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용어는 정말 복잡합니다. 각종 전문 지식이 필요하고 외국어가 난무하니까요. 국가마다 기준도 조금씩 달라요. 차에 관심이 많다 해도 정확한 뜻을 알기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아반떼-쏘나타-그랜저만 알면 되는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차종도 너무 다양합니다. 수입차 대중화 시대가 열리면서 나타난 현상일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핫(Hot)’한 모델은 현대자동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일 것입니다. 독특한 외관과 실용성을 갖추면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특징이죠. 엔트리카(생애 첫 차) 혹은 세컨드카(Second Car)로 모두 적합한 탓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합니다.

코나는 현대차의 첫 글로벌 SUV입니다. 현대차 측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B-세그먼트 SUV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 차를 개발·출시했다고 합니다. B-세그먼트 SUV?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설명을 못하겠다는 분들을 위해 간략한 자동차 용어들을 짚어 보겠습니다.

▲ 현대차의 글로벌 소형 SUV 코나. 현대차는 이 차를 국내 시장에 출시하며 B-세그먼트 SUV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 출처 = 현대자동차 페이스북

우선 ‘세그먼트(segment)’는 자동차의 크기를 구분하기 위해 생겨난 명칭입니다. A부터 시작해 알파벳 순서대로 커지기 때문에 그 구조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선 A-세그먼트 차량은 경차를 떠올리면 됩니다. 기아차 모닝이나 쉐보레 스파크 등이 여기에 포함되죠. B-세그먼트는 엑센트나 아베오 같은 소형차, C-세그먼트는 아반떼, 코롤라, 시빅 등 준중형차를 생각하면 됩니다.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면 D-세그먼트에 쏘나타, 캠리, 알티마 등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E-세그먼트는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제네시스 G80 등이 속한 시장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대형차는 F-세그먼트로 분류됩니다. EQ900(G90), S-클래스, 아우디 A8 등이 있습니다.

▲ 기아차의 경차 모닝. 이 차는 A-세그먼트 차량으로 분류된다. / 출처 = 기아자동차
▲ 혼다코리아가 사전계약을 진행 중인 올 뉴 시빅. 이 차는 C-세그먼트 차량으로 분류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아반떼, 코롤라 등과 경쟁하고 있다. / 출처 = 혼다코리아
▲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벤츠 E-클래스. 이 차는 E-세그먼트 차량으로 분류된다.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간략한 설명을 위해 경쟁 차종을 한 데 묶었지만 ‘세그먼트’에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쏘나타와 그랜저를 나누기 쉽지 않다는 사실 등이 이를 대변하죠. 각 브랜드별로 다양한 차종들을 적당히 구분하기 위한 방법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SUV 또한 어떤 플랫폼을 활용했느냐에 따라 세그먼트가 나뉩니다. 코나가 B-세그먼트, 투싼이 C-세그먼트, 싼타페가 D-세그먼트 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질문이 또 한 가지 생기는 대목입니다. 앞서 예를 들어 설명했던 차종들은 모두 세단이었거든요. SUV도 같은 기준으로 세그먼트를 나눈다? 세단과 SUV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집니다. 단순히 크기만으로 모든 자동차들을 구분할 수는 없잖아요.

우선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세단(Sedan)은 가장 일반적인 승용차 형식으로 쓰입니다. 좌·우에 문이 2개씩 있고 트렁크 공간이 분리된 것이 특징입니다. 영국에서 살룬(Saloon), 독일에서 리무진(Limousine) 등으로 부릅니다.

레저용차량(RV) 안에는 SUV와 다목적차량(MPV) 등이 포함됩니다. 이 중 SUV는 험로나 악천후 등을 뚫고 가기에 적합한 차량을 뜻하죠. 비포장도로를 마구 달릴 수 있으니 각종 스포츠 활동 등에 용이합니다. MPV에 포함되는 대표 차종은 미니밴입니다. 카니발, 코란도 투리스모 등을 떠올리면 됩니다.

세단에서 파생한 쿠페(Coupe)도 있습니다. 문이 2개고 높이가 낮은 승용차인데요. 대부분 차명에 ‘쿠페’라는 단어를 함께 사용해 이미지를 떠올리기 어렵지 않습니다. 제네시스 쿠페, F-타입 쿠페 등을 생각하면 됩니다. 폭스바겐 CC 등은 쿠페의 콘셉트를 잘 살려 만들었기 때문에 ‘4도어 쿠페’로 불리기도 합니다.

현대차 i30 출시로 관심이 많아진 해치백(Hatch back)은 유럽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차종입니다. 뒷유리와 트렁크가 하나로 합쳐진 모양을 하고 있죠. 짐을 싣기 쉽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실용적입니다. 뒷좌석에 앉아 트렁크에 있는 짐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세단과 다른 점입니다.

왜건(Wagon)은 또 다릅니다. 해치백과 비슷하긴 한데, 차량 지붕을 트렁크까지 길게 연결했다는 점이 다릅니다. 미국 등에서 인기를 끄는데, 이 역시 실용성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해치백과 왜건은 기존 세단의 변형된 형태인데, 한국 시장에서는 전통적으로 크게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고객들이 그간 실용성보다는 맵시를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 현대차 i30. 대표적인 해치백 모델이다. 뒷유리와 트렁크가 하나로 합쳐진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폭스바겐 골프 등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 출처 = 현대자동차
▲ 쌍용차의 SUV 신차 ‘G4 렉스턴’. 차체가 높고 4륜구동 시스템이 장착돼 있어 각종 험로나 악천후 등을 뚫고 가기 적합하다. / 출처 = 쌍용자동차
▲ 포드 머스탱 컨버터블. 지붕을 개폐할 수 있어 이름 그대로 ‘컨버터블’로 분류된다. / 출처 = 포드코리아

흔히 ‘오픈카’라고 부르는 차량은 컨버터블(Convertible)입니다.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어 많은이들의 로망이기도 하죠. 유럽에서는 ‘카브리올레’라고 부릅니다. 지붕의 재질에 따라 ‘소프트톱’과 ‘하드톱’으로 분류됩니다. 머스탱 컨버터블, 미니 컨버터블 등을 떠올리면 됩니다.

최근 자동차 업계 트렌드로 떠오른 차종 중에는 크로스오버차량(CUV)라는 것도 있습니다. 두 가지 이상 차종의 장점을 융합한 경우입니다. 세단과 SUV를 합친 경우가 대부분이죠. 현대차 코나 역시 B-세그먼트 SUV라고 언급되고 있긴 하지만, 전고를 낮추고 도심형으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CUV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자동차 업계에서 통용되는 크기·차종 기준을 간략하게 살펴봤습니다. 사실 한국의 자동차 분류는 <자동차관리법 제3조(자동차의 종류) 및 동법시행규칙 제2조(자동차의 종별구분)>를 따르는데요. 크게 승용차,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 등으로 자동차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10인 이하를 운송하는 것은 승용차, 11인 이상은 승합차입니다. 앞서 언급된 차량들은 대부분 승용차인 셈입니다. SUV, 세단, 해치백, 왜건 모두(10인승 이하일 경우) 승용차라고 부르면 됩니다.

법규 상으로는 승용차의 크기를 경형, 소형, 중형, 대형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경형(경차)은 배기량이 1000cc 미만이면서 길이·너비·높이가 각각 3.6m, 1.6m, 2.0m 이하라는 기준이 있습니다. 나머지는 배기량을 기준으로 나눕니다. 최근에는 엔진 다각화, 엔진 다운사이징 등이 일반화되며 배기량으로 나눈 기준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B-세그먼트 SUV’가 어떤 뜻인지 감이 잡히시나요? 현대차 코나는 국내 시장에서 티볼리, QM3, 트랙스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 같습니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A부터 F까지 SUV 풀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또 어떤 신차가 모습을 드러낼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