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 지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대선 후보를 직장속 캐릭터로 비유한 내용이 있었는데, 단순하지만 정곡을 찌른다고 생각했다.

문재인 : 인간미 있으나 늘 야근만 하는 답답한 과장

안철수 : 회사 내 이 라인 저 라인 간보는 엘리트 출신 신입사원

유승민 : 새로운 것을 해오라고 얘기하나 정작 본인은 못하는 차장

심상정 : 유리 천장을 뚫고 살아남은 전투적인 홍일점 과장

홍준표 : 개저씨 부장

특히 홍준표 후보에 대해 `개저씨` 부장이라는 비유가 댓글을 통한 호응도가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궁금증은 커져만 갔고, 한국사회에서 개저씨의 정체가 무엇일까 분석이 필요했다.

꼰대, 맘충, 김치녀, 급식충, 한남충 등 세대간 갈등으로 인해 상대 집단을 비하하는 말은 한국 사회에 많이 있다. 그 중 단연 `개저씨`는 다른 비하 집단 중 가장 많은 권력을 지닌 집단으로 보인다.

연령대는 40~50대 중장년층으로 58년 개띠로 대표되는 한국 베이비붐 세대부터 386세대까지 연령대의 꼰대 남성을 지칭한다.(58개띠라서 개저씨인지는 더 검증이 필요하다. ㅜㅜ)

`꼰대`의 어원은 2가지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영남 지방에서 번데기를 뜻하는 사투리인 꼰데기에서 유래됬다는 설과, 프랑스어로 백작을 뜻하는 콩데(Comte)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꼰데기는 나이가 많아 주름이 번데기처럼 많다는 비하이고, 콩데는 일제시대 백작 지위를 하사받은 친일파가 자신을 콩데로 지칭하고 다니는 상황을 비웃다가 생겼다는 유래이다.

이렇듯 꼰대라는 말은 유래가 일제시대로 거슬러올라가는 매우 오랜 생명력을 가진 말이다. 지금 개저씨라고 불리는 집단도 한때 꼰대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사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개저씨가 꼰대를 대체해가는 것일까?

확실한 이유는 두가지 정도가 있는데, 하나는 꼰대의 연령층이 젊어졌다는 것이다. 기존 꼰대는 장년층 이상이 주류였는데, 개저씨는 중년층으로 연령대가 낮아졌다. 두번째는 꼰대보다 개저씨가 더 합법적인 권력과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업에서 은퇴할 확률이 높은 꼰대보다는 현업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개저씨가 더 현실적인 위험이 된다.

개저씨 세대가 꼰대들에게 불만이 많았던 시절의 그 꼰대 들이 속한 세대(1930~40년대생)는 인류역사를 통틀어 가장 행복한 세대로 문화인류학적으로 평가된다.

물론 행복의 기준은 長壽이다. 한국의 1930~40년대생은 인류가 1000년에 걸쳐서 겪었던 농경사회, 산업사회, 정보사회를 100년이 안 되는 수명 안에서 모두 경험했던 세대이다. 거기에 일제시대에 6.25전쟁은 한 인간이 인생을 통해 겪을 수 있는 경험치를 더 증폭시킨다. 그런 문화인류학적 최장수 세대의 꼰대와 직접적으로 대면했던 세대가 개저씨가 속한 1950~60년대생이다.

“낡은 시대가 쓰러져가고 새로운 시대의 등장이 늦어지는 가운데 이러한 명암 속에서 괴물들이 출현한다. 괴물들이 또 다시 나타나는 것을 경계하고, 괴물과 싸울 땐 괴물을 닮지 않도록 조심하라.”” 안토니오 그람시

세대 간의 권력다툼은 필연이다. 대한민국 1950~60년대생들은 농경/산업/정보사회를 모두 겪고 전란속에서 살아남은 괴력의 1930~40대생들과 필연적으로 싸울 수 밖에 없었고, 처절한 싸움 속에서 꼰대 괴물을 닮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중 일부는 꼰대의 싸움 방식을 업그레이드하여 개저씨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적폐는 소프트웨어이지 하드웨어가 아니다. 언제부터 내 가슴 속의 소프트웨어가 꼰대의 방향으로 프로그램되어 왔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혈기 넘치는 젊은 시절 저 꼰대들은 언제 사라지나 곱씹던 시절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나저나 인간미 있으나 늘 야근만 하는 답답한 과장은 어떤 리더십으로 개저씨 부장의 자칭 카리스마 리더십을 통해 쥐어짜낸 실적을 넘어설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