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일반 차량보다 가격이 비싼 전기자동차가 보험에 가입할 때는 오히려 보험료가 10% 저렴해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 핵심부품이 비싸지만 도심주행이 많은 전기차 특성상 사고가 나도 범퍼 등 단순부품 교체가 많기에 오히려 손해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장기적으로 전기차 관련 인프라가 확보되고 보급이 늘어날 경우 사고 비중도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보험료도 올라갈 전망이다.

동급 일반차량보다 전기차 가격 2000만원 비싸

최근 삼성화재는 기존 자동차보험보다 보험료가 약 10% 저렴한 업무용 전기자동차보험을 출시했다.

가입은 법인소유 업무용 승용자동차 중 전기차일 경우에만 가능하다. 또 ‘애니카서비스 전기자동차’ 특별약관을 신설해 ▲비상구난 ▲긴급견인 ▲배터리충전 ▲타이어교체 및 펑크수리 ▲잠금장치해제 등 전기자동차 전용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10월 우리나라 최초로 전기자동차 전용 차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배터리 방전시 긴급충전 지원 서비스와 더불어 무료 견인 서비스 40km를 제공한다. 보험료 할인은 처음 출시할 때 3%를 제공했지만 최근에는 9.4%로 확대했다.

동부화재와 KB손해보험도 올해 초 전기차 보험을 선보였다. 동부화재의 경우 보험료 할인 폭을 10%로 확대했으며, 긴급견인 서비스를 60km로 설정해 혜택을 높게 설정했다. KB손보의 전기차보험은 할인율이 3.6%, 긴급견인 서비스는 최대 50km를 제공한다.

전기자동차는 일반 차량보다 가격이 2배 가량 비싸다.

실제 기아차의 소형 SUV ‘쏘울’의 경우 2017년 신차 가격이 2300만원대이지만 전기차 버전 ‘쏘울 EV’는 4275만원으로 약 2000만원 가량 더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 르노삼성의 ‘SM3’ 역시 일반 차량은 1500만~2200만원, 전기차는 3900만~4100만원에 가격대가 형성된다.

일반적으로 차량 가액이 높으면 보험료도 높아지게 된다. 사고가 나서 수리를 할 때 수리비가 높기 때문이다. 운전자들이 “길에서 고가 외제차를 만나면 사고날까봐 운전을 얌전히 한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전기차 보험의 보험료 할인이 가능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차량이 비싸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료를 책정할 때 차량가액과 사고율 등을 종합해서 책정하는데, 비싼 보험료를 받으면서도 사고가 적을 경우 오히려 손해율은 낮아지게 된다”면서 “돈은 많이 받는데, 보험금 지급은 적어 상품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인하 요인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기차의 주행 특성상 사고가 많이 나지도 않은데다, 사고가 나더라도 차량전손과 같이 큰 비용이 드는 경우는 드물다.

또 다른 손보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가 비싼 것은 모터와 배터리 등 핵심구동 계열 부품이 비싸기 때문인데, 사고가 나는 경우는 대부분 외관 손상이나 범퍼 교체 등이라 일반차량과 똑같은 수리비가 나온다”면서 “특히 전기차는 인프라와 기술 문제로 장거리 운행이 적고 도심운행이 많기에 전손차량이 적은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 출처=각 사

“정책 영향도 커…전기차 늘면 보험료 오른다”

보험개발원이 산출하는 전기차보험 참조순보험료도 10%가량 인하될 것을 보인다. 참조순보험료는 보험개발원이 국내 모든 손해보험사의 전기차 사고 통계를 바탕으로 손해율을 분석해 만든 보험료율로, 표준 보험료(사업비 제외)의 역할을 한다.

손보사들이 9월말부터 참조순보험료를 활용해 전기차 보험의 보험료를 책정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당분간 보험료가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정책도 보험료 인하에 한 몫을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로드맵을 담당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020년까지 전기차 보급을 2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기차 충전소를 올해 2만기로 확대하고 오는 2020년까지 3만기 이상으로 늘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전기차 구매‧충전소 설치 지원금 확대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 전기차 충전기 의무 설치 ▲전기차 의무 판매 제도 ▲전기차 배터리 개발지원 등의 후속 사업도 추진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보험은 신시장 개척을 위해 출시하고 있지만 정책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발맞춰 관련상품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라며 “아무래도 정치권에서 밀고 있는 사업이면 관련상품도 다소 정책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설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 오히려 보험료가 다시 오를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급 증가로 운행이 많아지면 사고율도 함께 상승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고 사고가 늘어나게 되면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보험료도 자연스레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