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미지투데이

여름휴가철, 비행기를 타고 해외나 제주도를 갈 계획이 있는 여행객이 조심해야할 것 2가지가 있다.

바로 베드버그(Bed Bug, 빈대)와 진드기다. 둘은 얼핏 보면 생김새도 비슷하고 흡혈한다는 점 때문에 구분이 쉽지 않지만 엄연히 서로 다른 생물로, 베드버그는 다리가 3쌍인 곤충이지만 진드기는 다리가 4쌍이고 거미와 같은 과에 속하는 절지동물이다.

극심한 가려움, 끈질긴 생명력 ‘베드버그’

베드버그는 미국, 유럽, 태국 등 따뜻한 나라에서 잘 발견된다. 이는 베드버그가 어둡고 습하고 따뜻한 곳을 좋아하기 때문인데, 보통 위생관리가 힘든 저렴한 호스텔, 도미토리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상하로 납작한 모양을 가진 베드버그의 성충은 4~6mm 정도의 크기로 육안으로 관찰하기엔 쉽지 않고 주로 밤에만 활동하면서 흡혈을 하고 낮에는 섬유질, 목재, 종이로 된 틈새에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때로 침대 위 아주 작은 까만 점을 배설물로 남기기 때문에 베드버그의 유무를 예측해볼 수 있다.

베드버그가 해외여행객에 악명 높은 이유는 바로 물린 뒤 느껴지는 극심한 가려움 때문. 한 여행객의 증언에 따르면 “모기는 비할 바가 못 될 정도”로 물린 부위가 심각하게 가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드버그는 사람의 몸을 기어다니며 차례차례 물기 때문에 모기에게 물린 자국과는 다르게 직선으로 피부발진이 생긴다. 물린 순간에는 통증을 느낄 수 없지만 아침에 깨고 시간이 지날수록 심한 가려움과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일으킨다.

▲ 각각의 실루엣이 나타내는 생물은 무엇일까? 미국 켄터기대학교(University of Kentucky) 연구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5%의 미국 비지니스 여행객과 28%의 레져 여행객만이 이 5가지 생물들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1번-개미, 2번-흰개미, 3번-이, 4번-베드버그, 5번-진드기).사진=미국곤충학회(Entomological Society of America)

베드버그 피하는 법

다행히 베드버그가 옮기는 질환은 없다. 그러나 물린 부위를 가렵다고 심하게 긁어 2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고 피부발진이 생기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가려움을 완화시키는 확실한 방법은 스테로이드 계열의 코르티코이드 연고를 바르는 방법이지만 약이 없다면 냉찜질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에 식초를 섞어 바르는 방법은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 권고되지 않는다.

베드버그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햇볕이 많이 들고 건조하며 주기적으로 매트리스를 살균 소독하는 숙소를 구하는 것이지만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약품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해충들이 싫어하는 시트로넬라 성분 함유의 기피제를 뿌리는 예방적 차원의 방식과 비오킬처럼 직접적으로 해충을 죽이는 퇴치제를 베드버그가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매트리스 틈새에 뿌리는 방법이 있다. 살충제로 매트리스에 뿌린 경우엔 매트리스를 완전히 말리고 살충제 묻은 매트리스에 피부를 접촉시키지 않아야 한다.

끈질긴 베드버그는 천으로 만든 캐리어나 옷에 붙어 한국까지 오는 경우가 있으므로, 베드버그에 물렸다면 자신이 갖고 있는 섬유로 된 모든 물건을 뜨거운 물에 빨고 햇볕에 꼼꼼히 말려야 한다.

심하면 ‘사망’, SFTS 옮기는 진드기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 SFTS)는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가 옮기는 질환이다.

▲ 국내 SFTS 시도별 환자 발생수.자료=질병관리본부

주로 4~11월에 활동하는 참진드기(주로 작은소피참진드기)에 물린 후 6~14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 및 오심, 구토, 설사, 혈소판 감소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감염병이다. SFTS 바이러스를 보유한 특정 진드기에 물려야만 감염된다.

지난 5월엔 제주도에서 고사리를 캐던 만 79세 여성이 이 바이러스에 걸려 사망했다. 제주도는 날씨가 따뜻하고 습하며 풀숲이 많아 진드기가 좋아하는 환경을 가진 곳이다.

제주도뿐 아니라 풀숲이 있는 국내 어디서든 발생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3~2016년까지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경상북도(59명)으로, 강원도(51명), 경기도(43명), 경상남도(35명), 제주도(30명)이 뒤를 이었다.

▲ 국내 SFTS 연령별 환자 발생수.자료=질병관리본부

지난 2013년 36명이었던 국내 환자는 2016년에는 169명(잠정통계)으로 늘었고 사망자수도 이에 따라 2013년 17명에서 2016년 19명(잠정통계)로 증가했다. 등산과 산나물 채취를 자주하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70세 이상 환자가 제일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치료법 없어 피하는 것이 상책…노년층 특히 '주의'

SFTS는 백신도, 치료법도 없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어린아이와 고령의 환자는 사망의 가능성이 높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진드기에 물리는 경우 단지 따끔한 정도에 지나지 않아 본인이 물렸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 SFTS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작은소피참진드기. 흡혈 전에는 왼쪽처럼 1mm로 작지만 흡혈하면 오른쪽처럼 통통하게 커진다.사진=질병관리본부

전병학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과 담당자는 “진드기 크기가 1~2mm여서 육안으로는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연세가 있는 분들은 감각이 떨어지는 탓에 진드기에 물린 것도 알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드기는 신체 부위 중 머리카락, 두피, 귀 주변, 팔 아래, 무릎 뒤 등 습한 곳에 있을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진드기는 사람이 잘 지나다니지 않는 수풀이나 낮은 잡목이 우거진 곳에 주로 서식한다. 이런 곳을 갈 때는 팔다리를 모두 가리는 긴 옷을 착용하고 앉을 때도 돗자리를 깔고 앉는 것이 좋다. 사용한 돗자리는 햇볕에 말리고, 입었던 옷은 반드시 세탁하고 외출 후 깨끗이 샤워를 하는 것이 권고된다.

만약 진드기가 신체 부위를 파고들어 흡혈하는 것을 발견했다면 핀셋으로 진드기를 집어 천천히 떼어내되 진드기의 몸을 비틀어 신체에 2차 상처를 발생시키는 것을 막아야 한다.

진드기가 있을 만한 곳을 방문한 뒤 6~14일 내에 고열과 함께 구토,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이 동반된다면 가까운 의료기관에 방문하셔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