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생활가전 생산거점을 구축한다고 전격 발표했다.내년 초부터 세탁기 생산라인을 가동해, 미국 현지 소비자의 수요와 선호도에 맞춰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 투자 의향서 체결.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윌라드 호텔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와 헨리 맥마스터(Henry McMaster)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뉴베리 카운티에 가전 공장을 설립한다는 내용의 투자 의향서(LOI: Letter Of Intent)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윤부근 대표는 “삼성전자는 40여년간 미국에서 가전 사업을 추진해 오면서, 패밀리허브 냉장고, 플렉스워시 세탁기, 플렉스워시 건조기 등 소비자를 배려한 혁신적인 프리미엄 가전 제품들로 미국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며, “이번 생산거점 확보를 계기로 미국에서의 사업확장은 물론 글로벌 가전 트렌드를 선도하는 미국 소비자, 기술자, 혁신 기업들과의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 지역에 가전제품 생산거점을 건설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투자규모는 3억8000만달러, 고용규모는 950명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월스트리트저널이 예상했던 3억달러 투자, 고용규모 500명과 비교하면 막대한 투자다.

삼성전자는 가전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지속적인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3년 전부터 현지 생산 공장 설립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에 후보지들을 대상으로 사업성을 비롯한 다양한 평가를 진행했으며 삼성전자는 막판까지 앨라배마와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두고 고민한 결과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공장 설립에 대한 실질적인 협상을 실시했으며 뉴베리 카운티가 최종 선정됐다. 지역 내 숙련된 인재가 많고 발달된 공급망과 더불어 높은 운송망 인프라가 후한 점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뉴베리는 찰스턴 항구에서 불과 150마일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좋다.

게다가 삼성전자 가전제품 생산거점이 들어서는 뉴베리는 중장비업체인 캐터필러가 떠나면서 조만간 폐쇄할 예정인 발전기 조립공장이 있기 때문에, 투자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 뉴베리 공장부지.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미국 가전제품 생산거점 구축은 북미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트랙라인(Traqline)’ 조사 결과, 지난해 미국 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17.3%로 1위에 오른 바 있다. 현지의 고무적인 분위기를 바탕으로 제품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아우르는 강력한 인프라 조성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나아가 지난해 9월 삼성전자는 북미의 대표적인 럭셔리 가전 브랜드 데이코(Dacor)를 인수하며 빌트인 가전 생산거점을 캘리포니아 인더스트리에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신규 생산거점 확대를 통해 미국 프리미엄 가전 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 중심의 자국 경제 제일주의, 보호 무역주의에 영향을 받았다는 점도 부정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자국 경제 우선주의를 노골적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국내외 기업을 압박해왔다. 미국 중서부 러스트 벨트 블루칼라 백인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상태에서,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자국기업의 생산거점을 미국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3월2일 삼성전자가 미국에 가전공장을 세울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전자의 공식입장 발표가 나오기 전 손수 트위터를 통해 "고마워요 삼성!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Thank you, @samsung! We would love to have you!)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압박도 삼성전자의 전격적인 결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