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복을 입고 활동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기에 그들이 입은 옷들을 찬찬히 살펴보거나 구경할 일이 많다. 그때마다 모든 한복이 다 예뻐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백하고 싶다. 물론 한복도 옷이기에 보는 사람의 취향과 입는 사람의 취향이 다르다. 그러나 ‘전통의복’으로서의 한복이 아니라 ‘옷’으로서 기준을 바꿔 살펴보게 되면 입는 사람의 패션감각이 드러난다는 점은 아주 재미있는 부분이다. ‘맞춤’옷이기에 전체 색감과 형태, 세부 디자인을, 입는 이에 맞추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한복은 입는 이의 패션센스와 감각을 그대로 투영한다.

한복을 처음 짓는 사람이 한복집에 가서 하는 일이라고는, 저고리와 치마를 만들 옷감을 결정하는 일이다. 보통 실크로 할 것인지 물실크로 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하고 저고리와 치마 색상을 선택하면 된다.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색상’과 ‘배색’을 선택하는 데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그 다음부터는 한복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않은 사람의 주문 내용이 달라진다. 한복을 많이 맞추어 보았거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동정과 깃 모양, 배래 모양이나 치마 주름같이 세부적인 디자인을 하나하나 짚어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치마길이나 완성 날짜를 고르는 것으로 끝난다.

한복집에 가면 원색에서 중간색, 무채색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색감의 원단들이 수없이 돌돌 말려 있다. 이 안에서 어떤 색이 자신에게 어울리고, 어떤 색과 어떤 색이 만났을 때 아름다울지 결정하는 것은 입는 사람의 몫이다.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한복집 대표가 도움을 주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보통 매우 평범한 배색이 대부분이다- 한복이 아니라 그냥 일상 양옷을 입는다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어떤 사람도 단 한 번에 자신에게 잘 어울리고 잘 맞는 옷을 고르기는 힘들다. 시장에는 수많은 디자인과 색감의 옷들이 있고 브랜드마다 사이즈도 조금씩 다르다. 어떤 옷이 예뻐 보여 구입했는데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았다거나, A브랜드의 옷은 사이즈가 맞지 않는데 B브랜드는 잘 맞았던 경험도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었을 것이다. 저렴한 옷에서 고가의 옷에 이르기까지 구입했다가 실패하는 과정에는 적든 많든 품과 돈이 든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자신과 잘 어울리고, 잘 맞는 옷을 찾게 된다. 옷도 이것저것 입어보고 맞춰보고 고민해본 사람들이 센스 있게 잘 입는다. 한복도 마찬가지다.

 

간혹 어느 한복집에 가야 한복을 잘 만들어 주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맞추는 사람 능력 반, 한복집 역량 반이라고 답한다. 어떤 한복집을 통해도 맞춤하는 사람의 센스가 부족하다면 그저 그런 완성품이 나오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복집은 방문한 사람의 스타일이나 평소 관심 있는 형태에 대해서 꿰뚫어보기 어렵고, 방문자 또한 자신이 원하는 형태나 어울리는 색감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다. 물론 이런저런 주문을 귀찮아하거나, 무조건 못 한다고 하는 업체도 있다. 이런 경우 두 가지 상황이다. 그런 주문 없이도 손님의 취향을 파악해서 오랜 기간 만들어왔던 기술이 있거나, 경험이 부족해서 얘기를 들어도 만들지 못하는 경우다. 이것을 파악하는 것은 순전히 방문자의 몫이다.

퍼스널 컬러에 맞추어 화장품이나 옷을 선택하는 방식은 양옷뿐 아니라 한복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에서 제한적으로 판매하는 옷을 결정해야 하는 양옷에 비해, 한복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감이나 모양을 고르는 범위가 훨씬 넓다. 자동차로 따지면 오토매틱이 아니라 온전히 매뉴얼 방식인 셈이다. 오토매틱은 디테일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평균에 맞춰주는 결과물이 나오지만, 매뉴얼은 하나하나 사용자가 세부적인 조정을 해야 한다.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다. 세심한 제어를 통해 나오는 결과물은 완벽히 자신에게 맞춰져 있고 아는 만큼의 결과물이 나온다. 자신이 좋아하는 색상, 자신에게 잘 맞는 색, 자신이 옷 입는 스타일 등 자신을 잘 알아야 제대로 맞출 수 있는 옷이 한복인 셈이다. 오뜨꾸뛰르를 지향하는 샤넬, 디올, 지방시에 굳이 가지 않아도 한복을 맞추는 과정 자체가 오뜨꾸뛰르다.

자신의 고급스러운 패션센스와 취향을 확인하고 싶다면, 한복을 맞춰보라. 어쩌면 아주 정확한 방법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