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업은 콘텐츠의 확산, 그리고 기대되는 파급효과만으로도 매력적인 분야다. 그러나 산업의 발전적 방안을 말하기 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있다. 이 문제들은 길게는 지난 몇 년, 짧게는 지난 한 달 동안 동일한 상황을 두고 해석하는 관점의 차이를 보이며 치열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바로 넷플릭스(Netflix)로 대두된 영화 유통 플랫폼의 다변화, 그리고 스크린 독과점이다.

▲ 콘텐츠 유통 논란의 중심, 영화 <옥자>. 출처= 네이버 영화

플랫폼 경쟁 “콘텐츠 흐름의 대세” VS “기존 생태계 파괴”

영상 콘텐츠의 공유와 확산에 있어 미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NETFLIX)’는 막강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DVD와 블루레이 디스크 대여 업체였던 넷플릭스는 다양한 유료 동영상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급성장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콘텐츠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고 원활한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의 유명 제작자들과 협업해 영화들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온라인 스트리밍을 우선하는 넷플릭스의 영화 콘텐츠 유통은 스크린(영화관)과 연계된 기존 영화 유통 시스템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과 같았다. 스크린 상영 우선을 전제하고 상영이 종료된 이후, DVD 같은 저장 매체로 제작되거나 온라인 스트리밍, IP TV 등으로 공개되는 기존 영화 유통 시스템과 넷플릭스의 온라인 전략은 넷플릭스가 자체적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대립하기 시작했다.

영화 <옥자> 논란은 넷플릭스와 극장 사업자들의 확실한 대립을 보여줬던 사례다. 제70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던 <옥자>는 프랑스에서 언론시사회가 있던 날 영화가 시작된 지 8분 만에 상영이 중단됐고 처음부터 다시 상영됐다. 스크린 상영이 우선되지 않은 온라인 스트리밍 유통을 전제하고 만든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에 대한 프랑스 극장사업자들의 거부감 표출이었다. 논란은 우리나라에서도 계속된다. 넷플릭스의 온‧오프라인 동시 공개를 반대하는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은 <옥자>의 상영을 거부했고 결국 <옥자>는 전국 79개 극장 103개 스크린에서만 볼 수 있게 됐다.

일련의 논란을 콘텐츠 업계에서는 2가지 관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첫 번째 관점은 가능한 빠르고 활발한 공유 확산으로 수익을 발생시키는 최근의 트렌드에 맞춰 영화가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의견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영화 콘텐츠의 공유는 스크린이라는 플랫폼을 우선할 필요가 없으며, 영화 제작사나 유통업체들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소비자들이 더 많이 선호하는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다.

▲ 옥자 극장상영 신문광고. 출처= 옥자SPC

이에 맞서는 두 번째 관점은 스크린을 중심으로 한 기존 영화 생태계의 파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화산업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미국, 일본, 유럽의 영화 업계에서도 산업의 중심은 ‘극장’에 맞춰져 있다. 여기에는 영화라는 콘텐츠가 극장이라는 플랫폼에서야 그 가치를 가장 온전하게 실현할 수 있다는 논리가 전제돼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지난 수십년간 영화 산업을 발전시켜온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글로벌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는 넷플릭스일지라도 영화를 만들고 공유하고자 한다면 기존의 시스템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논리의 핵심이다.

영화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극장 사업자들은 지난 수십년간의 영화 유통 경험을 통해 가장 안정적인 사업 운영과 수익 창출을 도모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왔다”며 “이번 논란은 극장 사업자들이 영화의 메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온 자신들의 입지를 강조하는 것과, 최근의 콘텐츠 트렌드를 반영한 넷플릭스의 온라인 전략이 마찰을 빚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느 한쪽의 옳고 그름을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가치 해석의 문제임을 시사했다.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결국에는 시장 전체의 발전에 더 유리한 방향성을 제시하거나 더 많은 콘텐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플랫폼이 지금의 치열한 힘겨루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크린 독과점 “예술 다양성 저해” VS “수요공급 논리”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국내 영화업계에서 오랜 기간 동안 지적돼온 문제지만 확실한 해결책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문제의 골자는 이렇다. 다수의 상영관을 보유한 멀티플렉스 업체들이 수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면서 소위 ‘돈이 될 만한’ 영화들로 스크린 배정이 편중돼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영화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여기서 돈이 될 만한 영화들이란, 해외(주로 미국)의 대자본이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영화이거나 멀티플렉스와 영화 제작사들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대기업에서 제작한 영화들을 말한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들어갔거나 소규모 제작사가 만든 영화들은 스크린을 충분하게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 어느 한쪽만이 옳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업계에서 공감하고 있는 의견이다.

▲ 출처= 메가박스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은 “관객이 한 명이라도 더 관람할 수 있는 인기 작품들을 가능한 많이 선보여야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며 “스크린 배정은 생존을 위한 기업들의 선택 문제”라고 말한다.

반면 영화 제작자들 측에서는 “멀티플렉스들의 수익 극대화를 그대로 인정하는 논리라면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들어간 영화나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닌 작품들은 일정 기간 이상 스크린에 걸릴 기회조차 빼앗기게 된다”며 “이는 다양한 영화 콘텐츠를 극장에서 즐기고자 하는 영화 소비자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로써는 2가지 논쟁의 완벽한 정답은 찾을 수는 없다. 같은 상황을 두고 각자가 속한 이해관계와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영화 유통 플랫폼들과 제작 업계의 이견(異見) 대립이다. 영화 산업의 발전적 방향을 위해서는 그 이견들의 간극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관건은 각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충분한 논의를 하고자 하는 의지다.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상영관 배분은 문제를 어느 쪽에서 해석하는가에 따라 의견이 달라질 수 있어 민감한 부분”이라며 “극장 사업자들도 오랜 시간 같은 내용의 비판을 받고 있는 만큼 영화 상영의 다양성과 수익 추구의 균형을 충분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