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경영난으로 점포의 문을 닫고 있다. 미국의 전통있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JC페니(JC Penny), 메이시스(Macys), 시어스 홀딩스(Sears Holdings)는 모두 올해 중으로 미국 전역에서 수십 개의 점포와 유통센터를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한 가운데 미국 유통업계에서는 폐업되는 오프라인 매장들의 가장 유력한 인수 주체로 아마존(Amazon.com)을 거론하고 있다. 왜 온라인 유통업의 상징적 존재인 아마존에게 오프라인 매장이 인수돼야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을까. 여기에는 새로운 접근으로 오프라인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있는 온라인 마켓의 역할론이 반영돼있다. 

페업 점포의 활용방안에 대한 고민 

폐업되는 각 오프라인 매장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른 활용방안 없이 빈 공간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미국 내 주요 지역에 입지를 갖춘 탓에 부동산 가격도 낮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점포를 인수하려는 업체들도 많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아울러 점포 폐업으로 발생한 수많은 실업자들의 생계 문제도 심각하다. 이에, 미국에서는 고객 접점 영역에 취약한 온라인 마켓의 단점을 보강하는 대안으로 오프라인 폐업 점포를 활용하는 방안들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피치(Fitch Ratings)의 한 연구자는 “1인당 소득과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 위치했던 오프라인 매장들은 온라인 마켓의 물류센터 역할을 겸하거나 각 지역별 빠른 배송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되면 새로운 가치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다수의 오프라인 폐업 매장들이 기존 공간의 용도를 변경해 온라인 마켓의 유통 센터로 활용되는 사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 아마존의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 북스(Amazon Books) 출처=amazon.com

이에 아마존은 시어스(Sears Holdings)가 폐업하는 150개 매장의 가장 유력한 인수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아마존은 최근 미국 뉴욕에 7번째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 북스'를 오픈하며, 아마존의 다양한 사업 분야와 관련해 “향후 300~400개의 오프라인 거점을 확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마존이 시어스의 값비싼 매장들을 당장 인수하려고 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고객 접점의 영역인 라스트 마일(Last-mile)의 강화 측면으로 활용가치가 충분하다는 의견은 미국 유통업계에서 힘을 얻고 있다. 

아마존, 그리고 한국의 편의점

미국에서 아마존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마켓의 오프라인 활용 전략이 대두되고 있다면 한국에서는 편의점이 온라인 마켓들의 ‘라스트 마일’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셜커머스 티몬은 지난해부터 편의점 CU와의 제휴로 편의점 픽업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서비스 적용 점포 수를 전국 7000여 곳에서 8400개로 확대해 서비스를 강화했다. G마켓·옥션·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9월 편의점 GS25와 MOU를 체결하고 무인안심택배함 스마일박스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 11번가-편의점CU의 무인택배 서비스. 출처= SK플래닛 11번가

롯데의 온라인쇼핑몰(롯데닷컴, 하이마트, 엘롯데)에서는 주문한 상품을 편의점 세븐일레븐 점포에서 수령하는 ‘스마트픽’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SK플래닛 11번가는 지난 9일부터 편의점 CU와 제휴를 맺고 무인택배 서비스 ‘11Pick 락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온라인 마켓의 속성상 각 지역마다 고객 접점의 거점을 마련할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국의 각 동네 단위마다 위치한 편의점들은 온라인 마켓의 물류 인프라 비용을 절약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편의점들의 입장에서는 제품을 수령하러 오는 고객들로 인해 모객(募客)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미국과 우리나라 유통업계의 상황을 완전 동일선상으로 놓고 해석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오프라인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온라인을 통해 실현하는 사례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유통업계의 흐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점점 넘어가고 있는 추세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고, 오프라인 매장의 활용가치는 확실히 예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오프라인 매장이 완전히 종적을 감추는 일은 없을 것이며, 온라인 마켓들의 고객 접점 서비스 강화 전략은 각 지역의 오프라인 매장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