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의 증가와 취업준비생 구직난이 심해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스펙 쌓기 위한 열기가 뜨겁다. 수많은 대학생 및 이직 준비자들의 공인인증시험을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토익스피킹과 같은 공인인증영어시험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조금 언급해보려 한다.

공인영어인증시험들은 대게 아주 짧은 시간제한을 둔다. 그런데 베테랑 영어 강사인 나 역시도 진정한 말하기실력에 왜 부득이하게 이러한 제한과정을 두는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필자가 시험의 시간제한 필요성을 스스로 체험한 계기가 있다. 당시는 2010년 크리스마스 겨울이었다. 모처럼 겨울 휴가를 유럽에서 즐기고자 여유를 냈다. 목적지는 이탈리아다. 휴가를 즐기기 위해 파리를 경유하는 비행기를 인천공항에서 타게 됐다. 한데 비행기 탑승하는 당일에 파리의 대폭설로 줄줄이 비행기가 연착됐다. 결국, 내가 파리에 도착했을 때 이미 이탈리아로 떠나는 비행기는 놓친 후였다.

파리공항에서 이탈리아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관계자들에게 내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는 미션을 부여받게 됐다. 공항 탑승 절차를 밟기 위해 항공사 부스에 방문했는데, 부스에는 이미 나 말고도 연착된 비행기들을 수습하는 각국의 나라로부터 온 수많은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한 시간 남짓을 기다려 비행기를 놓친 연유를 설명하려는 순간, 파리공항 직원으로부터 더욱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인천공항에서부터 여기까지 온 상황을 정확하게 1분으로 요약해서 설명하시오”라는 말이다. 나는 이 말을 듣고 내가 상황을 시간 내에 잘 설명하지 못한다면 큰 난관에 부딪히리라는 것을 감지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내 뒤에는 수많은 승객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고, 공항 직원들은 인천공항뿐이 아닌 다른 유럽 국가들의 비행기 편과 상황들을 점검하느라 분주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을 조리 있게 잘 설명하지 못하면 나는 그야말로 국제미아가 될 상황을 불 보듯 뻔한 거 아닌가. 그때 든 생각이 “아! 이래서 토익스피킹에서 1분이라는 시간제한을 두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비단 이런 경우뿐만이 아니다. 실제 토익스피킹으로 대기업 출강을 나가다 보면, 임직원분이 실제 토스에서 응용되는 문제 발생상황 말하기 구성방식을 실제 한국어 대화에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즉, 문제 발생을 한두 줄로 요약하고 그 후에 한두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업무 효율이 높다는 말이다. 주제를 요약해서 마무리하는 방식이 실제 회사에서도 회의하거나 보고할 때 활용하면 더 매끄럽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보통 공부를 할 때 목표설정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한다. 그와 동시에 동기 역시도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시험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지금처럼 실제 상황에서 매우 필요한 부분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실제 모국어 말하기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단순한 스펙 쌓기의 영어시험이 아닌 조금 더 다른 의미에서 영어시험을 바라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