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언제 발발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가능성을 점검할 뿐이다.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를 다시 한 번 돌파한 상황에서 낙관론과 버블론이 공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투자시장에 한 가지 불변의 진리가 있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주가는 실적을 반영하다는 것이다. 증권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현재 한국증시가 버블단계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실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코스피지수는 26일 전일대비 10.06포인트(0.42%) 오른 2388.66포인트로 장을 마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권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코스피지수의 2400선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팽’(FANG: 페이스북, 아마존, 엔비디아, 구글)으로 불리는 미국 대표 IT주들이 최근 주가가 크게 흔들리자 증시 버블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물론 이러한 우려가 결코 ‘우려’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강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6월 FOMC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대다수 증권 전문가들은 연준이 금융시장 버블 차단의 의지를 내비쳤다고 해석했다.

지나치게 낮은 금리를 유지하면 금융시장에 버블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반면, 실물경제가 활황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급격히 올리게 되면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예고된 금리인상은 연준의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연준의 움직임에 버블이 의심되는 자산가격은 신경질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즉, 최근 FANG의 주가 움직임을 두고 글로벌 증시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는 ‘버블’이다.

▲ 미국채 10년물 금리 및 기준금리 추이와 위기 발발 [출처:동부증권]

강현기 동부증권 연구원은 “사회전반의 최저투자수익률이 최저자본조달비용을 하회하기 시작하면 시차를 두고 버블이 붕괴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현재는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주식시장의 추가 상승 여지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최저투자수익률을 미국채 10년물 금리, 최저자본조달비용을 미국 기준금리로 놓고 비교한 결과 지난 1990년 이후 두 금리수준이 맞닥뜨리는 시점은 실제로 버블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현재 미국채 10년물 금리와 기준금리차는 0.9%포인트로 ‘버블’을 단정하기란 어려운 시기다.

강 연구원은 “주식시장에 대형위기가 찾아오는 것은 물가상승 지속, 중앙은행의 통화는 긴축적이어야 한다”며 “경제 단위의 경쟁력이 저하되며 최저투자수익률은 낮아지고 자금을 구하기 위한 여건은 각박해져 최저자본조달비용이 높아지면 큰 일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이 지적한 최저투자수익률과 최저자본조달비용의 관계는 당연한 듯 들리지만 이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지난 2005년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의회 청문회 증언에서 단기금리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금리가 오르지 않는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일반적으로 단기금리가 상승하면 장기금리는 더 큰 폭으로 상승하지만 미 연준이 2004년 6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그린스펀 수수께끼’라고 불리며 중국 등 경상수지 흑자국들이 미국 국채를 사들인 것이 원인이었다. 결국 미국 기준금리가 미국채 10년물 금리를 상회했고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양적완화(QE)는 시장금리 조절을 위해 도입됐다. 경기부양을 위해 정책금리가 제로(0) 수준까지 내려가면서 금리조절만으로는 장기 금리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즉, 연준이 국채를 사들여 인위적으로 시장금리를 낮추기 시작한 것이다.

QE로 인해 금리는 낮아지고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은행의 대출이 늘어나고 자산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은 일반적 이론이다. 그러나 미 연준은 금융위기 당시 보험사 등이 보유한 국채를 매입하고 매입자금은 해당 보험사가 거래하는 은행의 지급준비금을 같은 규모로 늘렸다. 그리고 은행은 해당보험사의 예금계좌에 이에 해당하는 금액을 명시했다.

QE하면 돈을 마구 찍어 시장에 뿌리는 등 유동성 확대로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금리상승을 억제해 간접적으로 자금수요의 증대를 꾀하는 것이다.

미국 은행들은 연준에 적립하고 있는 지준이 과다할 경우 초과분을 페더럴펀드 시장에서 운용하고자 한다. 페더럴펀드 시장이란 은행이 준비금으로 중앙은행에 예치하고 있는 자금잔액을 은행 상호간 대차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콜(call)금리 시장이라 생각하면 된다.

즉,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초과지준이 과다하면 기준금리인상에 따른 단기금리 상승은 물론 장기금리 상승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연준이 기준금리와 함께 초과지준금리를 올린 이유도 만에 하나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한편, 연준의 보유 채권 비중은 주택저당증권(MBS)이 42%, 57%가 미국채며 이중 MBS는 대부분 만기 10년이상으로 구성돼 있다. 금융위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연준은 MBS를 거의 보유하지 않았으나 위기 후 연준의 MBS 매입은 모기지 금리를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했고 미 주택시장을 위기 이전으로 회복시켰다.

연준은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매달 자산 순만기 규모는 MBS 40억달러, 국채 60억달러로 정했다. 또 분기마다 제한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월간 제한규모는 MBS 200억달러, 국채는 300억달러가 될 때까지 분기마다 40억달러씩 늘릴 계획이다.

연준의 보유채권 구성 비중이 4:6, 월간 채권별 축소규모도 4:6이라는 점은 장단기 금리차의 과도한 확대를 막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위험한 경우는 크게 2가지”라며 “기준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가 반응하지 않을 경우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맞닥뜨려 위기를 촉발하는 경우와 장기간 시장금리가 낮은 상태를 유지해 버블 형성에 따른 충격이 발생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연준이 금리의 ‘완만한 상승’을 괜히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여지 자체가 그것뿐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연준의 정책 스탠스인 금리의 ‘완만한 상승’은 위기도, 버블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큰 충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가정하에 한국증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GDP 넘어선 한국 증시 시총, 버블일까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1637조원, 한국증시 시가총액(코스피+코스닥)은 1510조원이었다. 시가총액을 GDP로 나누면 작년말 시가총액/GDP비율은 0.93배다.

▲ GDP 대비 한국증시 비율 추이 [출처:한국은행, 한국거래소 자료 재인용]

이론적으로 한 나라의 GDP대비 증시는 1배 수준이 적정한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나라별 경제 환경이 다르다는 점에서 이 수치만을 갖고 해당국가의 증시를 평가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예로 홍콩증시에는 홍콩기업보다 홍콩 외 기업들이 더 많이 상장을 해 홍콩 GDP대비 홍콩증시의 시가총액이 높다.

하지만 한국은 GDP대비 시가총액비율이 비교적 균형 잡힌 국가로 지목된다. 그러나 한국증시도 암흑기가 있었다. 지난 1997년 아시아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개방경제를 맞이했지만 한국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한국의 GDP대비 시가총액비율이 1배를 넘어선 것은 글로벌 ‘버블’이 발생한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 발발 직전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해 한국증시의 시가총액은 GDP의 0.6배 수준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회복과 함께 한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시가총액을 끌어올렸다.

이후 한국증시는 GDP와 유사한 수준에서 움직였으며 최근 한국증시의 시가총액은 1750조원을 넘어 1800조원을 향해가고 있다. 한국의 올해 GDP성장률이 2% 후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한국의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은 약 1.04배 수준이다. 그렇다면 GDP대비 1배를 넘어선 한국증시는 버블일까.

답을 버블일수도, 아닐 수도 있다. 우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한국증시가 GDP를 넘어서는 것은 분명 부담이다. 반면, 이는 과거의 기록일 뿐 달라진 글로벌 경제환경과 한국기업들의 해외진출 확대를 고려하면 GDP와 한국증시의 시가총액을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투자정보제공업체 와이즈에프앤에 따르면 26일 기준 코스피 상장기업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195조원으로 전년동기 전망치 대비 20% 높은 수준이다. 한국증시가 상승하는 데는 실적외에도 대기업들의 지배구조개편 및 주주친화정책 등도 긍정적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증시가 GDP를 추종하듯 기업의 주가도 실적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으며 이익전망의 상승은 곧 실적을 반영하려는 주가의 움직임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 IT업종 긍정적 전망 이유 [출처:동부증권]

증권업계는 IT업종의 상승세가 부담은 있지만 펀더멘탈 상으로는 가장 각광받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동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에서 IT섹터는 가장 양호한 펀더멘털을 보이고 있다”며 “지수를 한 번 더 레벨시킬 수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 연구원은 “섹터배분은 IT, 운송, 건설, 철강 등은 비중확대, 건강관리, 자동차, 필수소비재 등은 비중축소를 제안한다”고 전했다.

▲ 자동차 및 부품 업종 부정적 전망 이유 [출처:동부증권]

비중축소 섹터 중 눈에 띄는 것은 자동차다. 동부증권도 26일 7월 투자전략 보고서를 내도 부진업종 중 하나로 자동차 섹터를 꼽았다. 국내 대표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순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도 낮다는 평을 내렸다.

한국증시의 양대 축으로 불리는 IT와 자동차 섹터의 갈림길에서 증시 추종보다는 산업에 대한 관심과 더 나아가 개별 기업의 실적에 집중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