “너는 김광석 형님이 돌아가시기 전 느꼈던 고독을 아니?” 요즘 날씨가 더우니까 주변 사람들의 상태도 이상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상태 안 좋은’ 그 사람은 나에게 선배다.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어떻게 대답해야 이 시덥잖은 대화를 끝낼 수 있을까만 생각하던 차에 그가 갑자기 검은색 케이스에 들어있는 기타를 내 앞에 꺼내놓고 연주하며 그 기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 사진=조재성 기자

음악은 아름다운 과학(科學)이자 사람의 감정이라는 파도를 일게 하거나 때로는 잠잠하게 만들 수도 있는 마법이다. 그런 면에서 기타는 참 대단한 악기다. 장소의 제한이 거의 없는 몇 안 되는 악기다. 꺼내놓는 장소가 곧 공연장이다.

권위있는 과학 전문지 파퓰러 사이언스(Popular Science)는 매년 첨단 과학기술이 반영된 최고의 제품을 의미하는 ‘Best of What’s New‘를 11개 품목을 선정한다. 대개는 IT-전자기기들이 이름을 올리는데 지난해에는 이례적으로 악기의 이름을 올렸다. 바로 야마하(YAMAHA)의 LL 트랜스 어쿠스틱(TA, TransAcoustic)다.

세상에는 수많은 좋은(혹은 비싼) 기타들이 있다. 그 중 트랜스 어쿠스틱이 왜 특별한가 하니 이 기타는 스피커에 전기적으로 연결하지 않아도 기타의 음색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 반영돼있다. 혹자는 이 기술을 애플(APPLE)의 혁신과 견주기도 했다. 

▲ 야마하 LL 트랜스 어쿠스틱 VT, 첨단 기술이 적용된 명성과 달리 디자인은 수수하다. 사진=박정훈 기자

솔리드 스프루스(상판), 솔리드 로즈우드(측판과 후판) 그리고 에보니(브릿지) 등 고급스러운 목재가 사용돼 굳이 첨단 기술까지 고려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기타다.

투명한 픽 가드(연주하는 손과 기타가 충돌하는 부분을 보호하는 막)는 조금 투박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과장되지 않은 수수한 기타의 매력을 강조한다. 지판과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는 현들은 기타 초보자들이 다뤄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넥과 지판이 손에 착 감기는 편안한 연주감을 자랑한다.

가격은 140만원(온라인 판매 기준)대다. 음악으로 ‘밥 먹는’ 전문가들이 아니라면 그렇게 만만한 가격대는 아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기타 하나를 마련해서 오래 두고 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타다.

이 기타의 가장 큰 특징은 기타의 모델명이기도 한 TA(Trans Acoustic) 시스템이다. 조절기 부분에 있는 ‘Lineout Volume’ 노브의 ON/OFF 버튼을 누르면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스피커에 연결하지 않아도 음색을 바꿀 수 있다.

▲ TA 조절 노브. 사진=박정훈 기자

음색은 리버브 홀/룸(Reverb Hall/Room, 기타 연주 시 공연장 느낌을 살리는 효과)과 코러스(Chorus, 여러 음이 동시에 울리는 것처럼 들려주는 효과)로 조절할 수 있다. 

특히 코러스는 음에 둔감한 이들도 코러스가 주는 독특한 느낌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확연한 음색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 온다면,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한껏 코러스를 올린 야마하 트랜스 어쿠스틱으로 故김광석 님의 노래들을 연주하는 한 여름의 낭만을 즐길 것이다.

 

라며, 그 선배는 장황했던 설명을 마쳤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딘가 외로워 보이는 그의 눈망울과 기타 연주에 살짝 감화된 느낌이었다. 특별히 악기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굳이 하나를 배워야 한다면 그것은 기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저 선배가 야마하의 기타 판매 영업사원이라면, 아마 나는 한 5분쯤 뒤에 140만원을 6개월 할부로 결재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