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 로버트 해그스트롬 지음, 박성진 옮김, 부크온 펴냄

투자는 결국 안목이다. 선구안이 있어야 1루타든 만루홈런이든 칠 수 있다. 저자는 궁금했다. 과연 투자의 대가들은 주식시장과 투자를 바라보는 탁월한 안목과 식견을 어디서 키운 것일까. 그가 찾은 결론은 이 책의 원제목이다. ‘투자(투자과목)는 맨 마지막 교양과목’(Investing : The Last Liberal Art). 무작정 투자이론서만 읽지 말고, 모든 학문을 두루 섭렵하라는 얘기다.

책에는 물리학, 생물학, 사회학, 철학, 심리학, 문학, 수학 등이 등장한다. 단순히 개별 학문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학문이 어떻게 투자 혹은 경제학과 연결되는지 설명된다. 예를 들면, 다윈의 진화론은 ‘효율적 시장이론’과 연계되어 어떤 통찰력을 줄 수 있는지, 모티머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이 투자 리서치에 얼마나 유용하게 접목될 수 있는지 등이 상세히 나온다.

▲물리학 : 뉴턴의 ‘균형의 법칙’은 물리학의 핵심 개념이면서 경제학과 주식시장을 장악한 투자이론이다. 만약 골동품점 주인이 재고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면 가격 할인 협상이 가능하다. 반면 구매자가 어떤 독특한 물건을 갖고 싶은 욕구가 크다면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려 할 것이다. 점포에서 벌어지는 일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지배된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뉴턴의 ‘균형의 법칙’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생물학 : 다윈의 진화는 느리되 지속적이다. 속도가 어떠하든 세상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다윈의 경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일정 기간은 기업과 산업, 경제가 별다른 변화를 나타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결국 변하고 만다. 익숙했던 패러다임은 점진적으로 혹은 급격하게 무너진다.

▲사회학 : 사회학자들은 인간이 만든 모든 시스템은 ‘복잡계’라고 말한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그러하다. 나아가 모든 시스템의 보편적 특징을 ‘적응성’이라고 본다. 이러한 복잡적응계 연구 성과로부터 주식시장 등 시스템 작동방식에 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적응성’이란 ‘창발이론’의 핵심이다. 창발(Emergence)이란 세포나 신경세포 혹은 소비자 같은 개별 구성단위들이 모여 부분의 합(合)보다 더 큰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 전체가 상호작용하여 새로운 결과와 현상이 발생되는 것을 일컫는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창발적 행위의 완벽한 사례라고 소개한다.

▲심리학 : 심리학은 경제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리 마코위츠의 포트폴리오 이론은 자산을 분산투자해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가정 하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심리학은 사람들이 비이성적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결과 경제를 보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해졌다.

▲철학 : 실용주의는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절대적 증거를 얻을 수 없다고 본다. 실용주의 관점에 비춰보면, 신의 존재 여부를 묻는 것은 시간 낭비인 셈이다. 차라리 신을 믿는 것과 믿지 않는 것이 우리 삶에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는지를 묻는 것이 합리적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실용주의적 투자자라면 1차 모형에 어긋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수익증대에 유리한 2차 모형을 사용하고, 쓸모없는 모형은 버릴 수 있고, 버려야 한다.

▲문학 : 투자자에게도 독서는 중요하다. 독서는 투자자료 분석 능력을 향상시킨다. 더욱이 문학작품 속에는 기업 자료에서는 얻지 못할 것들이 많다. 모티머 애들러는 “문학작품이 끼치는 영향력을 거부하지 말라”고 말한 바 있다. 허구와 상상 속에서도 배울 게 있다.

▲수학 : 투자자의 의사결정은 확률적 행동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기록과 이용 가능한 최근 데이터를 결합해 확률을 계산해야 한다. 확률, 분산, 평균으로의 회귀, 두터운 꼬리 같은 수학적 도구들은 시장에 존재하는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해주지는 못하지만 줄여주기는 한다.

저자에 따르면 세계적인 투자 대가들은 하나같이 독서광이다. 관심 분야도 주식시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보다 넓은 관점에서 세상을 보려고 다양한 분야를 읽는다. 각 분야 학문과 지식에서 비롯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더 나은 투자 결정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현명한 사람치고 항상 뭔가를 읽지 않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워런 버핏과 내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얼마나 많이 읽는지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워런 버핏의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조언자 찰리 멍거의 말이다. 일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