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 영화 거장 故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젊은 시절. 출처= Wikimedia

“의미란 계속 물을수록 무의미해진다. 쓸 수 있거나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영화로 만들 수 있다. 세상의 암흑이 클지라도 우리는 우리 각자의 빛을 찾아야만 한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역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계태엽 오렌지>를 만든 세계적 거장 故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1928.7.26~ 1999.3.7) 감독이 영화라는 콘텐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아 남긴 명언이다. 영화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의 시각화가 가능한 예술적 결과물이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예술 분야를 구현하는 것은 유일무이한 콘텐츠다.

이제 영화는 단순히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져 공급되는 수요공급의 논리를 넘어 하나의 문화 산업군으로 여겨지며 점점 그 경제적 가치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다. 아울러 ‘지속가능한 개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영화는 콘텐츠 영역에서 가장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즉, 영화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가치가 충분한 영역이다.

그렇다면 영화 산업은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투자받을 만한’ 가치들을 증명하고 있을까.

영화의 경제학적 가치, ‘시네마노믹스(Cinemanomics)’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콘텐츠의 힘, 산업을 키우다”

산업의 관점에서 영화는 매우 독특한 유형의 상품이다. 더 정확하게는 예술성과 상품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예술상품’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예술성은 영화라는 예술의 심미적(審美的) 가치이며, 상품성은 상업적 판매를 전제로 제작된 재화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영화에 대한 소비가 발생하는 원천이다. 동시에 영화는 수많은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의 기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현재 영화산업의 경제적 가치는 어느 정도로 산출할 수 있을까. 최근 수년간 세계 영화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통구조가 다변화되는 등 변화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세계 영화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1.9% 증가한 853억9800만달러(한화 약 97조1060억원)를 기록했다. 성장률은 2009년에서 2014년까지 5년 동안 평균 0.7%의 증가세를 보였다. 연평균 성장률이 1% 이하로 낮게 산출된 것에는 가정에서 영화 작품을 ‘대여해’ 즐기는 홈비디오 수요의 축소가 반영됐다.

그러나 세계 영화산업은 박스오피스의 꾸준한 성장과 OTT(Over the Top, 개방된 범용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을 전달하는 서비스) 등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는 디지털 배급 시장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영화 OTT는 2014년 기준 80억5300만달러(9조1594억원)로 전년 대비 22.6%, 2009~2014년 동안 연평균 23.9%의 성장률, 영화 유료 텔레비전 방송(Pay- TV), TV VOD는 같은 기간 19.0%의 급격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 요인과 더불어 멀티플렉스 운영(박스오피스), 극장 광고, 디지털 배급의 성장과 현재 산업의 변화 추이를 감안할 때 2018년 세계 영화시장은 연평균 4.5%의 성장률을 나타내며 경제규모는 1100억9200만달러(한화 약 125조163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가별 영화산업의 영향력으로는 미국이 ‘절대강자’의 입지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중국이 새로운 경쟁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 거대한 자본의 동원, 헐리웃 메이저 스튜디오의 제작 역량, 세계 최고 수준의 시각 특수효과 등으로 대형 영화들을 양산해내며 세계 영화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14년 20세기폭스·월트디즈니·워너브러더스·소니·파라마운트 등 미국의 7개 메이저 스튜디오의 세계 영화 상영관 매출은 약 243억달러(27조6218억원)를 기록했다.

2014년 중국 영화시장 규모는 50억65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9% 성장했으며 최근 5년(2009 ~2014)의 연평균 성장률은 28.4%를 기록했다. 중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자본력을 근간으로 해외영화사 지분 투자, 멀티플렉스 브랜드 운영 등으로 점점 그 규모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그 외로 세계 영화시장을 이끄는 ‘메인 스트림’으로 평가되는 국가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과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영화산업의 경제 규모를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나열된 각 나라별 영화산업의 수익은 영화와 관련된 모든 경제적 기대효과가 전부 반영된 것이 아니다. 산업규모의 수익은 순수하게 영화라는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상영되는 유통 과정으로만 발생한 액수의 계산이다. 영화산업에는 OSMU(One-Source Multi-Use, 하나의 콘텐츠를 본래 영역 이외의 파생 상품에 적용해 이윤을 극대화하는)적 속성이 있다. 영화의 유통으로 발생하는 경제효과 이상의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는 특성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다.

▲ 상영수익을 넘어서는 콘텐츠 활용 가능성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 출처= 네이버 영화

미국의 한 산업 조사기관에 따르면 <스타워즈> 시리즈는 77년 첫 작품을 개봉한 이후, 2016년까지 40년에 전 세계에서 290억달러(한화 약 33조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놀랍게도 이렇게 발생한 수익 중에서 영화 상영으로 올린 수익은 43억달러(4조8000억원), 즉 전체의 15%에 불과하다. 나머지 85%는 <스타워즈>라는 영화 콘텐츠를 활용함으로써 발생한 수익이며 심지어 이 수익은 애니메이션·게임·장난감·패션디자인 등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면서 매년 그 가치가 증가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마블(MARVEL)과 DC의 히어로물 확장 세계관을 영화화한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 <매트릭스>, <캐리비안의 해적>도 영화 상영으로 인한 기본 수익 이상의 파급효과를 보여주는 OSMU의 사례들이다.

한국 영화산업의 한계 ‘박스오피스‧자국영화 중심’

그렇다면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현황은 어떨까. 국내 영화시장은 2006년을 정점으로, 2009년까지 다소 침체된 이후 2010년부터는 극장 매출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의 일시적 침체는 산업 내의 구조조정과 경기불황에 따른 산업 외적 요인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5년 극장 및 부가시장 매출 증가에 따라 국내 영화시장 규모는 2조1131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지난 몇 년간의 추이를 보면 국내 영화산업의 규모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 멀티플렉스들의 매출이 2009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서는 등 박스오피스(극장사업)의 비약적 성장이 반영됐다. 특히 2012년에는 한국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전년 대비 17.7%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고 2015년에는 1조71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 출처= 픽사베이

한국 영화시장의 극장 상영 비중은 2006년 59.4%에서 2015년 83.7%까지 높아졌다. 이는 비중 면에서 부가시장 대비 약 5.1배의 차이를 보이며 박스오피스에 대한 국내 시장의 높은 의존도를 보여준다. 아울러 한국영화는 지난 10년간 평균 50% 전후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자국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선호로 영화제작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 영화시장의 성장세의 속도는 점점 더뎌지고 있으며 발생하는 수익이 영화 콘텐츠로 인해 발생하는 부가가치 창출보다는 박스오피스(극장사업)에 편중되는 현상이 고착화되는 것은 하나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극장 매출액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는 있으나 성장률은 둔화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과거처럼 극장이 산업의 성장을 주도하는 성장은 점점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국내 영화를 활용한 수익 창출 전략들을 타진하고 있다.

영화업계 한 전문가는 “세계에서 자국 영화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외 대부분 국가들의 영화산업도 자국의 자체적 수요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문화적 장벽이 높은 영화 콘텐츠의 특성을 고려하는 다양한 접근법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