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가 해외 물류사업을 확장한다. 이에 대해 글로비스 측은 이전부터 추진해온 해외사업 확대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기업집단의 내부자거래에 따가운 시선이 존재하는 만큼 현대글로비스도 70%에 달하는 내부거래를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북미 복합운송업체인 ‘아이티에스 테크놀로지앤로지스틱스’(ITS Technology & Logistics)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국내 한 언론사를 통해 28일 전해졌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인수 대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한 대상이 아닌 여러 대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14년 11월 폴란드 물류기업 아담폴(Adampol S.A)을 인수했으며 해외 물류시장 개척의 연장선에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글로비스, 내부거래 70% 부담이었나

현대글로비스의 M&A(기업인수합병)가능성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를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전체에 대한 보유 지분율은 미미한 데 반해 유독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율이 높다. 이에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과 정 부회장의 경영승계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가 이미 증권업계에 퍼져있다.

현대글로비스가 물류사업을 주력으로하는 만큼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현대글로비스에 일감을 몰아줘 성장한다면 정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도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물류회사인 현대글로비스의 실적향상을 도모하려면 ‘내부거래’가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이 회사의 수익구조다.

현행 공정거래법 상 내부거래액이 200억원 이상이거나 연 매출액의 12%를 넘으면 일감몰아주기의 규제 대상으로 보고 있다. 또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기업의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 부회장의 지분율이 29.9%로 규제 대상에서 가까스로 제외된 상황이다. 그러나 규제 대상인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에서 20% 이상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점, 보유지분과 관계 없이 내부거래 비중이 50%를 넘을 수 없는 등의 관련 규제가 강화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

▲ 2017년도 1분기 현대글로비스 특수관계인 매출매입 거래내역(단위: 천원)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올해 1분기 현대글로비스 매출액은 3조9773억원이며 이중 특수관계자(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엔지니어링 등)의 거래는 2조8080억원으로 내부거래가 무려 70%에 달한다. 사실상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셈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가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왔으나 여전히 높은 건 사실”이라며 “새정부 들어 지배구조개편도 원활하지 않고 공정거래위원회의 눈치도 봐야 하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국내 물류시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는 것”이라며 “내부거래에 쫓겨 M&A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기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변화 시나리오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각각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후 3개 투자회사가 합병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꼽혔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현행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가 자회사 및 손자회사로 금융사 지분을 소유할 수 없어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HMC투자증권 등의 소유지분이 문제가 된다.

자동차와 캐피탈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지주전환이 극적으로 추진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코노믹리뷰>는 지난 6월 19일 ‘복잡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들여다보니’ 제목의 기사를 통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은 지주사 전환보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현대글로비스는 물론 정 부회장이 11.7% 지분을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비상장)의 지분가치도 정 부회장의 현대차그룹의 지배력을 높이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현대글로비스가 내부거래의존도를 줄이고 해외사업 확대 등을 통해 그 성장을 담보하는 것이다. 또, 현대차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과 상관없이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를 높이기 위해 중요한 사안이다.

한편, 이날 현대글로비스의 북미운송업체 인수설에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전일대비 3.70% 오른 15만4000원을 기록했다. 이날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는 전일대비 각각 -0.31%, -0.39%하락, 현대모비스는 0.39% 강보합으로 마감한 것과 비교하면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상승이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