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중고등학생들에게 여름방학이란 학기 중에 밀린 공부를 보충하고 다음 학기에 배울 내용을 미리 선행학습하는 시간으로 여겨진다. 대부분의 경우 여름방학 시작 전에 세웠던 원대한 꿈은 물거품이 되고, 결국 새 학기가 시작돼도 지난 학기와 다를 바 없는 성적 때문에 고민하고 여름방학에 좀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안 했는지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한국의 중고등학생들은 여름방학에 좋건 싫건 간에 학원이나 학습지, 온라인 강의 등을 통해 꾸준히 공부를 하는 데 목적을 둔다.

그런데 최근 여름방학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데 무슨 아르바이트냐고 하는 부모님들도 많았지만, 요즘은 사회 경험을 키운다는 취지에서 시작하는 학생들도 많고, 또한 생계를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생계형 알바’인 학생들도 꽤나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 15세 이상 청소년은 가족관계 증명서와 친권자 동의서를 제출하면 아르바이트가 합법적으로 가능하다. 고용주들의 입장에서는 꾸준히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성인들이 사람들과의 일처리도 수월하고 제시간에 출퇴근을 하고 업무 이해가 빨라서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술이나 경력이 없는 데다 미성년자이다 보니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제한적이라서 주유소,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은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가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다. 어릴 때부터 경제관념과 노동과 돈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해서 꼬마들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서 동네에서 판매하는가 하면 동네의 차량 세차, 편의점 및 패스트푸드점 근무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미국의 청소년들의 방학 중 단기 근로 비율이 현저히 하락하는 추세다.

한국의 청소년들이 점차 생계를 이유로, 혹은 사회 경험을 이유로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반면 미국의 청소년들은 대학 진학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줄이고 방학 동안 서머스쿨을 듣거나 대학 지원서에 넣을 봉사활동을 하는 데 여념이 없다.

1978년 여름에는 60%의 10대가 단기 근로를 했고 1986년 7월에는 16세에서 19세까지의 미국 10대 중 57%가 아르바이트의 단기 근로를 했다. 2002년까지도 여름 방학 중 10대들의 단기근로비율은 50%를 꾸준히 넘어섰는데, 이후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해서 지난 2016년 7월에는 10대들 중 겨우 36%만이 단기 근로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미국 10대들이 과거의 10대들에 비해서 경제적으로 책임감이 부족하거나 더 게을러져서 여름에 아르바이트를 안 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 10대들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거나 대학을 가지 않았던 비율이 높았던 것과 달리, 최근의 10대들은 고등학교를 대부분 졸업하고 대학 진학률도 높아지면서 여름방학 동안 아르바이트 대신 서머스쿨을 다니거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대학 입학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1986년에는 16세에서 19세의 10대들 중 여름방학에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비율이 12%에 불과했으나 2016년에는 그 비율이 42%로 3배가 넘게 증가한 것이 좋은 증거다.

고등학교 졸업생이 대학으로 진학하는 비율도 크게 증가해서 2년제와 4년제의 대학에 진학하는 10대들은 30년 전과 비교해서 25%가 증가해서 대학 신입생의 약 70% 정도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으로 온 경우다. 24년 전인 1992년에는 고등학교 졸업생이 진학하는 비율은 54.3%에 그쳤다.

10대들의 단기 근로가 줄어든 또 다른 이유는 예전에 비해서 취약해진 취업시장 상황 때문에 10대들이 푼돈을 받기 위해 하던 일들을 이제는 성인들이 저임금으로 업무를 계속하기 때문이다.

2000년에서 2001년 사이 옷가게나 슈퍼마켓 등의 유통업체에서 일하는 10대들의 비중은 12%였으나 15년 후인 2016년에는 이 비율이 7%로 하락했다. 10대들의 근로 비율이 하락한 대신 이 자리를 채운 것은 외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을 온 성인들이나 퇴직할 연령이 지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