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라톤과 같은 심한 운동 전에 근육통을 예방하기 위해 이부프로펜을 복용하면 급성신부전 손상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이미지투데이

마라토너와 마라톤 동호회에 소속된 사람들은 달리기 전 진통제 이부프로펜(Ibuprofen)을 미리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장거리 달리기 후 찾아오는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마라톤을 하기 전에 이부프로펜을 복용하면 급성신장손상을 불러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이 5일(현지시간)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BMJ)의 자매지인 응급의학저널(Emergency Medicine Journal, EMJ)에 게재한 연구결과 이와 같았다. 연구에는 하버드대학, 워싱턴대학, 콜로라도대학의 연구팀도 참여했다.

연구팀은 울트라마라톤(ultramarathon)의 참가자들의 75% 정도가 달리기 전 이부프로펜을 사용하는 것이 신장에 해가 되지 않을지 조사했다. 울트라마라톤은 일반 마라톤 거리인 42.195㎞ 이상을 달리는 스포츠다.

연구팀은 총 80㎞를 달리는 마라토너 89명을 두 군으로 나눠 42명에는 4시간마다 400㎎의 이부프로펜을 주고 나머지 47명에겐 위약을 제공했다. 마라톤이 끝난 뒤 연구팀은 주자의 체중, 전해질 수준, 신장 기능을 평가했다.

연구결과 이부프로펜 복용군의 52%인 22명이 급성신장손상을 겪었고 위약복용군의 34%인 16명이 급성신장손상을 경험했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이를 두고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일단 마라톤과 같이 신체에 무리한 부담을 주는 운동을 장시간 하게 되는 경우 ▲탈수 ▲근육손상으로 인한 횡문근융해증 ▲신장 혈류 감소 ▲체온 상승으로 인한 열 손상 등에 의해 콩팥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횡문근융해증이란 외상이나 운동, 수술을 했을 때 근육으로 에너지 공급히 충분하지 않아 생긴 독성이 신장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질환이다.

지난 3월 미국신장병학회지(American Journal of Kidney Disease)에 지난 3일 보고된 논문에 따르면 2015년 하트포드(Hartford) 마라톤에 참가한 마라톤 선수 중 22명을 대상으로 마라톤 전 후에 혈액 검사를 통해 신기능을 평가했을 때 전체 환자의 82%가 급성신손상을 겪었다.

김경수 교수에 따르면 최근 자전거를 타면서 춤을 추는 스피닝(Spinning)과 같은 과도한 운동을 하고 난 뒤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김 교수는 “이같은 사례는 대부분 수액 투여과 같은 치료로 좋아지지만 심한 경우 근육 및 기타 연부조직의 괴사가 발생하는 '구획증후군'으로 수술을 받거나 투석을 필요로 하는 신부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탠포드 연구진의 연구는 울트라마라톤으로 이미 신손상의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미 신장독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진 NSAIDs(비스테로이드계) 진통제인 이부프로펜을 사용했으므로 신부전이 발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따뜻한 볕을 쬐며 야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때에 어떻게 신부전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까.

<운동 후 신부전을 예방하는 법>

▲가능하면 과도한 운동을 자제한다.

▲운동 전후와 도중에 충분한 수액 공급을 통해 탈수를 예방한다.

▲운동 후 근육통을 예방하기 위해 비스테로이드계 진통소염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근육통이 너무 극심하거나 소변색이 짙은 갈색으로 변하는 경우 횡문근융해증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