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은 현재 진행형으로 인류를 변화시키고 있다. 모바일인터넷 확산으로 거의 모든 국가의 대부분 도시인들은 디지털化(digitalized)되었고, 이제 모든 사물들이 인터넷에 연결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그야말로 전지구적 디지털化가 시시각각 진행되고 있다. 인류의 지식은 ‘구글’이란 플랫폼에 모이는데 성공했고, 온라인의 완전무결함은 오프라인의 비효율과 휴먼에러(human error)를 해결하면서 전통적 제조와 서비스 산업을 교란적으로 혁신(disruptive innovation)하고 있다. 알파고로 전인류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인공지능은 실생활 깊숙이 침투하며 ‘생각하는 인간’의 특수성을 너무나 평범하게 만들고 있다. 4차산업혁명은 단순한 기대감이나 잠시 지나갈 트렌드가 아니라 인류의 생산방식과 가치창조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세기적 변화인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 4차산업혁명을 리딩할 주역은 누구일까? 바로 중국이다.

“4차산업혁명 선진국, 중국”

우리는 앞으로 이 명제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이제 근거를 통해 이 명제를 확인해보자.

세계 최대 온라인게임 기업이자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업인 텐센트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아시아 최고 기업가치(약 380조원)의 자리를 차지했다. 8.8억 명의 사용자를 거느리고 있는 텐센트는 중국 대륙 전체를 클라우드(cloud)공간으로 구겨 넣었고 중국 인민의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을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수준으로 올려놓고 있다. 

한마디로, 중국의 도시인들은 텐센트의 생태계를 벗어나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미디어, 컨텐츠, 게임, 상거래 등 텐센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텐센트의 메신저 서비스 위챗(微信)을 통해 개인화되어 추천되는 뉴스를 읽고 출근길에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弟弟出行)의 앱을 통해 택시를 잡는다. 저녁식사는 디엔핑(点评)으로, 영화는 웨이피아오(微票)로 예약한다. 언급된 모든 서비스는 텐센트가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이른바 텐센트 생태계의 서비스다. 텐센트의 영향력을 미국 기업에 비교하자면 검색의 구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페이스북, 전자상거래의 아마존, 차량공유의 우버, 숙박공유의 에어비앤비 등의 기업들의 영향력을 모두 합친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여기에 금융, 의료, 공공서비스가 더해진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미국에선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혁신적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가히 도시인 한 사람에 대한 영향력 측면에서 중국의 텐센트는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경쟁적으로 도입시킨 QR코드 인식을 통한 모바일 간편결재는 이미 실물 화폐를 완전히 대체해서 결재, 송금, 투자, 심지어 팁과 길거리 구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실제로 필자는 거의 매달 중국으로 출장을 떠나는데 2016년 4분기 이후로 중국에서 현금을 사용해본 적이 없다. 지폐와 동전이 지갑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모든 거래는 중국 현지폰의 위챗지갑에 자동으로 기록되어있다.

공항에 도착하면 택시는 중국판 카카오택시인 디디추싱 앱 서비스로 부르는데 택시에서 내릴 때 별도 지급행위가 전혀 필요 없다. 위챗지갑에 연동되어 있어서 자동으로 과금된다. 음식점에서도 주문을 하려는데 카운터가 사라졌다. 테이블마다 붙어있는 QR코드를 인식해야 주문할 수 있어졌다. 스마트폰으로 음식점에서 주문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된 세상, 바로 중국이다. 주문에서 결재에 이르기까지 사람을 상대할 일이 사라졌다.

이제 중국의 택시, 음식점, 은행, 병원 등 상상할 수 있는 오프라인의 모든 서비스가 텐센트 혹은 알리바바 생태계가 일궈낸 수많은 스마트폰 앱서비스를 통해서 온라인으로 연결되었고, 오프라인의 효율성을 극강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어떻게 이러한 도약적 변화가 가능했을까?”

첫 번째 이유는 아이러닉하게도 낙후된 오프라인에 있다. 오프라인의 유통, 물류, 서비스 수준이 너무나 낙후되어 있었기에 온라인이 선사해주는 편리함에 대한 효용이 더욱 컸던 것이다. QR코드 간편결재의 급속한 보급은 역설적으로 신용카드 충분히 보급되지 않았기에 파급력이 더욱 컸던 것이다.

두 번째 성공요인은 정부의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공식적으로 ‘인터넷플러스(互联网+)’를 시진핑 정권의 중점 경제성장 모델로 설정했다. 인터넷에 모든 것들을 더한다는 의미의 ‘인터넷플러스’ 정책을 통해 중국 정부는 2년 남짓한 기간 안에 중국 대륙 전체를 디지털化하는데 성공했다.

‘인터넷플러스’는 잠자던 중국의 잠재력을 일깨워주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비효율적이고 문제가 가득했던 중국의 오프라인 생태계는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단숨에 디지털化에 성공했고, 이로 인한 부산물로 서비스 수준의 급격한 진전이 이뤄졌다. 중국판 우버인 차량공유앱 디디추싱의 쫜처(专车) 서비스가 그 사례다. 한국의 카카오블랙에 해당하는 쫜처 서비스를 처음 사용하고는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깔끔한 정장 차림의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주고 건네주는 친절한 안내 멘트는 “뒷좌석에 고급 생수와 티슈, 그리고 휴대폰 충전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따라 안내드리겠습니다.”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택시 기사와 언쟁을 일삼던 시절은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과거가 되어버린 것인가? ‘인터넷플러스’는 중국이 단순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를 넘어서 기술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시키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 4차산업혁명의 주역들은 단순히 중국 시장의 스케일에만 의존해서 성장하지 않는다.”

얼마 전 텐센트 생태계에서 전자상거래를 담당하는 징동상청(jd.com)은 드론을 활용한 배송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향후 2~3년간 중국 전역에 수백 개의 드론 집하장을 마련하고 중형 드론을 통해 중국의 낙후된 산악/농촌 지역으로 묶음 배송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에서조차 징동상청의 드론배송에 대해 아마존의 소형 드론을 활용한 배송 시스템보다 상업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아직 전자상거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에 대한 접근성을 드론을 통해 해결하려는 이러한 시도는 중국 기업들의 속도와 유연성, 그리고 창조성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이제 중국 기업들에게 근원적 창조성과 세계적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수식어는 편견이 되었다. 드론계의 럭셔리 브랜드인 DJI는 중국 심천에서 시작된 스타트업 기업이다. 드론만 팔아서 매출을 조 단위로 기록하고 있고, 기업 가치는 이미 10조원을 넘어간다. DJI의 창업가는 아직 30대인 프랭크왕(80년생)이다. 중국의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빠링허우(80년대생) 인재들은 중국의 13억 스케일과 미국의 근원적 창조성을 결합하는 환상의 레시피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중국이 최근 2~3년간 이룩한 무서운 디지털化가 앞으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과 만나면서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 더 무서워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동양+서양+기술+문화가 융합된 젊은 인재들이 중국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 경영의 핵심은 스피드와 유연성이다.”

근면 성실한 노력의 의미가 퇴색되는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창조성에 더욱 천착할 수밖에 없고 창조성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스피드와 유연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사업과 투자의 경계가 사라진다. 모든 사업의 의사결정은 투자의 연장선상에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는 기업은 소프트뱅크다. 본연의 종사하는 사업이 무엇인지 규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게 흩뿌려진 투자의 행보는 ‘미래적 기술에 대한 길목 차단 투자’라는 말로 설명될 수 있다. 손정의 회장은 300년 비전으로 기술로 변화될 인류의 미래에 투자하겠다는 선언을 공공연히 하고 다닌다. 이러한 비전 가득한 과감한 투자행보의 가장 큰 과실은 다름 아닌 중국의 알리바바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마윈 회장이 아니라 소프트뱅크가 최대주주다. 알리바바 뿐 아니다. 손정의 회장은 중국의 길목을 누구보다 잘 알고 매우 성공적으로 그 길목을 차단해왔다. 핀란드의 세계 최고의 모바일 게임사 수퍼셀(supercell)을 3조 원대에 인수했던 소프트뱅크는 얼마 전 중국 텐센트에 10조원 넘는 가치에 매각했다. 또한, 미국의 영감 가득한 영화제작사 레전더리픽쳐스(legendary pictures)도 소프트뱅크의 손을 거쳐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사 완다로 매각되었다. 기술과 중국의 길목. 소프트뱅크의 사업과 투자의 전략방향을 나타내주는 두 키워드다.

이러한 소프트뱅크의 전략은 4차산업혁명의 리딩국가로 자리 잡을 중국을 맞이하는 대한민국의 전략 수립에 좋은 벤치마킹 사례라 할 수 있다. 기술의 진보와 중국의 성장이 불가피한(inevitable) 미래라면, 4차산업혁명의 선진국 중국을 시기 질투할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고 부가가치를 창조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스마트한 전략일 것이기 때문이다.

*위의 글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 전문가 포럼 기고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