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메가박스

밤 시간에 문화 경험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직장인 정수영(34세) 씨는 “영화를 보거나 전시회를 즐기는 편인데 낮에는 회사원이라 시간이 없고, 주말에는 어딜 가나 너무 붐벼서 그동안 여유롭게 문화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대신 밤에 이런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심리적으로 더 안정을 느꼈고, 낮 시간보다 가격을 할인해주는 경우도 많아 자주이용한다”고 말했다. 정 씨처럼 밤늦게 문화의 공간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을 위해 업계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CGV는 새벽에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을 겨냥해 ‘24시 운영 극장’과 ‘심야 운영 극장’을 구분해서 운영하고 있다. 2012년부터 선보인 ‘24시간 운영 극장’은 마지막 영화 상영 시작이 오전 4시 이후에 해당하는 극장으로 현재 CGV강남에서 운영 중이다.

‘심야 운영 극장’은 마지막 영화 상영 시작이 오전 2시 이후에 해당하는 극장이다. 특히 7~8월이 되면 방학이나 바캉스, 열대야가 지속되는 날씨의 영향 때문에 새벽에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 이에 지난해 CGV에서는 직영 극장의 총 89%에 해당되는 82개의 극장에서 ‘심야 운영 극장’을 운영했으며,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24시간 극장’ 마케팅의 일환으로 CGV강남에서는 ‘MOVIE TWO나잇’ 이벤트를 12월 31일까지 진행한다. 밤 12시 이후 시작되는 일반 2D 영화 두 편 관람 시 최대 30% 할인된 가격 1만2000원에 관람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호응이 좋다.

메가박스는 2014년 경기도 용인시 한국 민속촌 인근에 ‘드라이브M’ 용인점을 열고, 해질 무렵부터 하루 2~3차례 영화를 상영한다. 특히 이곳은 야외테이블과 의자, 그릴 음식으로 캠핑 분위기도 느낄 수 있어 어린 자녀와 반려동물까지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3~5월 심야 관객수가 약 80만명에서 6~8월에는 약 161만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면서 “여름에는 특히 심야에 영화관을 찾는 관람객 수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낮과 밤이 다른 미술관에서는 저녁이 되면 맥주도 함께 판매한다. 관람 시간도 10시까지 늘리는 등 밤에 작품 관람을 원하는 수요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디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당구장(이하 구슬모아당구장)에서는 미술관 안에서 작품을 즐기면서 맥주를 함께 마실 수 있는데, 전시장 내에서 마시는 주류를 전시 내용인 테마와 연계한 메뉴를 선보여 호응이 높다. 낮에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분위기이고 밤에는 음악과 조명 등이 있어 술을 마시며 작품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라 색다른 경험할 수 있다.

잠들지 못하는 사회, 노동 환경 악화

24시간 사회가 생활의 편리를 증가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늦게 퇴근한 사람이 심야에 운영하는 매장을 이용하고 이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또 새벽까지 일을 해야 하는 ‘노동 환경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편의점의 경우 대다수가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가맹사업으로 등록한 편의점 수는 지난해 기준 총 3만1539개로, 이 중에서 가맹본사로부터 심야영업 단축 허가를 받은 가맹점 수는 4.5%(1420개)다. 나머지 95.5%가 24시간 영업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패스트푸드점과 프랜차이즈 커피숍들도 경쟁적으로 24시 영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술집, PC방, 주유소 등 서울 시내 24시간 영업 매장은 성업 중이다.

커피숍의 경우 새벽까지 영업하는 매장은 보통 유흥가가 밀집한 곳이라, 밤에 취객 고객과의 마찰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도 보통 1명의 아르바이트생이 매장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라 안전에 대한 리스크가 큰 편이다.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현수(22세) 씨는 “새벽 시간대에 술에 취해서 들어오는 손님 중에서 이유 없이 시비를 거는 경우가 있다”면서 “낮보다 시급을 조금 더 주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와 건강을 위해 계획된 돈을 모으고 난 뒤에는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인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사실 현재 사회가 젊은이들이 애써서 돈을 번다고 금방 집을 살 수 있는 구조가 아닌데다 청년 실업도 심각한 수준”이라며 “야간에 돈을 쓰는 소비도 있지만 반대로 젊은이들이 야간에 좀 더 높은 시급을 받기 위해 일하는 것을 보면 청년의 젊음을 연료로 삼아서 서울의 밤을 밝게 비추고 있는 것 아닌지, 긍정적이고 경제적인 밤문화 정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