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잠정실적을 7일 발표했다. 영업이익 14조원에 매출 60조원이다. 전기 대비 영업이익은 41.41% 증가했고 매출은 18.69% 늘어났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영업이익 71.99%, 매출은 17.79% 증가했다.

시장의 전망치를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가 전망한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13조2000억원, 매출 58조원 수준이었다. 이 성적은 삼성전자가 보유한 최고 성적이던 지난 2013년 3분기 영업이익 10조1600억원을 크게 웃돈 수준이다.

전체 영업이익만 두고 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애플과 팡(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또 반도체는 인텔을 추월할 게 확실시된다.

반도체가 핵심...‘활짝 웃었다’

2013년 3분기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10조1600억원을 기록했으나 이후에는 10조원 아래의 박스권에 갇힌 상태였다. 2016년 1분기 6조6000억원, 2분기 8조1000억원을 기록한 후 3분기에는 5조2000억원에 머물며 바닥을 찍었다. 갤럭시노트7 발화에 의한 단종의 여파를 딛고 2016년 4분기에는 9조2000억원을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9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마의 10조원 고지’를 넘지 못했다.

올해 2분기 잠정 영업이익 14조원의 핵심동력은 반도체다.  2분기 DS부문 영업이익은 7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3분기의 전성기를 견인한 것은 갤럭시 신화였으나 이제는 반도체가 최고 효자로 부상했다는 뜻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팽창하는 한편 초연결 시대가 도래하며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고, 특히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슈퍼 사이클(장기호황)에 돌입한 것도 주효했다.

▲ 4세대 낸드플래시. 출처=삼성전자

현재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43%의 점유율을 기록해 1위를 지켰으며 SK하이닉스가 28%, 미국의 마이크론이 23%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난야와 윈본드가 각각 3%와 1%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D램의 경우 서버 및 자동차 전용 D램 시장까지 열리는 상황에서 3분기 평균 가격이 약 5% 상승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시장 전망도 좋은 편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당분간 공급 업체들이 물량을 크게 늘리지 않을 계획이기 때문에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호실적을 보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낸드플래시 시장도 삼성전자 천하다. 올해 1분기 37%의 점유율로 1위를 달렸으며 도시바가 17%, 웨스턴디지털이 1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향후 D램으로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올 확률이 높은 낸드플래시 시장은 도시바 매각이라는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기술 고도화를 앞세운 삼성전자의 강세가 장기간 예상되는 영역이다.

시스템 LSI의 경우 10나노 핀펫 공정으로 수요를 크게 늘렸을 것으로 보이며 파운드리 분사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도 2분기에 일정정도 반영됐다는 말도 나온다.

미래를 위한 포석도 깔린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 평택 반도체 단지에서 제품 출하식을 갖고 최첨단 3차원 V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했다. 2015년 5월 착공해 2년 만에 완공됐으며 건설 현장에 투입된 일 평균 근로자가 1만2000여명에 이른다. 최첨단 4세대 64단 V낸드플래시 제품을 양산하는 삼성전자는  지속적인 생산설비 확충을 통해 메모리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평택뿐만 아니라 화성사업장에도 6조원을 투입, EUV 등 첨단 인프라에 최적화된 신규라인을 확보하고 중국 시안(西安)에 반도체 라인 추가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처음으로 반도체 시장의 거인 인텔을 추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라 증권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 약 17조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약 16조6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인텔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강점을 바탕으로 SSD 시장 진격전을 벌이는 한편, 전체 반도체 시장의 판을 바꾼다는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ICT 시장은 최첨단 제품의 수요확대로 반도체 물량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 중심에서 삼성전자는 데이터센터,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비롯해 오토모티브 등 다가오는 미래 IT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수요가 확대되는 ‘기회’를 잡겠다는 뜻이다.

▲ 평택 반도체 공장. 출처=삼성전자

디스플레이와 갤럭시, 가전도 날았다

올해 2분기 디스플레이 부문 영업이익은 1조원 후반대로 전망된다.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시장이 살아나는 한편, 스마트폰 패널 수요 확대로 하반기까지 고무적인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IH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시장 매출은 99억3500만달러로 전체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의 76.2%를 차지했다.

LCD와 OLED 모두를 포함한 전체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올해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출 35억4700만달러로 27.2%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그 여세를 몰아 하반기에도 OLED에 방점이 찍힌 로드맵이 빠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 갤럭시S8에 탑재된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시장의 분위기도 삼성전자를 돕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스포드는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패널 시장에서 OLED 점유율이 23.8%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28%에 이를 것으로 6일 전망했다. 2019년에는 41.9%, 2020년에는 49.4%에 이를 것으로 봤다. 이런 속도면 4년에서 5년 후 OLED가 TFT-LCD 점유율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의 OLED 중심 전략은 더욱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에 의한 단종으로 IM부문이 크게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그러나 갤럭시S8을 중심으로 올해 상반기 반등에 완전히 성공하는 분위기다. 2분기 IM부문 잠정 영업이익은 4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물론 최대 경쟁자 애플이 상반기 프리미엄 라인업을 출시하지 않기 때문에 뚜렷한 라이벌이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갤럭시S8이 그 자체의 성능으로 시장을 휘어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갤럭시S8. 출처=삼성전자

갤럭시S8은 예약판매 기간 최종 판매 100만4000대를 돌파한데 이어 개통 첫날인 4월18일에는 무려 26만대가 팔리는 신기록을 세웠다. 5월28일 150개국 순차출시를 모두 마치면서 글로벌 개통량 1000만대를 기록했으며 2분기 2000만대 판매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라인업인 갤럭시S7이 첫 이틀 동안 10만대의 물량이 소진됐고 지난해 하반기 갤럭시노트7이 같은 기간 20만대 판매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물론 와이파이 호환 문제와 벚꽃 에디션 이슈 등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갤럭시S8은 소소한 어려움을 극복하며 최정상의 자리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갤럭시노트FE 출시에 이어 하반기 갤럭시노트8까지 성공할 경우 완벽한 부활이다.

가전의 CE부문은 최소 8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의 영업이익이 전망된다. 계절적 영향을 받는 부분이기 때문에 여름을 앞두고 에어컨을 중심으로 수요가 살아났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QLED TV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TV 시장 공략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 QLED TV. 출처=삼성전자

꽃길만 걷는 삼성전자...하반기까지 좋을 것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 사이클과 갤럭시 신화의 부활, 여기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중심의 전략은 삼성전자의 하반기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리스크도 있다.  반도체의 경우 인텔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85년 사실상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철수한 인텔이 최근 마이크론테크놀러지와 함께 서버용 SSD DC P4800X와 M.2 규격 PC용 옵테인을 연이어 공개하는 한편 3D크로스포인트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정조준한 대목은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칭화유니그룹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 반도체 업계의 공세도 있다. 외국기업 인수에 연이어 실패한 이들은 자국 설비 인프라에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칭화유니그룹은 난징에 306억달러를  투입해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한편 자회사인 XMC는 지난해 3월부터 우한에 244억달러를 투입해 메모리 반도체 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갤럭시 신화도 하반기에는 최대 도전에 직면한다. 10주년을 맞이한 애플의 아이폰8이 출시되기 때문이다. 상반기에는 애플의 프리미엄 라인업이 없었으나 하반기 갤럭시노트8은 아이폰8이라는 최대 난적과 진검승부를 벌이게 된다. 갤럭시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올해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에게 커다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기업인 '캠페인 아시아 퍼시픽(Campaign Asia-Pacific)'과 시장조사 전문 회사 닐슨(Nielsen)이 아시아 13개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최고 가치 브랜드 기업을 질문한 결과 ‘아시아 최고 브랜드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여기에 14조원 영업이익이라는 기록적인 성적을 총수 유고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하반기 실적 전망도 좋기 때문에 당분간 ‘꽃길’만 걸을 것으로 보이지만, 각 부문 별 리스크도 뚜렷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세부적인 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