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미국 금리인상 시그널과 14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년동안 기준 목표금리를 1.25%에서 동결해 왔지만 더 이상 이를 유지하는데 부담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달 13~14일 예상대로 0.25%포인트 금리인상을 강행할 경우 기준금리는 1.0~1.25%가돼 상단이 한국은행 금리와 같아진다.

FOMC가 오는 9월에도 금리를 인상할 경우 10년만에 한미간 금리 역전까지 염두에 둬야 할 상황이다. 한미간 금리 역전이 벌어질 경우 국내에 투자된 외국계 자금이 빠져나갈 위험도 그만큼 높아진다.

한미간 금리 역전을 막을 방법은 미금리 동향에 따라 국내 금리를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대출 금리도 상승하게돼 변동금리에 가입된 가계대출 금리도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 부실채권 발생위험은 그 만큼 높아진다.

이주열, 금리인상 가능성 열어놔

이런 시점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취임이후 처음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이날 한국은행 창립 67주년 기념사를 통해 “앞으로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에는 통화정책 완화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밝혔다.

이는 미국이 이달 추가로 금리인상에 나 설 가능성이 높고 국내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금리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제 한국은행의 국내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부채 관리와 맞물려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리인상은 기존 대출의 부실화 우려를 낳기도 하지만 높아진 금리만큼 급증추세인 대출을 막을 수 있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역시 이날 금리 인상 뉘앙스를 풍기면서도 “최근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지만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수요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아 당분간 통화 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당장 금리 인상에 나서진 않겠다는 입장도 동시에 밝혔다.

한은 기준금리 7~8월께 인상 가능성 높아

기준금리를 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7월, 8월, 10월, 11월 등 총 4차례 계획돼 있으며 이달에는 열리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이달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할 경우 7~8월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높아졌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경제 컨트롤타워와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공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언제 터질지 모를 가계부채 뇌관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외형상으로 독립성을 강조해 온 한국은행이지만 앞으로 금융정책에 있어 정부와 공조를 분명히 밝혔다.

이 총재는 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당장은 가계부채 동향 모니터링과 증가요인 분석, 리스크 평가 등에 대해 노력을 기울이고 정부나 감독 당국과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원론적인 얘기에 그치긴 했지만 “통화정책이 정부정책과 조화를 이루도록 힘쓰겠다”며 정부와 공조의지를 밝혔다.

한은, 정부와 가계부채 관리 공조  

이에 이 총재와 문재인 정부의 새 경제컨트롤타워를 맡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이 총재의 만남이 미국 FOMC가 열린 직후로 앞당겨 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 총재와 김 부총리는 오는 16일 제주에서 열리는 제2차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에 참석해 자연스럽게 상견례를 가질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총재측의 요청으로 미국 금리 인상여부가 확정되는 시점인 14~15일께 김 부총리와 상견례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이 총재는 이날 김 부총리와의 상견례 관련 질문에 대해 “김 부총리 일정이 바빠 현재 날짜를 조율하고 있다”며 “오는 16일보다는 이른 시일에 만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미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고 우리나라 경제 전망치가 상향 조정될 움직임을 보이는 등 기준 금리 인상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사상 최대 규모의 가계 부채를 연착륙 시켜야할 상황에서 금융통화정책은 신중할 수밖에 없어 당장 기준금리가 인상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가계 부채 관리 정책이 본격화되고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경우 오는 8월이후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 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