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소재 기업인 넥솔론이 3차 매각이 실패해 파산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태양광 전지판인 ‘웨이퍼’를 제조하는 넥솔론은 2007년 OCI그룹 이수영 회장의 차남(이우정, 현 넥솔론 관리인)이 최대 주주로 참여하여 설립됐다.

웨이퍼는 폴리실리콘이라는 원료를 녹여 기둥형 주물(잉곳)을 만든후 얇은 판으로 잘라 연결해 만든다. 넥솔론은 이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는 업체다.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그룹이 넥솔론에 납품하는 것을 목표로 관계사 관계가 형성됐다.

OCI그룹은 지주회사인 OCI가 정점에서 그룹을 지휘한다. OCI의 지분은 이수영 회장이 10.92%, 막내 동생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이 5.43%를 갖고 있고 이수영 회장의 바로 아래 동생인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이 5.40%를 보유하고 있다.  OCI는 넥솔론에 대해 11.4%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태양광이 대체 에너지로 부상할 때 낵솔론은 고속 성장했다. 넥솔론은 2011년 5800억원이상 매출을 올리며 상승 가도를 달렸으나 중국이 시장에 참여하면서 원가경쟁에서 밀려 쇄락의 길을 걸었다.

회사는 늘어나는 차입금과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2015년 2월 서울회생법원 법정관리(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당시 넥솔론의 채무는 약 7천억~8천억원 사이로 알려졌다. 법정관리를 거치면서 회사의 채무는 약 4500억원으로 감면됐으나, 계속기업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법원은 의문이었다.

넥솔론의 최대채권자는 산업은행으로, 약 3천억원의 담보 채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다음 채권자는 우리은행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채권이 전체 채권의 90%를 차지한다.

당시 회사의 청산가치(파산했을 때 채권자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가치)는 2천억원선. 대체로 설비들이 청산가치로 산정됐다. 이마저도 현재는 감가상각이 돼 절반인 1000억원으로 가치가 떨어졌다.

매각이 안 되는 이유 있나?

넥솔론은 장래 수익성이 밝지 않다. 중국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게 가장 큰 이유다. 넥솔론이 생산하는 태양광 전지판 소재 '웨이퍼'는 중국 GCL폴리라는 업체가 전체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태양광 전지판의 제조는 얼마나 싼 전력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하느냐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생긴다. 중국 태양광 소재 제조시장은 내몽골 지역의 값싼 전력과 풍부한 노동력으로 가격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요인에서 국내 기업은 중국과 경쟁이 어렵다는 것이 넥솔론 관계자의 설명이다.

법원은 처음부터 M&A를 조건으로 하는 회생계획안을 요구했다. 넥솔론의 영업활동으로는 재기할 수 없다는 판단에 M&A가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삼덕회계법인의 김형채 회계사는 "회생법원 조사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에서 봤을때 처음부터 M&A가 전제로 한 회생계획이었다면, 이는 회사를 조기 정상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계속기업가치의 불확실성을 M&A를 통하여 해소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그는 "여러 차례 매각 시도에도 불구하고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회생계획안에서 추정한 것보다 시장에서 보는 가치가 더 낮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찰이 거듭될수록 기업가치를 부정적으로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회생절차를 계속 진행해도 될지를 최대 채권자에게 묻게 된다.

한편, 익산시와 지역 의원들은 최대 채권자인 산업은행을 설득해 이달 회생법원에 넥솔론의 파산을 막아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익산시 등이 넥솔론 회생절차와 관련,  지난 4월경에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이 의견서는 단순히 넥솔론의 회생절차가 계속 유지되기 바란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눈치 보는 인수 가능기업들

국내 태양광 업계에서 공격적 투자를 하는 곳은 한화그룹이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전무가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한화는 태양광 사업을 그룹의 차세대 먹거리로 판단, 지난 수년간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며 사업확장을 꾀했다. 현재 한화 큐셀은 중국 청도에 공장을 세워 연간 1기가의 웨이퍼를 생산한다.

한때 한화그룹이 넥솔론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넥솔론에 대한 인수타당성을 검토했던 한화는 최종 단계에서 인수를 포기했다.

넥솔론의 노조는 모회사인 OCI그룹이 넥솔론을 인수했으면 하는 눈치다. 노조의 바람과 달리 OCI도 사정은 여의치 않다. 태양광 전지에 필요한 폴리실리콘 생산 또한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 기업의 등장으로 공급과잉의 덫에 빠져 OCI도 여력이 없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최영규 전북도의원은 "넥솔론에 관심이 있는 대기업도 넥솔론이 M&A에 실패해 파산하는 것을 보고 있다가 헐값에 사오려 한다는 소문도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 넥솔론이 파산하게 되면 1500억원에서 1000억원까지 떨어진 청산가치는 다시 하락하게 된다. 설비는 고철가격 평가를 받게 된다.

넥솔론 직원들의 이탈도 가속화됐다. 1000명 가까이 됐던 직원들은 현재 430명만 남았다. 감원된 인원에 따라 공장 가동률은 20%에 불과하다. 남아 있는 직원의 고통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대출을 받아 우리 사주를 매입했던 직원들은 법정관리절차 중 상장 폐지되면서 고스란히 빚만 남게 됐다.

급여도 줄어 원리금 상환을 감당하지 못해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직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30대 젊은 가장들이 대부분이다.

넥솔론, 대안 있나?

최대 채권자인 산업은행의 생각은 뭘까.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회생절차에 대한 유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뿐 신규자금 지원과 같이 수혈을 검토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넥솔론의 거듭된 매각 실패에 OCI는 일찌감치 넥솔론에 대한 추가 지원이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은 상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OCI와 넥솔론이 특수관계이기는 하지만 OCI가 실질적으로 책임질 만큼 지분율(11.4%)이 많지 않고, 법원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에서 최대 채권자라 할 지라도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법원에 제출된 넥솔론의 회생계획안은 산업은행의 담보채권에 대해 원칙적으로 10년에 나눠서 갚는 계획이지만, 인수자가 나타나면 조기에 상환받을 수 있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동의한 회생계획안이다. 산업은행은 넥솔론에 새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OCI는 넥솔론을 인수해 유리한 조건에 납품을 하면 다른 중국 거래처에 강력한 이의를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넥솔론과 미국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건설한 태양광 시설에 대해 넥솔론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지원도 했다는 설명이다.

그 매각대금으로 넥솔론은 채무를 일부 상환하고 현재까지 운영자금으로 사용해 왔다. 또 이미 넥솔론에 납품하고 받지 못한 원재료 대금 900억원은 모두 상장 폐지된 가치 없은 주식으로 출자전환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현재 OCI의 지분은 13%으로 늘어난 상태다.

신규자금이 유입되더라도 미봉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노조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2030년까지 신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을 비중을 전체 생산량의 20%까지 증가하겠다고 공약하자, 당시 넥솔론 노조는 지역 노조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기도 했다.

전북지역 자치단체 관계자들은 넥솔론 3차 매각이 불발된 이후 정치권에 관심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넥솔론이 파산할 경우 근로자와 지역 상권에 미치는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조수웅 넥솔론 노조위원장은"넥솔론은 정상 경영을 할 당시 연간 약 570억원의 인건비를 지출했다. 직원들이 많이 줄어 현재는 200억원의 급여가 지출된다"며 "인근 골목상인들의 수입도 줄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북도의원은 "넥솔론은 익산지역에서 제일 큰 기업인데, 전라북도와 정치권이 군산조선소에만 집중하고 있어 넥솔론 문제가 소외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중앙정부에 넥솔론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전방위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아있는 넥솔론의 운영자금도 두달 정도면 바닥이 날 것이라고 조 위원장은 말했다. 김형채 회계사는 "정부가 넥솔론의 전력이용비를 시혜적으로 감액해 준다면 가격경쟁력이 생길 여지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넥솔론의 회생절차 일정과 맞아떨어질 것 같지 않다. 조 노조위원장은 "정부가 국내 공기업과 기간시설에 사용하는 태양광 전지만이라도 국내산을 납품받으려 한다면, 사정은 개선될 것"이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