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 '랠리' 사의 착유로봇(출처 : 애그리로보텍)

제주도와 전라북도 등지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에 걸렸다. 방역당국은 감염된 가금류를 살처분하고 있지만 이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일까?  해외에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축산자동화는 고병원성  AI를 방지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전국 축산 농가의 40%가 IT 기반의 자동화설비를 채택하고 있는 네덜란드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축산 자동화 수준이 3% 대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우수한 수준이다.

특히 네덜란드 랠리 사가 개발한 착유로봇 ‘아스트로너트’(Astrunaut)는 축산 자동화의 첨병으로 꼽힌다. 60개국에 9000대가량 수출됐고 한국에서도 착유 시연회를 열리고 농가 당 약 4억원가량의 융자 지원 정책이 시행됐을 만큼 관심이 높았던 것이다.

 이 설비의 장점은 생산성 향성과 비용절감 외에 젖소으 건강상태를확인하고 농장의 쾌적성 증대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농업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로봇 착유 등 축산 자동화 설비로 농가당 약 10% 가량의 생산성 향상 효과와 1년 반 내 투자 비용 회수 추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동비용도 도입전에 비해 60%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효과 이외에도 젖소의 건강 상태를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과 분뇨 처리 기계화 시스템 등으로 농장의 쾌적성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제주도와 군산 일대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사태도 축산 자동화 기반 관리와 동물 복지 방침으로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벨기에와 이탈리아에서는 첨단 축산 및 도축 시설, 육종 연구개발 시설 이외에도 돼지들의 기침소리를 분석해서 호흡기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사운드톡’(soundtalk)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됐다. 이 프로그램은 돼지 기침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항생제 사용량 관리 및 질병 이력 관리를 통해 폐사율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벨기에에서는 닭이 사료를 쪼는 소리를 바탕으로 모이 섭취량과 건강 상태 간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디바이스 상용화가 모색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소의 건강 관리 뿐만 아니라 소의 가임기간 분석,  발정 탐지 기능 등을 제공하는 번식 관리 솔루션이  개발됐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후지츠 사가 에서 개발한 ‘우보 시스템’은 지난 98년 일본 농가에 보급되기 시작한 데 이어 2012년에는 한국에도 상륙했다. 이 시스템은 한우의 수태율과 분만 기간 등과 관련된 자세한 데이터를 포착하고  농장주들이 공유하도록 해준다.

▲ 돼지기침 모니터링 시스템 '사운드톡'(출처 : 농촌진흥청)

김윤형 한국외국어대 상경대학 명예교수는 “축산 분야는 일반 농산업보다 훨씬 부가가치가 크지만 최근 사전 예방 가능한 질병 관련 사고들이 계속 발생해 리스크가 매우 큰 상황"이라면서 "자동화와 시스템화가 어느 정도 단초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류독감, 돼지독감 등의 질병은 위험군에 속하는 가축을 조기 발견하는 것이 예방의 첩경인 만큼 대부분의 사고가 ‘예고된 인재(人災)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축산 농가들의 현실적인 수용 가능성을 고려해 저리 융자 시스템 등이 적극 고민돼야  하며 국산 축산용 로봇 등의 연구개발 지원도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축산 업계 관계자는 "국산 착유 로봇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농정 당국부터 의심을 갖는 등 자동화 기반이 열악한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