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힐을 즐겨 신는 직장인 A씨(여·30)에게 말 못 할 고민이 생겼다. 발이 가렵고 발톱 색깔이 변색되면서 표면이 부스러지는 것이 ‘무좀’에 걸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무좀은 잘 안 씻어서 생긴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해 병원에 찾기도 민망했다. 며칠 동안 깨끗이 발을 씻고, TV에서 효과가 좋다고 광고된 연고를 발랐지만, 증상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A씨처럼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자가진단을 통해 무좀을 치료하면 제대로 된 효과를 보기 어렵다. 특히 무좀 증상이 나아진 것 같다고 해서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국민 10명 중 8명 무좀 증상…약국에서 산 치료제로 치료
대한의진균학회(회장 최종수)가 국민 621명을 대상으로 벌인 '대국민 손발톱무좀 질환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명은 손발톱무좀 증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국민 중 79%는 ▲손발톱 표면이 거칠어짐 ▲손발톱이 갈라지거나 부스러짐 ▲손발톱이 두꺼워짐 ▲손발톱이 변색됨과 같은 손발톱무좀의 주요 증상을 하나 이상 경험했다.

이러한 증상을 경험한 기간은 평균 3.7년으로 대부분 응답자가 증상을 장기간 방치하거나 적절한 치료를 시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많은 응답자가 손발톱무좀 증상이 나타났을 때 전문적인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다.

병원 치료가 필요한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67.3%는 “병원에서 치료해야 한다”면서  그 이유로 ▲손발톱무좀은 병원 의사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기 때문에(52.2%) ▲병원에서 치료하는 것이 더 빨리 낫기 때문에(32.5%) ▲병원에서 치료하는 것이 더 안전하기 때문(14.4%)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손발톱무좀 증상을 경험한 응답자 중 64.1%는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기보다는 ‘자가진단’을 통해 손발톱무좀임을 확신했다.

이후 취한 조치로는 '약국에서 치료제를 구입해 치료한다'가 36.9%로 가장 많았다. 이어 31.6%는 '손과 발을 깨끗하게 관리한다'고 답했고, “병원에서 바르는 치료제를 처방 받아 치료한다”는 답변은 14.6%에 그쳤다.

▲ 손발톱무좀 진단 방법(좌)과 손발톱무좀 진단 후 첫 조치(우)에 대한 설문조사. 출처=대한의진균학회

손발톱무좀 증상 나아진다고 끝 아냐…6개월~1년 이상 지켜봐야
손발톱무좀 진단과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치료 기간은 한없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손발톱무좀 치료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평균 치료 기간은 2년이었으며 그 이상 치료했다는 답변은 34.8%로 나타났다.  ▲장기적인 치료(68.6%) ▲반복적인 재발(61.5%) ▲치료의 효과가 낮음(43.8%) 등이 치료 과정의 불만 사항으로 꼽혔으며 이는 자의적인 치료 중단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치료를 경험한 응답자 중 완치 판정 이전에 병원 치료를 중단한 비율은 54.6%로 절반을 웃돌았다.  이유로는 ▲치료 기간이 너무 길어서(50.4%) ▲치료가 불편하거나 귀찮아서(49.6%) ▲눈으로 봤을 때 개선됐다고 생각되어서(43.4%) 등의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적절한 치료 중단이 증상 장기화와 재발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손발톱무좀은 손발톱이 새로 자라날 때까지 치료해야 해 일반적으로 손톱 6개월, 발톱은 12개월 정도 치료하며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무좀 보유한 만성질환자, 골수염·괴사 등 나타날 수 있어

손발톱무좀에 대한 올바른 인식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절반이 넘는 52.8%는 “손발톱무좀이 깨끗이 씻고 관리만 잘하면 나을 수 있는 질환”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손발톱무좀은 곰팡이의 일종인 피부사상균 등이 손발톱에 전염돼 일종의 감염인 ‘진균증’을 일으켜 발생하는데 항진균제를 사용하지 않고는 자연치유가 어려운 질환이다.

“손발톱무좀은 미관상 좋지 않을 뿐 신체건강과는 상관없다”고 답한 응답자도 38.6%에 달했는데, 손발톱무좀은 당뇨병, 말초혈관질환, 면역결핍 등 중증 및 만성질환 환자에서 골수염이나 괴사와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쉽게 낫지 않고 재발도 잦아 방치할 경우 치료가 더 어려워진다.

대한의진균학회 최종수 회장은 “손발톱무좀은 늦게 치료할수록 완치가 어렵고 치료 기간이 길어지는 질환"이라면서  “겉으로 완치된 것처럼 보여도 쉽게 재발하기 때문에 올바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며 꾸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손발톱무좀을 가볍게 여겨 눈으로만 보고 스스로 진단하거나 치료를 대충 해서는 안 된다”라며 “가장 먼저 손발톱무좀인지 여부를 전문의로부터 확인하고 알맞은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손발톱무좀 예방하고, 재발을 막는 일곱 가지 생활 수칙

▲ 출처=대한의진균학회

① 손발을 항상 깨끗하고 건조하게 관리하는 것이 좋다.
② 신발은 자주 갈아 신고, 신발 안이 축축해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③ 손톱깎이 등 손발톱 관리 도구를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④ 손발톱을 깎을 때 상처가 나지 않게끔 조심해야 한다.
⑤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에서는 가급적 개인 신발과 양말을 신는 것이 좋다.
⑥ 손발톱무좀에 걸렸다면 발수건, 슬리퍼, 욕실 매트 등은 가족과 공유하지 않는다.
⑦ 손발톱무좀 증상 의심 시, 병원에 방문해 초기에 치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