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최근 6개월 사이 최저치까지 떨어진 국제유가가 16일(이하 미국 현지시각) 반등하면서 상승으로 한 주를 마쳤지만 앞날은 어둡다.  

국제유가는 한 주 단위로는 4주 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고 반등을 위한 계기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벤치마크 원유인 서부텍스산원유(WTI)는 이번 일주일 동안 2.4% 떨어졌다. 지난 2015년 8월 이후 거의 2년 만에 가장 긴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다가 오는 주에 상승세를 탈지 아니면 또 하락할지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7월물은 전날보다 0.63%(28센트) 오른 배럴당 44.74달러로 장을 마쳤다. 런던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북해산 브렌트유 8월물도 전날보다 0.81%(38센트) 상승한 47.30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반등했지만 주간 기준은 하락을 면하지 못했다. 지난 한 주동안 WTI는 2.4%, 브렌트유는 1.6% 떨어졌다. 두 유종 모두 4주 연속으로 내림세다.

국제유가는 미국 원유 증산과 휘발유 수요 부진이 맞물리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에 원유가 넘쳐날 것이라는 우려를 키운 탓에 강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 15일 WTI가 지난해 11월14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이유다.

글로벌 통화의 왕 달러의 복귀도 한 몫을 했다. 달러로 표시되는 원유와 금 등 상품 가격은 달러 가치가 오려면 반대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인다. 다른 통화를 이용해서 상품을 사는 것을 더 비싸게 하기 때문에 수요를 줄이고 따라서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다.

ICE 달러 인덱스는 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소식에 소폭 올랐다가 바로 다음날 조금 하락했다. 이 같은 달러의 움직임은 다음주 국제유가 향배에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이 내년 3월 말까지 하루 180만배럴의 생산을 줄이는 감산합의를 연장하기로 했지만 그동안 약발이 별로 없었는 데다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이 계속 늘고 있어 국제유가는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산유량을 가늠할 수 있는 게 석유채굴기 숫자의 증감인데 22주 연속 늘고 있다.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인 베이커 휴즈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에서 가동중인 석유채굴기는 한 주동안 6기 늘어 747기로 증가했다. 이는 미국 내 생산이 증가할 것임을 예고하는 지표이다.

한마디로 국제유가가 상승 모멘텀을 받을 일은 별로 없다는 뜻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암울함 그자체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주초에 미국의 공급 증가로 한 동안 시장에 원유가 넘치도록 할 것이라며 국제유가에 지극히 부정적인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클리퍼데이터의 트로이 빈센트 원유 분석가는 마켓워치에 한 말은 의미 심장하다. 그는  “OPEC의 감산합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원유 재고량을 상당폭 줄이지 못하고 세계 공급과 재고량이 건실함에 따라 원유 시장이 타이트해질 것이라는 전망은 계속 더 먼 미래로 밀려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