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정말 어렵다. 수많은 경제 펀더멘털과 관련된 지표를 나름대로 해석하는 작업은 환율에 신경 써야만 하는 모든 실무자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요즘 들어서는 경제 외적인 부분, 즉 정책도 신경을 써야만 한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지정학적인 불확실성으로 인해 북한의 동향까지 살펴야 한다. 이 또한 환율의 방향성을 진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만약 환율을 보고 있는 실무자의 입장이 단기적인 대응을 주로 하는 사람이라면 매일매일 터져 나오는 뉴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 4일에 있었던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해 이후 일별 환율은 큰 변동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흐름을 파악하고자 한다면 필자는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환율의 방향성을 논하기 위해 경제변수 중 특히 물가와 금리, 그리고 통화량과 소득을 주시하자는 것이다.

적어도 필자의 신념에 비추어보면 환율은 기본적으로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경제의 규모 혹은 강건성에 의해서도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는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취하는 태도와 발언, 여러 지정학적인 역학관계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발생했다. 그만큼 환율 전망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모든 경제변수의 균형수준에 입각한 환율결정방식을 따르고자 한다. 외환시장을 공부할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구매력평가설이 그 시작이다. 구매력평가설이란 국가 간 통화의 교환비율이 장기적으로 각국 통화의 상대적 구매력을 반영한 수준으로 결정된다는 설이다.

구매력평가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빅맥 지수’를 생각하면 된다. 구매력평가가 항상 성립하는 상황은 실질환율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인 것으로 정의된다. 예를 들면,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인 상황에서 한국의 빅맥 가격이 1000원, 미국의 빅맥 가격이 1달러면 실질환율이 균형 상태인 것이다.

따라서 두 통화 간 교환비율이 일정한 상수로 유지되는 경우가 실질환율이 균형을 달성한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서 환율의 균형과 실제의 괴리율을 추정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괴리율을 추정하기 위한 변수와 실제 환율과의 인과관계를 살펴보는 작업 역시 중요하다. 인과관계에 대한 분석으로 대표적인 것은 그랜저 인과성 검정(Granger Causality Test)인데, 이는 변수들 간의 선후관계가 중요한 회귀분석보다 더 직관적으로 데이터에 표현되어 있는 인과관계를 추출하기에 유용하다.

실제 분석 결과 미국의 경우에는 해당 국가의 물가가 환율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유로존과 한국의 경우에는 소득수준이 많은 부분을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인플레이션 기대감은 쇠퇴하고 있는 상황임은 물론 미국의 물가상승률도 최근 몇 달간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다른 주요국 대비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어 달러가치가 약세를 보일 때 환율 균형점에 도달하게 된다.

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원화의 가치는 물가보다 한국 경기상황에 연동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한국의 올해 경제 전망 자체가 지속적으로 상향조정되고 있는 모습을 감안한다면 원화강세에 좀 더 비중을 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하반기 국내 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원화 약세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환율은 장기적 관점에서 ‘균형’에 다가간다는 것을 고려하면 무작정 원화 약세에 무게를 싣기 어렵다. 원·달러 환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