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고 싶지 않아서 뒤로 감추고 있던 것을 들켰을 때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필자의 얼굴은 살짝 붉어지고 목소리 감정선이 떨렸다. 한국 중소기업들과 인도의 잠재적 구매기업 사이에 상담을 주선하던 자리에서 나온 한 인도 기업인의 코멘트 때문이었다. “인도에 오면서 인도 시장을 알고는 오는 것인가? 정작 인도 시장 상황은 모르면서, 또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오직 자신들의 외고집 원칙만 반복하는 것 같다.” 그의 지적은 사실과 부합한다.

지피지기이면 백승(百勝)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절반 승은 거둘 수 있다. 현재 그리고 곧 도래하는 인도 시장 성격에 대한 이해 없이는, 제아무리 좋은 상대와의 상담 기회가 마련되어도 우리 중소기업과 인도인들 사이에서 실제적인 결과가 나오긴 어렵다. 지금 인도 기업은 중장기적인 시장전망에 대응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제품과 협력관계를 구하려고 상담에 나온다. 그런데도 상대 시장에 대한 사전 이해 없이 출장가방만 꾸려 훌쩍 비행기를 타는 한국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

사실 신흥국 해외시장, 특히 요즘 인도 시장은 사전 이해 없이는 현지에 가도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새로운 포맷이 이루어지고 있다. 진행형 시장인 것이다. 여기에서, 왜 인도 기업인들은 한국 중소기업을 만나면 십중팔구 ‘합작(Joint Venture)’을 거론하는지 생각해보자. 그건 지금의 거대시장 인도가 현재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성장하는 ‘진화형(形)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지금은 단순 수입기업으로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팔 수 있지만, 곧이어 등장할 경쟁기업을 염두에 둔 기업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만약 경쟁기업이 인도 정부의 ‘Make in India’ 정책에 맞춰 인도 내 생산·판매 전략을 추진하는 데 반해 자신은 단순 수입에만 매달린다면 가격경쟁력은 물론 시장요구 대응에도 뒤처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은 완제품 수입이라고 해도 이는 곧 이어 인도 현지생산 또는 벌크 수입 후 소매 포장을 염두에 둔 전략합의 속에서 행할 일이라고 판단해, 한국 중소기업에게 ‘합작’까지 이룰 수 있는지 의향을 타진하는 것이다.

인도 기업인의 ‘합작(Joint Venture)’ 제안은 성장하는 거대 인도 시장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마케팅 후속전략이다. 이에 대한 합의 없이는 지금의 완제품 수입은 의미 없다는 뜻을 포함한다. 합작 제의는 당장 합작을 시행하자는 것이라기보다는 적어도 그럴 가능성을 확인해둔 상태에서 현재의 제품수입 상담에 임하는 자세를 정하려 함이다. 이 같은 느닷없는 합작 제의에 대해 투자를 빙자한 기업사기인 양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과 인도기업 사이에 수자원관리 시스템의 현지생산에 따른 마케팅 및 기술제휴를 체결하고 있다. 출처=김응기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거대 시장 인도에 진출할 때 이런 점에서 사전 이해와 대비가 있어야 한다. 초기 단계의 완제품 판매를 비롯해 이후 단계별로도 진화된 상담 형태와 인도 기업인과의 파트너 관계 형성에 대해 전략 구상을 마련해야 한다. 기술이전이든, 기술과 자본 그리고 마케팅을 두고 맺는 합작이든 아니면 직접 진출이든 어느 성격의 파트너를 발굴해 상담을 할지 파악해야 한다. 상대방이 특정되면 이에 맞춘 상담 내용도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인도 기업이 툭 치고 나오는 ‘합작’ 제의에 대해서도 자사의 내부 역량에 합당한 카운터(逆) 제안을 막힘없이 할 수 있다. 이를 등한시 한 어느 한국 중소기업은 인도 유기농 농자재 시장에서 초기에 어렵게 안착하고 이어 100만달러 이상의 수출실적에 올리고서도, 중국 기업의 공세와 인도 후발기업의 출현에 밀려 불과 몇 년 만에 퇴출 위기에 몰렸다.

저마다의 제품의 특성에 부합하는 인도 시장의 현재와 미래 지향성을 이해함으로써, 우리 중소기업은 어렵게 다가간 인도 시장에서 초기 진출을 성사시키고 이후 이어지는 인도 시장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래야만 수출신장과 궁극적인 현지시장 점유율 제고를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