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금융은 대부업인가, 투자회사인가. 핀테크 기업이라는데 무슨 기술을 사용하길래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P2P금융 기업의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를 만났다. 서 대표의 첫인상은 ‘어리다’였다. P2P금융만큼이나 그에 대한 궁금증도 폭발했다.

▲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 [출처: 이코노믹리뷰 DB, 사진: 노연주 기자]

“금융 자체보다는 IT 기술이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어요. 대학교 시절 관련 수업을 듣기도 하고 직접 개발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너무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전에도 세계 브랜드 순위를 보면 제조업은 밀려나고 IT 관련 기업들이 치고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산업 지평이 많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원래 사업을 하기 위해 경영학과를 지원했는데 이러한 변화를 보면서 IT 기술이 나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서 대표는 삼성SDS에서 개발자로 첫 인턴을 시작했다. 이후 IT 관련 창업을 했지만 성공적이지 않았다. 이에 서 대표는 자신의 부족함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미국의 벤처캐피탈 업계로 향했다.

“입사한 벤처캐피탈은 실리콘밸리 소재가 아닌 뉴욕에 있었습니다. 뉴욕이 전 세계 금융 중심지다 보니 일반적으로 IT회사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임에도 불구하고 소재 자체가 금융을 영위하는 업체들이 많았어요. 그러니까 창업과 IT에 대한 관심, 벤처캐피탈의 특성이 맞물려 ‘금융에 IT를 결합한다’는 개념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또 투자 대상이 P2P 업체인 곳도 있었어요. 그때, P2P가 한국에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고 한국에 돌아오게 됐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모든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창업을 제외한 서 대표의 총 사회 경력은 1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서 대표는 경력을 무시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인 ‘젊음’을 갖고 있었다.

“처음 P2P를 한다고 했을 때, 말도 안 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다른 관점으로 P2P를 계속 보게 됐고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다. 저런 식으로 하면 되겠다’는 아주 직관적인 생각으로 시작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과거 창업을 해봐서 그런지 창업자는 어렵고 불확실한 상황을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된다는 생각을 하면 되는 방법만 생각나게 되고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되는 방법만 생각나는 법이다. 서 대표가 창업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던 근본은 바로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과연 P2P금융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이 시점에서 한국에 필요로 한 것일까.

“P2P금융은 사실 그 이름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또 근본이 자금조달과 운용에 있는 만큼 이 또한 기존 금융사들과 크게 다를 바 없고요. 하지만 ‘합리적’ 조달과 운용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달라요.”

이어 서 대표는 보다 구체적인 얘기를 꺼냈다.

“예를 들어 대출 과정에서 신용등급이 6등급인데 대출이 허가되고 4등급인데 불허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약 두 사람이 같은 조건이라면 당연히 4등급 신용자가 대출이 안 될 리가 없죠. 하지만 어니스트펀드는 이러한 정적 개념으로 대출을 하지 않습니다. 변화추이를 이용하는 것이죠. 한 가지 예를 들면 과거 연체 기록 등의 추이를 봅니다. 낮은 등급이라도 연체를 하지 않으면 높은 등급보다 대출이 수월해지죠. 말 그대로 이러한 동적 개념을 이용하는 겁니다.”

이러한 대출 기준은 상당히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등급 상위와 하위 집단만 비교적 정확한 집계가 될 뿐 중간등급에 대한 자료나 연구가 부족하다. 이에 중간 집단은 자신들의 신용등급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받는다.

▲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 [출처: 이코노믹리뷰 DB, 사진: 노연주 기자]

“신용등급은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투자상품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고요. 이 과정에서 많은 통계자료는 물론 이 자료들을 분석해서 상품을 만드는 데도 IT기술이 들어갑니다. 이뿐만 아니라 상품을 셀다운 방식으로 팔면 투자자 개인별 포트폴리오가 전부 달라지는데 이는 투자자 개인별 포트폴리오 위험이 전부 다르다는 것을 말하죠. 이 또한 IT기술로 전부 관리하고 있습니다.”

서 대표가 ‘IT기술’이라는 추상적 단어를 사용한데는 이유가 있다.

“한두 가지 기술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슨 기술을 사용하느냐’고 물었을 때, 난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이를 통틀어 ‘플랫폼 테크놀로지’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투자자들이 자신이 어느 곳에 투자를 해야 할지, 투자된 자산들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어떤 자산이 상환되는지에 대한 일련의 과정을 구축해 투자자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P2P금융, 그 정체를 드러내다

서 대표는 인터뷰 내내 고객들을 ‘투자자’, ‘자금조달자’라고 불렀다. P2P 금융 하면 ‘대부업’을 연상하거나 대출업만을 영위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 사업구조를 보면 P2P의 경쟁상대는 증권업이다. 이에 서 대표에게 상품조달을 어떻게 하는지, 어떤 것이 있는지 물었다.

“직접 상품을 발굴하기도 하지만 제안이 오는 곳도 있어요. 부동산 상품도 있는데 개인 신용대출에서 벗어나 상품을 확대하는 이유는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을 주기 위한 것도 있지만 대출 등 한쪽에만 치중할 경우 리스크를 줄이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예요. 이는 단순히 어니스트펀드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 쪽에서도 얘기가 나와 반영하게 된 겁니다.”

어니스트펀드는 핀테크 기업으로서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각종 상품의 리스크를 진단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 등 전문가들과 함께 꼼꼼하게 점검한다. 증권사와 유사한 시스템을 갖고 있는 만큼 실질적 경쟁자는 증권사다. 따라서 대출업무는 P2P금융의 극히 일부라 할 수 있다. 이에 서 대표에게 최종 목적을 물었다.

“우리나라의 자산관리는 고액자산가들에게 쏠려 있어요. 사실상 소액투자자들이 자산관리를 받는다는 게 불가능하죠. 실제로 관리도 되지 않고요. 이를 기술을 통해 해결하려는 겁니다.”

금융사들의 자산관리가 고액자산가들에게 집중되는 이유는 당연하다. 자산이 많은 만큼 인력대비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은 고액·소액자산가를 차별하지 않는다.

“현재 대출을 받아도 충분히 갚을 능력이 되는데 과거 기록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등급을 받는 사람, 자산관리를 받고 싶은데 소액이라 마땅치 않은 사람 등 사실상 금융업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우리의 주 고객입니다. 여담이지만 ‘무너진 중산층’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사실 ‘무너진 중산층’은 기자가 던진 화두였다. ‘금융 강자’들은 넘쳐나는 자금과 낮은 이자의 혜택을 누리는 반면, ‘금융 약자’들은 자금부족과 높은 이자에 시달린다. 그렇다고 금융 강자들에게 그들의 힘을 금융약자들에게 나눠주라고 강제할 수도 없다.

P2P금융의 본질은 기술로 그 핵심을 찌른 것이다. 창업 3년 차에 접어든 어니스트펀드는 실적 측면에서 아직 안심하기 이른 상황이다. 그러나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은 현 금융 시스템의 빈틈을 정확히 파고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