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의 쇼핑 형태가 예전에 비해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40~50대의 중년 남성들은 백화점 직원이 권해주는 옷을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무엇을 입느냐보다 어떻게 입느냐가 중요한 요즘 최소 시즌별 트렌드 정도는 알고 구매해야 하지 않겠는가? 패션의 기본이자 남자를 가장 남자답게 만드는 ‘수트’의 가을 트렌드를 짚어본다.

최근 회식자리에서 50대 남성들의 옷 구매에 대한 짧은 대화가 이어졌다 “ 뭘 힘들게 여기저기 다녀요? 전 한 곳에서 직원이 권해주는 옷을 여러 벌 한꺼번에 구입해요.” “ 나도 그래요, 셔츠도 한 곳에서 여러 벌 사고 직원이 권해준 스타일이 마음에 들면 바지부터 재킷까지 아예 그들이 코디해 준 대로 구매할 때도 많아요.”

이처럼 최근 남성들의 쇼핑 형태는 아내나 여자 친구가 사주는 옷이 아닌 그들이 자주 가는 단골 매장에서 자신의 마음에 들거나 직원들이 스타일링 해주는 옷을 구매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때문에 기업들은 남성들을 위해 '‘가이드’를 제시하는 형태의 풀(full) 코디네이션 형태의 세트 상품을 전략상품으로 제안하고 있다.

제일모직 신사복 갤럭시에서는 재킷-셔츠-팬츠로 구성된 상품을 기획, 함께 코디되는 이너, 팬츠까지 모두 세트로 제안해 남성들의 선택을 돕는다. 로가디스 컬렉션에서는 3+always list라는 30대가 옷장 속에 반드시 지녀야 할 아이템을 제안한다. 재킷, 셔츠, 코트를 망라하는 가장 핵심적인 아이템으로 구성되었으며, 네이비 블레이저, 베이지 치노팬츠 등이 주요 아이템이다.

남성들의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 주는 세트상품이 점차 확산되고 있지만 모든 상품을 세트 메뉴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남성들의 쇼핑에 도움을 주고자 남성의 상징이자 가장 많이 입는 ‘수트’의 가을 트렌드를 알아보았다.

제안1:스타일은 슬림핏, 색깔은 그레이 강추
이번 시즌 남성복의 트렌드는 고급스러운 클래식과, 보디 라인을 살려주는 핏, 복고 스타일의 체크 패턴 등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의 이현정 디자인 실장은 “올 가을 클래식 스타일은 부드러운 곡선 라인을 살려 우아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더했다”고 말한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도시적인 느낌의 클래식 수트에 구두나 가방, 벨트, 지갑 등의 피혁류 뿐만 아니라 화려한 포켓 스퀘어, 프린트 타이, 스카프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 중요한 트렌드로 제안된다.

또한 여전히 보디 라인을 살려주는 슬림한 핏(Fit)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어깨 패드나 심지 등 부자재를 최소화해 가볍고, 부드러운 실루엣을 강조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인체에 맞춘 패턴의 사용 등으로 실용적인 편안함을 줄 수 있다. 로가디스컬렉션의 김나라 디자인실장은 “수트와 재킷에 기본적으로 슬림한 실루엣을 살리면서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스타일이 강조되는 것이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가을 컬러로는 그레이가 주목된다. 특히 명도가 다른 컬러를 조합하는 톤 온 톤(Tone on tone) 스타일로 연출한다면 한층 고급스럽고 세련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그레이 외 트렌드 컬러로는 그린, 카키 등 가을 느낌을 나타내는 컬러와 레드, 오렌지, 펌프킨(호박색) 등 에너지 넘치는 컬러들이 액선트 컬러로 등장해 그레이 컬러와 조화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제안2:체크패턴 복고 스타일 회귀하라
올 가을 남성복은 과거의 복고 무드에 한발 더 다가섰다. 지난 봄 유행했던 심플하고 실용적인 90년대 감성 스타일에 이어 70~80년대 복고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복고풍 스타일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다양한 체크무늬 패턴이 눈길을 끌고 있다.

솔리드 패턴이 평정하던 수트시장에서 체크 패턴은 새로운 느낌으로 제안되며 부각되고 있다. 깅엄, 윈도페인, 글렌체크 등 다양한 체크 패턴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세정의 신사복 브랜드 인디안 옴므는 브라운과 네이비 컬러 믹스의 트렌디한 체크 패턴과 슬림한 피팅감의 정장을 제안한다. 수트의 패턴이 부담스럽다면, 패턴이 가미된 타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셔츠나 카디건에 체크무늬가 가미된 옷을 연출하거나 단색의 단조로움을 보완해 톤 온 톤 패턴으로 코디한다면 심플하고 모던하며 따뜻한 연출이 가능하다. 소재는 고급스럽고 은은한 광택감의 실크 혼방 소재에 캐시미어, 밍크 등의 고급 특수모가 혼방된 소재가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가을, 겨울 날씨에는 기온에 맞는 소재의 볼륨감이 중요해지며 코트나 재킷 소재로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알파카나 앙고라 혼방 소재가 더욱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제안3:클래식 수트에는 클래식 슈즈
올 가을, 복고와 함께 클래식 슈즈 열풍이 불면서 남성 슈즈 컬러가 한층 밝아졌다. 구두 앞코에 작은 구멍으로 장식을 낸 클래식 슈즈의 대표격인 윙팁 스타일 역시 올 가을 브라운 컬러의 반응이 가장 높다.

금강제화 헤리티지 MD 김상범 차장은 “가장 기본이 되는 클래식 구두는 밝은 브라운 컬러의 윙팁 슈즈”라며 “대부분의 남성들이 블랙 구두를 기본으로 알고 모든 정장에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브라운 구두는 부드러운 느낌으로 어떤 컬러의 옷에나 무난하게 어울린다”고 조언한다.

최원영 기자 uni354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