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ARP 홈페이지

한국에서는 각종 유통업체 멤버십 카드나 이동통신사 회원 혜택 등을 이용해서 다양한 할인 혜택을 받아왔던 터라 미국에서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멤버십이 있는지 눈여겨보곤 했다. 유통업체마다 여러 신용카드 회사와 제휴를 맺고 다양한 할인 및 이벤트를 제공해주는데, 유독 낯익지 않은 회사명이 거의 모든 유통업체 혜택 리스트에 항상 들어 있었다.

출장을 가기 위해서 예약을 하려던 호텔의 웹페이지에서는 AARP 회원이면 10%를 할인해주고 포인트도 10% 추가로 더 준다고 한다. 렌트카 회사들도 10%에서 최고 25%까지 AARP 회원들에게는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늘 가는 던킨 도너츠는 커피를 사면 도넛 하나를 공짜로 준다.

미국 전역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AARP 회원들에게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거기다 안 그래도 저렴해서 한국 관광객들에게 인기 폭발인 아울렛도 AARP 회원들은 아울렛 할인 가격에서 추가 할인되는 쿠폰을 제공한다. 영화 티켓도 25% 할인해주고 드러그스토어에서는 구입 시에 스토어 포인트를 1.5배로 적립해준다고 하니 이건 천하무적 VIP멤버십 정도로 여겨진다. 그런데 AARP는 이런 유통업체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보험상품에서도 언급되며 잡지, 그리고 TV 광고까지 있는 것이다.

도대체 AARP가 무엇인지 알아보니 미국은퇴자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Retired Persons)의 약자로, 은퇴자들의 협회인데 그 활동이 실로 다양하고 영향력이 대단하다. 1958년 캘리포니아에서 은퇴 교사들을 대상으로 에델 안드러스 박사가 설립한 AARP는 1960년대에 다른 직종의 은퇴자들도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은퇴자가 아닌 사람들도 50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이익집단으로 바뀌었다.

AARP 회원 중 절반 이상이 전업이나 시간제로 근무하면서 단체의 공식 명칭도 과거의 ‘은퇴자협회’라는 이름을 아예 쓰지 않고 약자인 AARP로만 사용하고 있다. AARP의 연간 회원가입비는 16달러에 불과하고, 그조차도 다양한 할인행사로 10달러 선에서 가입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서 가입회원 숫자가 무려 3800만명에 달한다.

워낙 많은 숫자의 회원을 보유한 덕분에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로비력을 자랑하며 비영리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보조금보다는 자체적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상당하다.

2015년 AARP의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AARP 로고와 이름을 사용해서 홍보를 하거나 AARP 회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려는 기업들에게서 받은 수익이 8억3864만달러에 달했으며 회원가입비만 2억9500만달러, AARP 잡지에 실리는 광고비만 1억4960만달러로 전체 수입이 14억 달러가 넘는 거대 조직이다. AARP 재단 산하에 어린이 교육 자선단체, 영리기관 연구단체, 은퇴자를 위한 법률지원단체 등의 7개 재단과 단체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미국 내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한 비영리 단체로 자리매김한 덕분에 지난 2008년 오바마와 매케인이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을 때, <타임>과 AARP는 공동으로 양 후보를 불러 TV 대담을 갖고 은퇴자들과 노년층에 대한 정책 제안을 들을 정도로 위상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 미국 전체 유권자의 약 20%가 회원인 탓에 정치인들이 AARP의 영향력을 우습게 볼 수 없는 것이다.

은퇴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인 만큼 정부 정책이나 기업들의 대응이 은퇴자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친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트럼프케어에 대한 반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오바마케어의 핵심이었던 건강보험 의부 가입조항이 사라지고 저소득층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는 등의 내용인 트럼프 케어에 대해서, AARP는 노년층에 대한 혜택이 크게 줄었다면서 다른 시민단체와 함께 네바다주 리노를 시작으로 수주에 걸쳐서 반트럼프 케어 행사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