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기준금리인상과 자산재투자 중단 등 발표에 국내 시장도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미국의 정책금리가 한국의 그것과 같은 수준에 달하면서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기우일 뿐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을 하면 한국도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한국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국내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이는 원화약세, 달러강세로 이어져 한국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금리는 각국의 통화가치, 타 국가 통화와의 환율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환율은 그렇게 쉽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금리만을 놓고 환율을 논하면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이 수두룩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예를 들면 신흥국들의 금리는 선진국보다 높다. 앞서 언급한 논리대로라면 선진국들은 망했어도 아주 오래전에 망해 이미 사라졌어야 한다.

환율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 가장 의미있는 것은 펀더멘털 분석이다. 펀더멘털이란 한 나라의 경제상태를 표현하는데 있어 가장 기초적인 성장률, 물가상승률, 실업률 등 주요 거시경제지표를 말한다.

신흥국보다 선진국의 펀더멘탈이 안정적이라는 점은 금리가 낮아도 선진국으로부터 자금이 유출되지 않는 이유를 일부 뒷받침하는 것이다.

통화의 실질적인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는 실질실효환율이다. 실질실효환율이란 해당 국가의 구매력을 기본으로 국가간 교역규모를 감안한 수치다. 쉽게 말해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에 비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갖고 있는지 나타내는 환율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질실효환율의 값이 높을수록 해당통화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해당 국가의 경기가 긍정적인 반면, 수출경쟁력은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 원/달러 환율 및 원화 실질실효환율 추이 (2010=100, 단위:원)[출처:BIS, 한국거래소]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아시아외환위기 이후 지속 상승하다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후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한 주요국들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재차 상승추세를 이루고 있다.

주목할 점은 2000년 초중반과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상승세의 기울기 측면에서 다르다는 것이다. 2000년 초중반 한국의 성장률이 4~5%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2~3%대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원화 및 위안화 실질실효환율 추이 (2010=100) [출처:BIS]

한편,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관계가 급격하게 높아졌고 이 기간 동안 중국의 경제성장은 폭발적이었다. 중국의 실질실효환율은 2005년을 저점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최근까지 그 추세를 이어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중국의 경제성장 확대와 더불어 대중국 교역규모가 증가한 것은 중국의 실질실효환율과의 동조화 과정이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연준 급격한 금리상승 원치 않아...연말 원/달러 환율 1180원”

여기서 잠시 과거로 돌아가보자. 연준은 지난 2011년 9월과 2012년 6월 두차례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단행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란 중앙은행이 장기채권을 매수하는 동시에 단기 채권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시중금리를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채권가격은 금리가 상승하면 하락하고 반대의 경우는 상승한다.

장기채권을 매수하고 단기채권을 매도하는 만큼 장단기 채권 수익률곡선은 기울기가 평평해지고(커브 플래트닝) 이 과정에서 연준의 보유한 국채 비중은 5년물 이상이 80%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문제는 금리상승에 따른 시장 위험을 연준이 모두 짊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2013년 12월 연준은 대차대조표 확대를 포기하고 테이퍼링을 실시했다.

2015년 6월을 기점으로 연준 보유 국채는 5년 이하, 즉 단기채권 비중이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유가 하락과 2016년 초 중국 경제 불안으로 채권 수익률 곡선은 플래트닝을 유지했다.

현재 연준의 보유 채권 비중은 주택저당증권(MBS)이 42%, 57%가 미국 국채다. 이중 MBS는 대부분이 만기 10년 이상으로 구성돼 있다. 연준은 금융위기 전까지 MBS를 거의 보유하지 않았다. 하지만 위기 이후 연준의 MBS 매입은 모기지 금리를 낮추는데 도움을 줬고 미국 주택 시장을 위기 이전으로 회복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6월 FOMC회의 후 매달 자산 순만기 규모를 MBS 40억달러, 국채 60억달러로 정하고 분기마다 제한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월간 제한규모는 MBS의 경우 최대 200억 달러, 국채의 경우 최대 300억달러가 될 때까지 분기마다 40억달러씩 늘여나갈 방침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연준의 MBS와 국채 보유 비중이 4:6이라는 점과 이들을 줄이는 비율도 4:6으로 같다는 점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수익률 곡선이 가파르게 상승(커프 스티프닝)하려면 MBS를 먼저 더 큰 폭으로 줄여야 한다”며 “자산 재투자 중단 과정에서 채권 만기별 제한 비율을 유지하는 것은 금리 스티프닝을 제한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연준의 보유 국채는 5년물 이하, MBS는 10년물 이상이라는 점에서 단기물의 재투자 규모가 더 큰 이유는 연준의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연준의 자산축소에 대한 의심은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연준이 시장금리가 급상승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중국의 실질실효환율과 동조화 과정에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이 일방적으로 원화가치를 끌어내리긴 어려운 상황이다. 또 연준이 금리인상기에도 수익률 곡선의 플래트닝을 추구한다는 점도 원화에 급격한 변동을 초래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 펀드매니저는 “급격하진 않겠지만 원/달러 환율의 완만한 상승(원화 약세)이 예상된다”며 “연말께 1180원 정도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중국은 물론 일본의 상황도 원화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종합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국 및 미국 정책금리 추이 [출처:하이투자증권]

한편, 향후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에 따른 한·미 정책금리 역전현상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25%로 이미 연준의 기준금리 상단과 같은 수준이다.

한·미 정책금리 역전이 나타났던 시기는 1999년 6월~2001년 3월, 2005년 6월~2007년 8월이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 대규모 자본이탈이 발생한 시기는 아시아외환위기, 미국발 금융위기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