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를 판매하는 A라는 집은 소위 맛집으로 불린다. 특히 주인이 검은색 터틀넥을 입고 잘 구워진 소고기를 든 체 "Eat Different"이라는 멘트를 날리는 순간 A집은 소고기 혁명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 후광은 대대로 이어져 A집은 현재 주인이 바뀌었으나 여전히 잘 나간다. 주변 상권의 83%를 흡수해 버렸다고.

그나마 세 개의 별을 심벌로 삼은 B집만 간신히 상권의 13%를 사수하며 버티고 있을 뿐이다.

자. 여기서 생각해 볼 포인트가 있다. A와 B집의 상권 점유율을 합하면 무려 96%에 달한다. 그렇다면 A와 B집만 최후의 승자일까? '고기집'이라는 시장에서 마지막까지 웃음을 머금고 있을 곳은 딱 두 곳일 뿐일까? 그렇지 않다. 고기집은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을 취급하는 집으로 나누어지며, 꼭 고기를 팔아 이윤을 올리는 상인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출처=애플

애플, 올해 1분기 전체 영업이익 83.4% 석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지난 4일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올해 1분기 전체 영업이익이 122억500만달러라고 밝히며, 애플이 101억8300만달러를 가져가 무려 83.4%의 점유율을 가져갔다고 밝혔다.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30.7%를 넘겨 일반적인 제조업의 고정관념을 넘어서기도 했다.

반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 기준 1위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5억7700만달러에 불과해 전체에서 12.9%만 차지하는데 그쳤다.

추이만 봐도 애플의 글로벌 영업이익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하락하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갤럭시노트7 발화에 의한 단종이라는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야 하지만, 분명 양 사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조사만 보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유일하게 웃고있는 곳은 애플이 유일하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약간의 마진을 기록하며 방어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에 그치고 있으며, 그 외 플레이어들은 '죽지 못해 끌려가는 형국'으로 보인다.

물론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사 결과를 두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재미를 보고있는 곳은 애플이 유일하다'는 결론을 내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는 후문이다. 애플이 하드웨어 제품인 스마트폰을 판매해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두는 것은 사실이지만,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을 '모바일 패러다임'적 측면에서 해석하면 대부분의 플레이어들도 나름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출처=삼성전자

우리는 운영체제로 돈 번다
스마트폰은 모바일 시대의 부산물이며, 당연하지만 모바일 운영체제와 떨어질 수 없는 몸이다. 안드로이드와 iOS를 비롯해 기타 다른 모바일 운영체제가 존재하지 않으면 스마트폰도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스마트폰 시장을 하드웨어적 측면이 아닌, 운영체제적 상황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애플의 iOS를 보자. 지난달 4일 앱애니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약 400억달러의 매출이 예상된다. 참고로 애플은 WWDC 2017을 앞두고 공개한 보고서에서 지난 9년간 iOS 생태계로 무려 700억달러를 순이익으로 가져갔다고 밝히기도 했다. 애플의 무서움이 여기에 묻어난다. 애플은 iOS 생태계의 성공적인 성장세와 하드웨어 영업이익률 모두 투런 홈런을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애플만 '재미'를 보느냐. 아니다. 구글 안드로이드를 보자. 앱애니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 플레이 및 그 외 안드로이드 마켓은 올해 각각 210억달러, 2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30%를 개발자에게 돌려준다는 것을 가정하면 약 140에서 150억달러의 수익이 구글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셈이다. 참고로 올해 구글 안드로이드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애플 iOS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운영체제에 있어 안드로이드와 iOS 왜 플레이어들은 다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점유율을 크게 늘리는 상황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은 존폐를 걱정할 수준이다.

▲ 폭스콘 찾은 팀 쿡. 출처=플리커

우리는 부품으로 돈 번다
스마트폰에 하드웨어인 완성 단말기와 운영체제만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 부품업체들도 충분히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영업이익 12.9%만 가져갔지만. 이들에게는 반도체와 부품이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강자인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매출 기준 149억4000만달러의 성적이 점쳐지고 있다. 조만간 전체 반도체 강자인 인텔을 누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다양한 IT 기기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을 적절하게 활용,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까지 무난하게 진입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주요 고객이기도 하며, 이번 아이폰8에도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이 수급된다.

구글 픽셀에 OLED를 제공하는 LG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LG전자 스마트폰은 국내 및 북미 시장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반등요인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나 디스플레이적 가치로 보면 한 방이 있다는 평가다.

이 외에도 많은 하청업체들이 스마트폰 완제품 회사와 인연을 맺고 자신의 몸집을 불리고 있다. 당장 애플만 봐도 중국의 폭스콘 및 페가트론 등 다양한 기업과 협력해 아이폰을 제작하고 있다. 아이폰이 잘 팔리면 이들 하청업체의 영향력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 시리즈가 아이폰 시리즈와 대결구도를 보여주고 있으나 부품적 측면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흥미롭다.

통신사들도 4G에 이어 5G 시대로 진격하며 스마트폰 산업 발전의 수혜를 입는 대표적인 플레이어다. 또 화웨이의 경우 스마트폰을 제작하고 있지만 그 본원적 경쟁력은 네트워크에 있다는 점이 새롭다.

▲ 위챗 인형. 출처=플리커

우리는 생태계로 돈 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파생된 앱 생태계의 발전은, 하드웨어 생태계가 없는 이들에게도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카카오톡을 내세운 카카오와 그 외 포털 및 플랫폼 업체, 다양한 O2O 기업들이 모두 포함된다. 그 외 우버와 에어비앤비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스마트폰이 없었으면 절대 두각을 보일 수 없는 기업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스마트폰이라는 디바이스가 풀리면 풀릴수록, 앱 생태계 기업의 존재감이 더욱 날카로워지는 대목이다. 텐센트의 위챗 생태계가 대표적이다. 최근 위챗은 샤오청쉬와 같은 '탈 앱스토어' 정책을 지향하는 한편, 운영체제와 디바이스를 넘나드는 나름의 독립적인 생태계를 꾸리고 있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드로이드와 iOS에 얽매여있는 것이 아니라, 위챗이라는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따라 이용자들이 모이는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전략은 스마트폰 외 다양한 전자 하드웨어 기기를 연결해 이에 중심을 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꾸리려는 기업들에게는 큰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생태계의 범위는 더욱 넓어졌으며, 더 복잡해졌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생태계와 애플의 iOS 생태계를 모두 무시하는 새로운 질서의 등장에 시선이 집중된다.

▲ 메이드 바이 구글. 출처=구글

우리는 미래로 돈 예약한다
아직 돈을 벌고있지 않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초연결 실험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중국의 샤오미가 대표적이다.

한 때 현지에서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으나 현재 샤오미 스마트폰은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샤오미는 꾸준히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그 외 다양한 기기에 '미유아이'라는 자사의 소프트웨어 사용자 경험을 밀어넣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당장의 스마트폰 수익도 중요하지만, 애플과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하드웨어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에서 약간 벗어나 나름의 초연결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 샤오미 스마트폰. 출처=플리커

스마트폰으로 모두 행복하다...다만 수직계열화는 변수
애플이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83.4%의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지만, 내막을 보면 시장과 관련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나름의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는 중이다. 하드웨어 제품의 판매는 분명 애플의 승자독식을 지목하고 있으나, 그와 관련된 다양한 생태계를 파생시킬 수 있는 모바일 시대이기에 가능한 재미있는 단면이다.

애플이 83.4%의 점유율을 가져가는 두고 당장 모든 스마트폰 시장의 패권이 한 곳으로 집중, 극단적인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의미없는 이유다.

다만 변수는 있다. 최근 글로벌 ICT 기업들이 보여주는 수직계열화가 문제다. 당장 애플의 경우 사실상 GPU 독자생산을 천명한 상태에서 이제는 통신칩 자체 제작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구글도 메이드 바이 구글의 기조를 바탕으로 당장의 안드로이드 동맹을 유지, 이를 적절하게 하나로 묶는 작업에 나선 상태다.

이러한 수직계열화는 모바일 시대의 강점을 초연결 시대로까지 무난하게 끌고가려는 글로벌 ICT 기업들의 승부수로 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하나의 기업이 모든 총체적 생태계를 장악하겠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모바일에서 초연결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어떤 제3의 방향성이 나올 수 있는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