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 대학의 심리학자 수잔 피스크(Susan Fiske) 교수는 인간의 역량 요소인 유능함(Competence)과 따뜻함(Warmth)에 관한 연구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그녀의 연구에 의하면 인류는 지구에 출현한 이후 부족을 이루어 경쟁을 통해 생존해왔고, 그 부족 간의 경쟁은 몇 백만년이라는 오랜 동안이었으며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었기에 그 당시부터 생성 발전된 역량인 유능함과 따뜻함에 대한 선호가 인류의 DNA에 잠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류가 지상에 출현해 원시시대의 부족을 이루고 살기 시작했다. 초창기의 인류는 지금의 군집해 사는 동물의 생활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소규모 부족이 무리를 이루어 부족장의 지휘 아래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생활했고, 각 부족은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부족 간에 이 영역을 넓히기 위한 싸움은 끊이지 않았다. 가장 힘 세고 똑똑한 부족장은 다른 남성들 위에 군림했고 부족 여성 모두를 거느렸다. 무소불위의 권력과 혜택을 누리는 반면에 다른 부족의 침입으로부터 부족을 지켜야 하는 강한 책무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부족과 부족의 싸움으로 한 부족이 이기게 되면 점령한 부족장은 피점령 부족의 부족장과 젊은 남성들을 죽이고 그 부족의 여성을 취했다. 이러한 부족과 부족의 싸움은 계속되었기 때문에 부족의 여성들은 전투가 끝날 때마다 새로운 부족장 즉 남편이 바뀌는 상황을 맞을 수 있었고 이로 인해 현재의 부족장이 전쟁에 항상 이기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즉 유능함을 가진 부족장 아래에서 변화 없는 삶을 원했던 것이다. 사실 여성이 생존해 있는 동안에 부족장이 바뀌지 않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기에, 여성은 새로 점령한 부족장도 가능한 싸움에서 계속 이겨 남편이 바뀌지 않는 변화 없는 삶을 바랐을 것이다.

그런데 유능함을 가진 부족장, 즉 항상 싸움에 이겨 자신을 보호해줄 부족장이 부족원인 여성에게 충분한 조건은 아니었다. 새로운 부족장이 유능하긴 하지만 포악한 성격을 가져 자신에게 못되게 굴거나 전 부족장의 후손인 자기 자식에게 해코지를 한다면 이는 꽤 큰 문제였을 것이다. 새로운 부족장이 유능함과 함께 따뜻함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이렇듯 꽤 오랫동안 지속되어왔던 부족과 부족의 경쟁을 통한 인류의 진화는 부족원, 특히 여성과 어린이에게, 내 부족장이 유능함과 함께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인 따뜻함을 가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DNA를 가지게 했던 것이다. 인류는 원시시대 때부터 생존을 위해 유능함과 따뜻함에 대한 판단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내려야 했다.

피스크 교수는 이 연구를 기초로 마케팅학자 크리스 말론(Chris Malone)과 공동으로 광고도 브랜드의 가치에 호소하는 유능함의 광고와 더불어 따뜻하고 올바른 브랜드와 기업 이미지를 강조하는 따뜻함의 광고를 해야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냈고 이를 <휴먼브랜드>라는 책으로 집필했다. 제품과는 연계되지 않는 기업의 따뜻한 이미지를 나타내는 광고가 한동안 유행했고 지금도 브랜드의 따뜻함을 소구하는 광고 등 마케팅 활동을 우리는 매체를 통해 종종 볼 수 있게 되었다.

따뜻함의 가치는 인류의 DNA 속에 잠재해 마케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따뜻함은 영업에 있어서도 같다. 영업은 사회과학의 한 분야이다. 인간의 심리와 소통을 기반으로 영업은 시작되고 완성된다. 유능한 영업직원만으로 고객은 만족하지 않는다. 따뜻한 영업직원의 역량이 고객과의 신뢰를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제품을 파는 과일 가게의 주인이 평시에는 못된 성격과 잘못된 행실을 보인다면 그 가게에 가서 과일을 살까? 제품과 솔루션을 사는 영업직원이 마음에 꼭 드는 제안을 하고 납기를 맞추어 주고 유지보수도 불편하지 않게 잘 해주기는 하는데, 만약 사심이 있다면 불안해서 그 직원과 거래를 지속할 수 있을까? 아무도 두 경우 모두에 긍정적인 대답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 영업 전선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후배를 만났다. 그는 영업으로 경력을 시작해 15년 정도 되었고 지금은 베테랑 영업인으로 회사에 큰 기여를 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성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장래 유망한 영업인이다. “교수님, 15년 정도 되니 영업에 관해 뭔가 조금 알 것 같은데요. 고객 가치도 중요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도 중요하고, 승부사 정신도 중요한데 요즘 보니 회사 퇴직하고도 고객이 찾는 선배님들은 착하신 분들이더라고요. 바르고 따뜻하게 영업하는 사람을 고객도 챙기는 것 같아요. 영업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바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여요!”

따뜻하고 올바른 영업이 잘하는 영업과 합쳐질 때 강하고 진정한 영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