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ICT 업체의 갑질은 상당히 오래된 이슈다. 개선을 위한 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산업과 경영의 문제로 치부되어 변화의 동력이 크게 상실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ICT 업체의 문제를 독점 경쟁의 측면에서 판단하겠다는 주장을 해 눈길을 끈다.

김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ICT 업체의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에 관심을 가지고 이와 관련된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점 금지법과 무리한 시장 선점 현상을 살피겠다는 것.

김 위원장은 "미래의 새로운 산업을 지탱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발전적 규제의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현재 구글은 유럽에서 시장 독과점과 세금포탈 의혹을 받아 천문학적인 벌금을 낼 처지에 놓여있으며 페이스북과 애플 등도 비슷한 논란에 휘말린 상태다. 이들의 공통점은 현지 시장 지배력 강화에 따른 독점적 횡포현상을 보여준다는 대목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제재가 거의 없는 상태다. 그런 이유로 김 위원장의 인터뷰는 '미래 산업의 발전을 위해'라는 전제에서 출발해 '바로 잡아야 할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의지의 천명으로 보인다.

첫 타깃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구글의 경우 지난해 지도 반출 논란을 일으키면서 우리 정부가 자신들이 원하는 지도를 반출하지 않을 경우 '한국은 도태될 것'이라는 반협박을 불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켓몬고의 출시로 확인할 수 있듯이 대안은 항상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구글의 무리한 '욕심'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와 망 레이턴시 문제를 두고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규제의 대상이다. 김 위원장이 거론한 규제 대상에 네이버와 같은 토종 ICT 시장 포식자도 포함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글로벌 ICT 기업과 토종 기업을 동일선상에 두고 판단, 역시 동일한 규제를 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토종 기업이라고 해도 시장 독점 등의 폐혜를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잣대를 글로벌 ICT 기업과 동일하게 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말도 나온다.

치킨값 하락을 끌어낸 상태지만 '가격결정에 참여한 것이 아닌,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던 김 위원장의 공정위가 토종 시장 포식자와 군소 사업자, 나아가 글로벌 ICT 공룡들이 산재해있는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