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해외에서 식당을 열고 요리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 외국에서 조그만 식당이나 카페 하나 열면 좋겠다는 사람들의 로망을 현실화해서 그런지 꽤 인기가 높았다. 그런데, 이런 로망을 진짜로 실현시켜 주는 낭만적인 서점이 있다. 바로 영국 위그타운에 있는 오픈 북이다.

위그타운은 1998년 지정된 스코틀랜드의 국립 책마을이다. 인구 천여명 정도의 작은 마을이지만 스무 곳 남짓의 오래된 서점과 책 관련 회사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영국에서 가장 큰 미스터리 딜러 마리온 출판사과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서점도 이곳에 있다.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오래된 건물들이 유럽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데다 영국에서 가장 큰 갯벌과 철새도래지 옆에 자리 잡고 있어 자연환경마저 아름답다. 이 멋진 곳에 있는 오프북은 위그타운을 대표하는 특별한 서점이다.

오픈북에서는 누구나 서점 주인이 될 수 있다. 처음에는 작가, 예술가를 초청해 짧은 기간 동안 서점을 맡기는 축제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건물의 1층에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서점이, 2층에는 아늑하게 꾸며진 숙소가 있고, 최소 6일에서 최대 2주간 머무르면서 서점을 원하는 대로 운영할 수 있다. 서점을 운영하는 동안에는 이벤트를 개최할 수도 있고 책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할 수도 있다. 그냥 단순히 공간만 제공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행복한 경험을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마을의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팀이 서점 주인을 돕는다.

보통 일을 하면 돈을 벌지만, 오픈 북에서는 일을 하기 위해 돈을 내야 한다. 우리 돈으로 하루에 6만원이 조금 안 되는 숙박비는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금액이다. 하지만, 바닷가의 아름다운 마을에서 책으로 가득 찬 공간의 주인이 되는 경험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매혹될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오픈북을 예약하는 에어비앤비의 스케줄은 벌써 2020년 5월까지 꽉 차 있는 상태이다.

 

http://theopenbookwigtown.tumblr.com/

INSIGHT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효율적인 것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가끔씩 다른 삶을 상상한다. 오픈북은 바다가 있는 고즈넉한 유럽의 시골 마을에서 한가롭게 예쁜 서점을 운영하고, 글을 쓰고, 사람들을 초대해서 기타 공연도 하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꿔볼 만한 일상을 체험하게 해준다. 잠깐 머물다 떠나는 여행과는 다르고 그 일이 생업이 되는 현실과도 다른,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 경험이기 때문에 낭만적이다. 책마을에 오는 사람들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오픈북은 이들의 로망을 실현시켜 줄 뿐만 아니라 위그타운에 방문할 이유를 만들어 주어 위그타운을 책마을로 지속 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에너지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