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 스타필드하남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모델 S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20일부터 ‘모델 S 90D’의 고객 인도를 시작한다. 계약을 받고 있는 모델 S의 다른 파생모델과 모델 X 등도 인증을 마치는대로 국내에 상륙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등 국내 완성차 업계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테슬라 차량이 긴 주행거리와 역동적인 주행감각을 자랑하는 만큼 이에 대응할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다.

‘슈퍼차저’로 무장한 테슬라

20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날 소수의 사전계약 고객을 대상으로 비공개 행사를 진행하고 모델 S를 한국에 공식 출시했다. 지난 3월 경기도 하남과 서울 청담동에 전시장을 연지 3개월여 만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8월 한글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 진출 의사를 밝혔다. 이후 50만~200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주력 차종에 대한 계약을 받기 시작했다. 이때 주문한 물량이 이날 처음으로 국내에 상륙, 인도된 것이다. 테슬라코리아 측은 구체적인 사전계약 대수와 도입 물량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 테슬라 모델 S. 테슬라는 20일 국내 고객들에게 모델 S 90D를 인도하며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이 차는 90kW급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 시 378km를 달릴 수 있다. / 출처 = 테슬라 홈페이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전기차의 국내 상륙때문만은 아니다. 전기차 시장규모가 아직 긴장할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성차 업체들은 테슬라가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해 전용 급속 충전소인 ‘슈퍼차저’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테슬라 전용 급속 충전소가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국내 전기차 모델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테슬라는 지난달부터 서울 강남, 서울 강북, 충남 천안, 강원도 원주 등 4곳에 슈퍼차저를 구축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연내 최대 14개의 시설을 구축하겠다는 내부 목표도 세웠다.

슈퍼차저는 120KW급 전력을 배터리에 직접 공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90KW 크기의 배터리를 장착한 ‘모델 S 90D’를 30분만 충전해도 약 270km 달릴 수 있다.

국내 전기차충전소 대부분이 급속충전에 50KW급 전력을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테슬라가 비교우위에 있는 셈이다. 테슬라는 완속충전기인 ‘데스티네이션 차저’ 역시 현재 61곳까지 확보했다.

▲ 테슬라의 전용 급속충전기인 슈퍼차저. 120kW의 전력을 공급해 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 4개가 구비돼 있으며 테슬라는 연내 14개까지 슈퍼차저를 늘릴 계획이다. / 출처 = 테슬라 홈페이지

환경부 등이 보급한 충전기 역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공공 충전 커넥터, 220V로 사용 가능한 이동형 충전기 등을 보급할 계획이다.

전기차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목받는 ‘충전 문제’에서 테슬라가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모델 S로 대표되는 차량의 경쟁력이 우수하다는 점도 국내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부담 요소다.

테슬라가 이날 고객 인도를 시작한 모델 S 90D는 90kW급 배터리를 장착해 완충 시 378km를 달릴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데 4.4초가 소요된다. 가격은 1억2100만원이다. 배터리 용량이 기준치를 초과해 정부로부터 전기차 보조금은 받을 수 없다.

인증을 받고 있는 모델 S 75D와 모델 S 100D의 경우 가격이 각각 9945만원, 1억1310만원 수준에 책정됐다. 배터리 용량이 다른만큼 완충 시 주행가능거리가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용성’으로 대응책 마련하는 국산차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비싼 가격과 용도 등을 이유로 테슬라 모델 S와 국산 전기차의 직접 경쟁이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다.

▲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 출처 = 현대자동차

2017년 현재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는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이다. 누적 보급대수가 5000대를 넘었다. 기아차 쏘울 EV와 르노삼성 SM3 Z.E.는 2500여대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판되는 차량 중 가장 긴 주행거리를 지닌 것이 인기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기차의 최대 단점으로 지목받은 주행거리의 불안을 일정 수준 해소하면서 지지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완충 시 주행가능거리는 191km로 쏘울 EV(180km, 이전 모델 148km), SM3 Z.E.(135km)를 앞서고 있다.

378km를 달리는 모델 S 90D의 상륙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신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가격이 4000만원 수준에 책정, 보조금 혜택 적용 시 2000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가격이 1억원 이상 차이나는 모델 S의 경쟁차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 테슬라 모델 3. 올해 하반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인 보급형 전기차다. 테슬라는 국내 고객들을 대상으로도 이 차의 사전계약을 받고 있다. 국내 고객인도는 내년께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 출처 = 테슬라 홈페이지

다만 내년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테슬라가 ‘보급형 전기차’를 표방한 모델 3를 국내 시장에 들여올 계획이기 때문이다.

모델 3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모델 S와 비슷한 주행거리를 지니면서 가격이 3만5000달러(약 4000만원)에 형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오닉 일렉트릭, 쏘울 EV보다 주행거리가 훨씬 길지만 가격대는 비슷한 경쟁상대가 되는 셈이다.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등은 급하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한국지엠은 글로벌 본사와 함께 신모델 개발에 착수, 올해 ‘쉐보레 볼트 EV’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 차는 60kW 배터리를 장착해 국내 기준 383km를 달릴 수 있다. 모델 S보다 배터리 용량이 30kW나 작지만 주행거리는 비슷한 셈이다. 이 차가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차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쉐보레 볼트 EV 실내 / 출처 = 한국지엠

국내 판매 가격은 4779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올해 판매를 시작했는데, 초도 물량이 2시간여만에 완판될만큼 반응이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엠은 볼트 EV를 통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에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내년 초 출시해 안방사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공개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의 차체에 60kW급 배터리를 장착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코나EV를 통해  국내 기준 390km의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설정해 놓았다. 

마찬가지로 핵심 개발 과제는 실용성이 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제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모델 3, 볼트 EV 등에 대응해 개발된 모델이라는 점에서 높은 전비와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예측된다.

르노삼성이 찾은 해법도 ‘실용성’이다. 르노삼성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중인 르노 ‘조에’를 올 2019년께 들여올 계획이다. 41kW 배터리를 장착해 400km(유럽기준)를 달릴 수 있는 차다.

▲ 르노삼성이 최근 판매를 시작한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 출처 = 르노삼성자동차

최근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통해 신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트위지는 220V 가정용 일반 플러그로 약 600원(일반가정 요율 1㎾h 당 100원 기준)어치만 충전해도 최대 80km를 주행할 수 있는 모델이다.

1인승·2인승이 제공되며 가격은 1500만~1550만원 수준이다. 보조금 적용 시 400만~700만원 수준에 구입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