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여성 암 발병률 1위인 유방암을 치료하는 치료제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6월 3~6일(현지시간) 열린 2017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연례학술대회에서 기존 출시된 표적항암제의 다양한 임상 결과가 발표됐는데, 그 결과 유방암 치료에서 예상하지 못한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난소암 치료제 ‘린파자’, 유방암 치료에도 효과 보여
먼저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난소암 표적치료제 ‘린파자(Lerparza, 성분명 올라파리브)’가 진행성 유방암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아스트라제네카

‘린파자’는 PARP(Poly(ADP-ribose)polymerase) 억제제에 속하는 약물이다. PARP는 항암제로 인한 암세포의 DNA 손상을 회복시켜 항암제의 효과를 낮추는 반면, PARP 억제제는 반대로 항암제 효과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메모리얼 슬로안 케터링 암센터(MSKCC,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가 발표한 HER2 음성 유방암 및 BRCA1 또는 BRCA2 돌연변이 환자의 무진행 생존율 3상 결과, 화학 약물 대비 질병 악화 및 사망 위험을 42%나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종양 감소 환자도 기존 화학요법(29%) 대비 60%로 2배 이상 증가했다. 

MSKCC의 연구원 마크 롭슨(Mark Robson)은 “주목할 점은 린파자가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진 3중음성 유방암 환자에 효과적이었다”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화학 요법이 아닌 다른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린파자가 환자의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허셉팁’의 바이오시밀러 ‘허쥬마’, 동등한 효과 나타내
셀트리온은 자체 개발한 유방암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허쥬마(Herzuma, 성분명 리툭산)’를 조기 유방암 환자에게 투여한 결과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한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 출처=셀트리온

‘허쥬마’는 다국적제약사 로슈의 자회사 제넨테크가 개발한 유방암 표적치료제 ‘허셉틴(Herceptin, 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의 바이오시밀러다. 허쥬마는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았지만 로슈의 특허 소송 때문에 출시가 지연됐던 바 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을 실시해 유럽 의약품청(EMA)에 판매허가를 신청했다. 

‘허셉틴’은 HER2 양성유방암표적치료제이다. HER2 유전자가 과잉으로 발현하면 유방암의 진행이 빠르고 재발 및 전이가 잘 발생한다.

셀트리온은 2014년 6월부터 프랑스, 이탈리아 등 22개국에서 총 549명의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허쥬마’와 ‘허셉틴’ 투여 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유방 및 액와림프절 종양이 완전히 없어진 환자 비율은 ‘허쥬마’ 투여군에서 46.8%, ‘허셉틴’ 투여군에서는 50.4%로 나타났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EMA 허가 가이드라인의 동등성 기준을 충족시켰다”라며 “경쟁 바이오시밀러에 비해 신뢰도 면에서 우위를 선점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서 급여 적용된 ‘허셉틴-퍼제타’ 병용 요법, 고작 1% 효과

지난 3월 로슈가 ‘허셉틴’과 또다른 HER2 양성유방암표적치료제 ‘퍼제타(Perjeta, 성분명 퍼투주맙)’를 HER2 양성 초기 유방암의 초기 단계 환자에 병용하면 환자들의 재발률을 감소시킨다고 발표한 이래로 “얼마나 많이 감소시켰는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이에 로슈는 ASCO를 통해 “지난 3년간 추적 조사 결과, 두 약물을 병용한 여성의 94.1%가 HER2 양성 질환의 침습적인 형태를 개발하지 않았다”라며 “그런데 허셉틴 단독 치료를 받는 여성(93.2%) 대비 약 1%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림프샘 양성 환자만으로 한정하면 92%로 위약 90.2% 과의 차이가 더 컸다. 반면 림프샘 음성 환자에서는 퍼제타 추가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로슈 임상 개발 담당자 디트마르 베르거(Dietmar Berger)는 “두 약물을 병용 했을 때 치료가 어려운 침윤성 유방암을 앓을 확률이 19% 낮았다"라며 “위험도가 높은 하위 그룹에서는 병용 요법이 훨씬 더 효과가 잘 나타났기 때문에, 고위험군 환자들에게는 더 많은 이득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 지난 6월 6일(현지시각) '허셉틴-퍼제타' 병용 요법 추적 결과 그 효과가 미비한 것으로 발표되자, 로슈 주가가 폭락했다. 출처=구글

하지만 애널리스트 닉 터너(Nick Turner)는 “이같은 소식은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고, 로슈 주식이 지난 6 월 이후 가장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데이터는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지만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임상 결과들을 토대로 10년 동안 추적 조사에 나서면 그 효과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퍼제타는 지난 6월 1일 자로 국내에서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된 바 있다. 이에 따라 퍼제타는 전이성 유방암에 대해 항 HER2 치료 또는 화학요법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HER2 양성 전이성 또는 절제 불가능한 국소 재발성 유방암 환자가 1차 치료요법으로 트라스투주맙 및 도세탁셀과 병용투여하면 보험급여가 적용된다. 환자는 약값의 5%만 부담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