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waii Five-O

하와이에서 활동하는 경찰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인 CBS의 <하와이 파이브 오>(Hawaii Five-O)에는 아시아계 배우들이 많이 등장한다. 드라마 <로스트>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알려진 한국계 배우인 대니얼 대 김(Daniel Dae Kim)과 그레이스 박(Grace Park)이 경찰이면서 사촌 관계로 드라마에서 시즌 1부터 7까지 주요 역할로 등장한다. 또 <히어로즈> 등의 드라마에서도 등장했던 일본계 배우인 마시 오카 등 다른 미국 드라마와 달리 아시아계 등장인물이 많다.

아마도 하와이의 전체 인구에서 아시아계가 차지하는 비율이 41.6%나 되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워낙 아시아계 배우들이 TV나 영화에서 주연 배우로 등장하는 일이 드물다보니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여름 시즌 8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들 한국계 배우 2명이 모두 계약을 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떠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주요 배역 4명 중 2명의 백인 배우와 비교해서 아시아계 배우인 대니얼 대 김과 그레이스 박의 출연료가 낮아서, 이를 같은 수준으로 조정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아예 프로그램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CBS 방송국의 인기 프로그램 <하와이 파이브 오>는 1968년부터 12년간 방송됐고 이후 2010년 리메이크로 선보였는데, 첫 시즌부터 이들 한국계 배우 2명은 드라마에 참여했으며 2명의 백인 경찰과 함께 4명이 해당 드라마의 메인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CBS가 아시아계 배우들에게 제시한 출연료는 백인 배우들에 비해 10~15%가량 낮은 것으로 격차가 줄여지지 않자 드라마를 하차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갑작스러운 뉴스에 시청자들의 반응도 제각각인데 백인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은 ‘왜 모든 것을 인종과 결부하느냐, 이들 2명은 주연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라는 반면, 아시아계로 여겨지는 시청자들은 ‘아시아계가 절반이고 백인의 비율이 20%대에 불과한 하와이에서 백인 경찰들만 가득한 드라마가 과연 현실적이냐’라고 반문하고 있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모범 이민자’로 여겨지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경우가 많아서 차별이 없다거나 주류로 쉽게 편입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TV에서 묘사되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모습은 이런 생각과는 사실 거리가 멀다.

TV가 실제 사회를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금방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인들이 어떻게 여겨지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항상 백인들이 차지하고 아시아인들은 등장인물로 나오기는 하지만 주연인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주인공의 친구거나 직장 동료 등의 조연이다.

때때로는 혼혈임이 분명한 배우들이 아시아에서 갓 미국으로 온 아시아계 이민자로 등장해서 어설프고 이상한 발음으로 한국어나 중국어를 하기도 해 어이가 없는 경우도 많다.

아시아계 배우들이 나오는 경우에는 일을 열심히 하지만 사회성은 부족하고 이성에게 인기는 없는 소위 ‘재미없는’ 인물로 묘사되는 경우도 흔하며, 가난한 나라에서 와서 돈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모습으로 나와서 분통이 터지게 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그런 전형적인 역할로도 나오는 아시아계 배우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유명한 뮤지컬인 <미스 사이공>(Miss Saigon)이 동양인을 약한 존재이며 서양인이 구제해줘야 한다는 전형적인 서양인의 시각에서 바라보았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계 배우들이 미스 사이공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인공을 맡을 수 있는 작품이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초기에는 서양 배우들이 분장을 하고 아시아인 역할을 맡았는데, 요즘에 와서야 아시아계 배우들이 아시아계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나아진 점이라 할 수 있다. 언제쯤 미국의 무대와 TV에서 멋지고 당당한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연을 맡고, 그것이 새삼스럽지 않은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