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28일 방미길에 오른다. 지난주 외부일정을 줄이며 정상회담 준비에 공을 들인 상황에서 로이터 등과 연이은 인터뷰를 통해 일종의 아젠다 셋팅도 마쳤다는 후문이다.

취임 후 49일만에 오르는 방미 길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일정이다. 최근 미국에서 오토 웜비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상대로 강경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북핵문제를 빠르게 해결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상황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79일만에 방미길에 올라 당시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만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54일만에 캠프 데이비드에서 손수 골프카트를 운전하며 부시 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71일만에 방미길에 올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로즈가든을 산책하며 소기의 성과를 올렸으나 인턴 선추행 사건을 일으킨 윤창중 사건으로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방미는 3박5일의 촉박한 일정이지만 정상회담 그 자체에 강하게 포커싱된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로지 워싱턴에만 머물며 뉴욕과 LA 등의 방문 일정을 잡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물론 미 행정부, 의회, 학계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핵심사항을 논하겠다는 각오다.

실제로 일정을 보면 2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환영만찬을 시작으로 30일 정상회담 및 공동 기자회견, 7월1일 귀국으로 잡혀있다. 시간을 분초단위로 쪼개어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핵심은 한미동맹과 북핵해법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이른바 '워싱턴 발언'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일어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동맹 강화를 비롯해 북핵해법을 위한 의미있는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지상과제다. 남북관계 재정립을 비롯해 전반적인 대북정책,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한미 FTA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드배치와 관련된 이슈는 절차와 규정을 강조하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이 목표라는 말이 나온다.

현재 미국 내부는 오토 웜비어가 사망한 것을 계기로 분위기 자체가 대북강경일변도로 흐를 가능성이 감지된다. 특히 미국이 북한과 의미있는 대화에 나서려던 순간 오토 웜비어가 사망하면서 양측의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지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유연하고 강력한 외교력을 보여줘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제2차 북핵 위기가 시작되는 시점 미국 내 북폭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에서 부시 전 대통령을 만나 국내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파병 요청을 승인, 최악의 상황을 면한 사례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기간 미국의 타임지가 자신을 소개한 문구인 'The negotiator(협상가)'의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 외교가를 통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