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도 경제가 안정적인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한 것과 대조적으로 미국 대형 은행들은 자동차 대출(오토론)을 축소하는 등 금리 인상 후폭풍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로 기준금리는 물론 각종 대출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5대 시중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오토론 대출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어 가계대출과 함께 동반부실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미국 대형 은행들이 자동차 대출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은행들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인기가 급락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채무불이행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고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 자동차대출시장에 집중 투자했으나 최근 이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연방예금보험공사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 미국 주요 상업은행들의 자동차 대출 규모는 4400억달러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16억달러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6년 만에 처음이며 2분기 연속 줄어든 것이다.  웰스파고와 JP모건체이스 등 두 형 행의 1분기 자동차대출 감소 규모는 난해 1분기 대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FT는 자동차의 실제 가치 이상 또는 채무자의 상환 능력 이상으로 대출이 이뤄지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상황이 재연되고  채무불이행과 소송이 제기될 것에 대한 불안 탓에 은행들이 동차대출 축소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신용정보업체 트랜스유니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자동차 대출 연체율은 1.44%로  전년도에 비해 13% 높아졌다. 이는 2009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약 430만명의 미국인들이 자동차를 새로 리스하거나 대출을 받았는데 현재의 연체율 수준은 2개월 이상 자동차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는 미국인이 100만명을 넘는다는 의미인 만큼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 (출처: Pixa Bay)

주담대 풍선효과 오토론으로 전이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정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자동차시장은 보유대수 2200만대 수준이어서 미국과 비교할 수 없는 작은 규모다. 그렇지만 가계부채가 1400조원을 눈 앞에 둔 시점에서 정부의 6.19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대출이 자동차 대출 시장으로 이전되어 금융회사의  여유 자금 운용의 돌파구로 활용되면서 가계대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국내 금리도 실질적으로 줄줄이 인상되고 있어 향후 금리가 추가으로 오를 가능성을 감안하면 주택담보대출보다 높은 금리로 원리금을 함께 분할상환해야 하는 자동차대출(오토론)의 부실화가 먼저 진행될 수 있다는 염려 또한 높다.

오토론 판매는 자동차 판매회사의 계열사인 캐피탈사나 개별 캐피탈회사가 주로 했다.  그런데 지금은 시중은행도 너도나도 뛰어든 탓에 레드오션으로 바뀌었다. 제 1금융권에선 신한은행이 지난 2010년 가장 먼저 오토론을 판매해 해마다 실적이  증가하고 소비자의 각광을 받자 시중은행 전체가 가담했다.

오토론은 금융회사가 차주에게 차량 구입자금을 빌려준다는 점에서는 캐피탈사가 취급하는 오토할부금융과 유사하지만 소비자와 금융회사가 양자 간에 거래를 통해 자동차 구매를 위한 대금을 직접 주고 받는 형태를 가진다는 점과 운용금리 결정, 마케팅 활동 등을 금융회사가 직접 한다는 점에서 오토할부금융과 다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오토론 대출 잔액은 총 19조3000억원에 이른다. 지난 2012년 14조원 규모인 시장이 불과 4년여 만에 5조원 증가하는 등 큰 시장으로 성장한 것이다.  특히 2015년말부터 2016년 6월까지 6개월 새에 1조 1000억원이 증가하면서 직전 연도에서 연간 1조원 증가하던 추세를 2배 이상 뛰어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 수치는 은행을 빼고 캐피탈과 제2금융권 등에서 판매한 금액만 집계한 규모여서 시중은행의 오토론까지 포함한다면 전체 시장 규모는 30조원을 훨씬 넘어섰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0년 은행권 최초로 신차 구입자금 대출상품인 '써니마이카 대출'을 선보였고 시장의 반응이 좋자  중고차 대출과 중고차 시세 조회, 허위 매물 여부 확인 등을 지원하는 '신한 마이카 중고차 서비스'프로그램도 개발해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마이카대출 누적 취급액은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3조5492억원이며 그 중 신차 할부가 2조원대로 70%, 나머지 30%는 중고차 대출이 차지한다.

신한은행이 오토론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영역을 확대하자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까지 잇달아 뛰어들었다. 각 은들은 특색있는 신차대출, 중고차대출, 캐피탈사에서 받은 비싼 이자 대출을 대환해 주는 전환대출 까지 다양한 상품을 내놓았다.  시장의 파이가 제한돼 있는 만큼 각자가 차지할 몫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오토론을 나눠먹는 은행의 속셈

5대 시중은행들이 오토론시장에 참여하는 이유는 가계대출시장이 막히고 여유자금을 운용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고민하다  투자위험은 매우 작으면서도 여유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대체 먹을거리로 오토론이 떠오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오토론은 채무자의 순수한 일반 신용대출로 취급하지 않고 SGI서울보증보험이  90%~100% 채무를 보증하는 오토론 보증보험증권을 담보로 대출을 취급하기 때문에 은행 측은 대출의 부실화에 따른 위험을 헤지한 최고의 무위험 대출인 셈이다.

게다가 이자율은 주택담보대출보다 최소 1%~3% 포인트 높아  수익성 면에서도 '다다익선'인 시장이어서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황금시장인 것이다.

내재되어 있는 부실화 우려

오토론은 금융회사에게는  땅 짚고 헤엄치기 같이 즐거운 놀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출시스템을 볼 때 시장의 변동성으로  대출의 부실화가 진행되면 은행만 안전할 수 없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여신선진화 프로그램’의 진행으로 기존 주담대와 신규 주담대 합해서 모두 일시상환조건을 원리금 분할상환조건으로 변경한 전체 전환률이 평균 46%에 이른다.

분할상환조건의 대출금은 금리가 고정되어 안정적인 시장에서는 채무자가 계획성을 갖고 만기까지 균등한 금액으로 상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시장 금리가 인상될 시점에 변동금리로 상환하는 조건은 매우 불리한 상환조건이다.

주담대를 원리금분할상환조건으로 대출받은 채무자가 오토론까지 원리금분할상환조건으로 받았다면 월상환금이 늘어 부담이 커지고 금리까지 오르면 저소득층과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고, 정작 상환이 어려워지면 작은 규모의 오토론을 먼저 연체하게 될 것이다.

또 오토론은 채무자가 보증료를 내고 대출을 받기 때문에 담보를 제공한 것으로 여겨 채무자가 쉽게 부실화에 동의할 수 있다.

은행들은 당장 입에 달다고 오토론을 덥썩 물었지만 시장 상황을 멀리 내다보면 머지않아 은행을 부실화의 궁지로 몰아넣을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오토론의 부실화는 주담대를 넘어 전 가계부채의 부실화로 진전될 소지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토론시장이  부실화 위험이 적고 수익성이 높아 은행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우리나라 자동차시장이 포화상태로  신차의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한계시장에 도달했다"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 금리도 인상될 경우 오토론의 부실화가 안 온다고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은행들은 대출대상을 엄정하게 제한하는 등 신중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