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의 인적분할과 자사주 소각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세부적으로 보면 SK케미칼의 주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주가가 하락한다면 이미 대량의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SK케미칼의 지분을 늘려놓은 최창원 부회장의 경영권이 위험해진다.

그래서 의문이 생긴다. SK케미칼의 지배구조개편이 사업구조 효율화를 위함일까. 아니면 최 부회장을 위한 것일까. 

SK케미칼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의결했다. 분할비율은 SK케미칼홀딩스(가칭, 투자회사)과 SK케미칼(가칭, 사업회사)가 0.48대 0.52로 결정됐다.

이번 결정은 SK케미칼이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경영효율성을 증대시킨다는 데 목적을 뒀다. 투자부문은 자회사 관리 및 신규사업투자에, 사업부문은 Green Chemical 및 Life Science 사업에 집중함으로써 사업특성에 맞는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사업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독립적인 경영 및 객관적인 성과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책임 경영체제를 확립한다는 것이 주 목표다.

SK케미칼, 기업·주주가치 제고...이상적이고 아름답다

SK케미칼의 가장 큰 약점은 실적측면에서 ‘케미칼’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다양한 산업 군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SK케미칼은 본래 섬유·화학 등 유화 중심의 회사였으나 최근에는 화학·제약·바이오 쪽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개선해왔다.

SK케미칼 관계자는 “기존 사업들을 대체하기 위한 신규사업들을 시도하고 있다”며 “사업포트폴리오 개선과 고부가가치 신규사업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실적부문에 있어서 가스나 건설 등의 볼륨이 커 SK케미칼의 변화가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SK케미칼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지배구조상)가스, 건설 등까지 연결돼 있어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지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SK케미칼은 화학·제약·바이오 모두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연결 투자회사인 SK가스 등이 실적면에서 본업을 압도한다. 이는 기업의 실적분석 및 가치평가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SK케미칼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경영효율화와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증대시켜 적정한 기업가치를 평가 받음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일`이다.

SK케미칼기업·주주가치 제고...누굴 위한 것?

SK케미칼이 지주사 전환을 발표한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은 단연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의 지분이다. 최 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으로 현재 SK케미칼 주식 413만1560주(17%, 보통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주식담보대출 내역(*SK케미칼 2015년 12월 유상증자)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한국거래소]

지난 3월말 기준 최 부회장은 SK케미칼 주식 319만8202주를 주식담보대출로 제공했다. 이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케미칼 주식의 무려 77%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최 부회장이 주식담보대출 등을 이용해 SK케미칼 주식을 늘려왔다고 본다. <이코노믹리뷰>가 최창원 부회장의 주식담보대출 주식수와 주식담보대출 계약체결일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최 부회장이 주식담보대출로 제공한 319만8202주의 평균단가는 6만441원이다.

일반적으로 주식담보대출은 담보가액의 약 50~70%가 가능하다. 따라서 최 부회장이 주식담보대출로 주식을 매입한 자금규모는 950억~1350억원으로 추정된다.

주식담보대출은 말 그대로 주식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주가가 어느 수준에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담보가치가 일정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금융회사는 강제로 담보된 주식을 팔기 때문이며 이를 ‘반대매매’라 부른다.

반대매매의 한도는 통상 담보가치의 55%다. 따라서 이를 적용하면 최 부회장의 지분이 반대매매로 나올 수 있는 구간은 SK케미칼의 주가가 3만4243원이다. 현재 SK케미칼의 주가가 7만원대를 넘어서고 있으나 작년말과 올해초에는 6만원대를 이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평균일 뿐 최 부회장은 2015년 12월에 7만2000원, 2016년 1월 7만8000원, 4월에는 78000원과 7만4400원에 각각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했으며 이 기간 매입한 총 주식수는 111만2239주에 달한다. 이들 주식의 평균 매수단가는 7만6000원으로 반대매매가 나올 수 있는 구간은 4만1780원이다. 물론 이 또한 반대매매에서 여유롭다고 할 수 있다.

▲ SK케미칼 주가추이 [출처:한국거래소]

그러나 SK케미칼은 2015년 12월 15일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그만큼 이전에 최 부회장이 제공한 주식담보가치는 낮아졌으며 이에 해당되는 주식수는 총 173만3000주로 총 주식담보대출 물량의 절반을 넘어선다.

한편, SK케미칼은 지난 2015년 이후 실적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반대매매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 하지만 SK케미칼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보면 2015년부터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특히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변동이 2015년부터 큰 폭으로 마이너스 전환한 영향이 컸다. 이러한 가운데 연결회사들의 실적이 반영되다 보니 투하자본수익률(ROIC), 자기자본이익률(ROE) 등도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SK케미칼의 투자매력도는 점차 사라졌다.

한편, 최 부회장은 지난해 2월 29일 SK케미칼의 손자회사인 SK디앤디 주식 160만주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당시 SK디앤디의 주가는 6만3600원이었으나 올해 3월 3만8000원대로 하락했다. 반대매매가 담보가치의 55%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 부회장의 지분이 사라질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 SK디앤디 주가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그러나 SK디앤디는 무상증자를 단행했고 SK디앤디의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SK디앤디는 최 부회장이 SK케미칼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중요한 재원이다.

업계에서는 최 부회장의 SK케미칼 지분이 30%돼야 적정하다고 보고 있는데 현 지분율 대비 무려 13%P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현재 SK케미칼 시가총액이 1조9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19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이다.

최 부회장은 SK디앤디의 지분 24%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현 시가기준 약 1382억원이다. 최 부회장이 SK케미칼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SK디앤디의 주가가 SK케미칼 대비 높게 상승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SK디앤디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지속하는 등 긍정인 상황만은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SK디앤디와 SK케미칼의 주가는 반드시 ‘상승 구간’에서 업치락 뒷치락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최창원 회장은 ‘반대매매 공포’에서 헤어나올 수 없음은 물론 SK케미칼의 지배도 물거품이 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SK케미칼의 이번 결정은 기업을 분석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새정부의 대기업그룹 집단의 압박이 더 강해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최 부회장의 반대매매도 완벽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지주사 전환 결정을 좋게 평가하면 ‘입체적 전략’이고, 반대의 경우는 지배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SK케미칼 관계자는 “주식담보대출 관련 사항은 최 부회장 개인의 일”이라며 “신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기업의 이런 점을 더 봐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사주를 이용한 인적분할을 하지 않는 것도 지배력 강화보다는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