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입>, 정용민 지음, ER북스 펴냄

대변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전문서가 나왔다. <기업의 입>은 20년 이상 현직에서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컨설팅했던 전문가가 현장의 경험을 살려내 쓴 책이다. IMF로 인해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하고 위태로운 나라 중 하나였던 시기, 그는 컨설턴트로서 일본에서 경영진과 홍보 담당자들을 모아 위기관리 세션 및 미디어 트레이닝(Media training)을 진행했다. 당시에는 한국의 많은 회사들이 영어로 이야기하는 외국인들에게 자사의 소유권을 넘기는 시기였고, 위기관리의 기준도 그들에게 있었다. 저자는 이때 ‘한국에서, 한국어로, 한국적인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할 환경’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다.

한국의 언론 환경은 더 이상 ‘공적 커뮤니케이션’과 ‘사적 커뮤니케이션’이 분리되지 않는다. 기업과 조직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 즉 ‘기업의 입’ 역할을 하는 대변인에게는 더 이상 개인적인 생각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자의건 타의건 그들의 모든 말은 보도와 공유를 전제로 하는, ‘벌거벗은’ 환경이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도 여기에 맞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마인드를 가지지 못한 대변인이 있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기자들 앞에서 ‘비보도 전제’를 외치며 허심탄회하고 이야기를 늘어놓고, 다가오는 TV 카메라와 PD들과의 육박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이 외치는 “내가 못할 말을 했나? 그렇다고 내가 틀린 말을 했나?”는 오히려 더 재미있는 뉴스 영상을 하나 더 만들어줄 뿐이다. 대변인의 위험한 커뮤니케이션 습관들은 다음과 같다.

• 잘 듣지 않는다: 경청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hearing(그냥 듣기)은 하지만 listening(청취)은 하지 않는 습관을 말한다.

• 공감대를 찾지 못한다: 일부는 감정이입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나는 나 너는 너’식의 기조를 가지고 말을 나눈다.

• 자신을 오픈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상대방의 이야기만 듣고 즐긴다.

• 비언어적 메시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얼굴 표정이나 눈빛, 눈동자의 움직임, 손과 발의 동작, 언어 외의 소리 등이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더라도 그렇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 대체적으로 말이 길고, 말을 끊어 하지 못하고, 논리정연하지 못하다.

 

과거에는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아야 할 대상이 기업이나 조직의 대변인 역할을 할 CEO와 주요 핵심 임원들로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탐사보도 강화와 여러 취재 특성의 변화로 인해 일선 실무 책임자들에게까지 그 역할과 대상이 확대되었다. 세부 방식은 크게 언론 커뮤니케이션 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Do’s and Don’ts)’의 이해, 커뮤니케이션 스킬 공유 및 커뮤니케이션 실습 트레이닝으로 나뉜다. 최소 2시간에서 최대 8시간 동안 진행되며, 단순 강의와는 다르게 목업(mock-up) 케이스를 사용하거나, 일부 사업에 대한 샘플 주제를 가지고 진행하기도 한다. 기업이나 조직에서 ‘준비된 커뮤니케이터’를 지향하며 실행하는 훈련이 바로 ‘미디어 트레이닝’이다. 언론의 취재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사실관계 확인’으로 취재받고 있는 주제에 대해 신속하게 정확한 정보를 입수해 해석하고 확인하고 준비해놓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자의 취재 방향과 여러 관련 질문에 대한 정확한 예상이다. 세 번째는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누가 취재에 응대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그 사람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실전적으로 연습시켜 준비하는 것이다.

언론 인터뷰를 위해 사전에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다.

• 어떤 매체와 인터뷰를 할 것인가?

• 기자가 왜 인터뷰를 하려 하는가, 그리고 어떤 기사를 쓰려고 하는가?

• 왜 나를 인터뷰하려고 하는가?

• 인터뷰와 함께 사진을 찍을 것인가? TV의 경우에는 촬영을 할 것인가?

• 나 이외에 누구를 추가 인터뷰할 것이며, 주된 정보원은 어디인가?

• 인터뷰는 어디서 언제 하고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 매체에 따라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 있나?

• 이 인터뷰가 언제 기사화되거나 방송될 예정인가?

책의 4, 5장은 ‘연습하기’와 ‘실행하기’로 구성되어 있다. 미디어 트레이닝을 할 때 생기는 실제 상황, 궁금증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생생하게 풀어냈다. 대변인(Spokesperson)을 위한 미디어 트레이닝의 모토인 ‘준비하라, 준비하라, 준비하라. 그리고 연습하라, 연습하라, 연습하라’에 걸맞은 책이다. 읽을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