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물건이 직접 작성한 자기소개서(혹은 자소설). 오늘의 물건은 커세어 하푼 게이밍 마우스.

▶나의 인생템은 어디에? [플레이G 페이스북 페이지]

▲ 출처=커세어

#출신 난 커세어 출신 게이밍 마우스다. 커세어라고 하면 간혹 스타크래프트 프로토스 종이비행기 아니냐고 그런다. 제발 이런 싱거운 소리 그만 들었으면 한다. 부탁이다. 커세어는 게이밍 기어와 하이엔드 PC 부품 브랜드다. 1994년 세워졌으며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다.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명성 꽤나 있는 브랜드다.

게이머들이 인정한다. 커세어 마니아도 꽤나 있다. 한국에서도 우릴 잘 알고 있더라. 가끔 ‘아, 허세어!’라고 아는 척 하는 분들이 존재한다. 처음엔 발음 실수인 줄 알았다. 아니더라. 우릴 비하하는 표현이었다. 가격이 비싸다고 그렇게 부른다고 들었다. 커세어 엔트리급 모델인 나로서는 기분이 썩 좋진 않다. 그래도 어쩌겠나. 나부터라도 이미지 개선을 위해 애쓰고 싶다.

#역량 게이밍 마우스로서 객관적으로 최고 스펙은 아니다. 인정할 건 인정하는 나다. 하긴 엔트리 모델이 최고 성능을 내면 하이엔드 친구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지 않겠나. 내 능력은 최고보단 최선이란 표현에 어울린다.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란 말을 잘 알고 있을 거다. 난 갓성비(신의 가성비)에 도전한다.

능력보단 가격부터 밝히는 게 낫겠다.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3만원대다. 인간들이야 몸값 높은 걸 자랑으로 여기지만 우리 사이에서 꼭 그렇진 않다. 저렴하면서도 좋은 성능을 내야 사랑받는다.

▲ 사진=노연주 기자
 

3만원대면 게이밍 마우스 중에 완전 저렴한 축에 속하진 않는다. 게이밍 마우스인데 1만원대인 친구들도 있다. 다만 커세어 게이밍 마우스 중엔 내가 가장 저렴하다. 글레이브 같은 녀석은 10만원이 넘는다. 이쯤이면 내 강점은 가격이다. 단순히 싸다고 강점이 될 수 없다는 점은 잘 안다. 능력이 좋아야 하지 않겠나.

어디 나가서 꿀리지 않을 수준이다. 하나하나 읊어보겠다. 일단 픽스아트 PMW3320 옵티컬 센서를 장착했다. 로지텍 G900 같은 괴물에 들어가는 픽스아트3366 정도는 아니겠지만 평균 이상 실력을 발휘한다. 마우스 민감도는 6000DPI까지 지원한다. 몸놀림은 가벼운 편이다. 무게가 85g이니까. 묵직함을 선호하는 유저랑은 잘 맞지 않겠지만.

커세어 출신 아니랄까봐 LED 라이트가 영롱하다. 커세어를 상징하는 범선 문양이 밝게 빛난다. 중저가 게이밍 마우스는 LED 라이트가 대개 모노톤이다. 난 다르다. 1680만가지 컬러를 지원한다. 마음에 드는 불빛을 유저가 고를 수 있다. 그립감도 웬만하면 좋다고들 하더라. 손에 착 감기는 형태에다가 표면이 매트한 소재라서 땀이 나도 손이 미끄러지는 법이 없다. 버튼 수가 6개이니 게임할 때 모자라진 않을 거다. 특히나 오버워치 같은 게임을 할 때는.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라이벌 로지텍 G102 프로디지를 라이벌로 생각한다. 역시 엔트리 체급이며 뛰어난 가성비를 내세운다. 후광 효과가 상당하다. G1을 계승하는 마우스인 까닭이다. 한국의 PC방을 평정한 실력자이며 절판됐지만 여전히 사랑받는다.

스펙이든 디자인이든 G1보다 G102가 한수 위다. 1680만색 LED 라이트를 품고 있다는 점도 나와 같다. 가격 면에서는 내가 좀 불리하다. G102는 1만원대 후반에서 살 수 있으니. 게이밍 마우스로는 보기 드물고 화이트 색상이 있다는 점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왜 유저들은 G102를 좋아할까? 익숙한 그립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G1과 그립감이 비슷하니 말 다했다. 다만 이 부분에서 내가 밀릴 이유가 없다. 실제로 쥐어보면 가성비를 내세우는 마우스들과는 디테일이 다른 그립감을 느낄 수 있을 거다.

#관계 커세어엔 매력적인 친구들이 많다. 친한 몇몇만 소개하겠다. 나부터가 나온 지 오래되지 않았으니 올드 멤버랑은 덜 친하다. 마우스 절친은 글레이브다. 10만원이 넘는 제법 비싼 녀석이다. 교체 가능한 3가지 타입 사이드 그립과 세트라는 점이 흥미롭다. 마그네틱 방식이라 3초면 그립감을 바꿀 수 있다. 최고 사양 PMW3367 옵티컬 센서를 품은 무서운 녀석이다.

키보드 중엔 K95 RGB 플래티넘과 각별하다. 덩치가 크지만 알루미늄 아노다이즈드 프레임을 사용해 튼튼하고 가벼운 기계식 키보드다. 체리 갈축 스위치를 탑재해 품격 있는 소리를 낸다. 색감이 화려한 라이트 엣지 조명 바 역시 그 친구만의 강점이다.

한 친구만 더 소개하겠다. T1 레이스라는 게이밍 의자다. 레이싱카 시트를 닮았다. 녀석 무릎에 앉아보니 정말 스포츠카에 탄 것 같더라. 바퀴가 롤러스케이트에 달린 것과 똑같다는 점도 특이하다. 3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이제 보니 가격대 좀 있는 친구들과 친하다. 모두 비주얼과 실력을 두루 갖췄다.

▲ 글레이브. 출처=커세어
▲ K95 RGB 플래티넘. 출처=커세어

#가치관 게이머들은 인생 마우스를 논한다. 자기 손과 딱 맞는 장비를 찾아내려는 집념이 대단하다. 세상에 마우스는 많다. 따지고 보면 나쁜 마우스는 없다. 나보다 스펙 좋고 비싼 마우스도 널렸다. 잔기능이 엄청나게 많은 녀석도 있더라. 그러니 내가 돋보이기 어렵다는 거 잘 안다.

한가지는 분명히 해두고 싶다. 단순히 비싸거나, 기능이 많거나, 좋은 센서를 탑재한 마우스를 쓴다고 해서 게임을 잘하게 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이머와 마우스의 궁합이 더 중요하다. 여러 요소가 궁합을 좌우하지만 그립감이 특히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그립감이 좋고 디자인까지 취향 저격이면 금상첨화겠다. 일단은 많은 마우스를 만나보길 권한다. 그래야 누구랑 잘 맞는지 알기 쉬울 테니.

▲ 사진=노연주 기자

#포부 ‘허세어’란 오명을 깨고 싶다. 커세어 출신들 중에서도 이 역할엔 내가 제격이지 싶다. 가격이 비싸도 제값을 하면, 그러니까 가성비가 출중하다는 점을 입증하면 ‘허세’ 프레임을 해체해버릴 수 있지 않겠나. 유저들이 나를 써보고 커세어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출 수 있다면 좋겠다.

새로운 유저와 커세어의 실력 좋은 다른 친구들을 잇는 역할을 하고 싶다. 내 작은 소망이다. 오버워치든, 배틀그라운드든, 리그오브레전드든, 서든어택이든, 히어로즈오브더스톰이든 당신의 게이밍 실력이 한층 높아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